내수 해결 위해 추경 35조 편성, 국채부담 가중 우려도…기후에너지부 신설·4.5일제 추진 등 변화 예고
#대내외 악재 업고 출범하는 이재명 정부
대한민국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으로 내환을 겪으면서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직후 관세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5월 29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다. 지난 2월 전망치인 1.5%보다 0.7%포인트 하향조정된 수치다. 한은은 “내수회복이 지연된 데다 미국 관세 영향으로 수출 둔화폭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35조 원 규모로 편성해 경기 부양에 나설 전망이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은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추경 예산 편성을 강조해왔다. 최근 국회에서 13조 8000억 원의 추경안이 의결된 상황에서 한 번 더 추경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내수 시장이 위축돼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소 실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인 만큼 민간 중심의 성장경로 재진입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성장 친화적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재정 여력 및 효율성을 고려할 때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SOC(사회기반시설) 분야에 대한 사업 조기 발주와 함께 가계 구매력 확충과 직결된 부문의 재정 집행 속도를 높여 내수 전반의 경기 침체 방어에 주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국채 발행 등으로 재원을 확보할 경우, 이로 인한 국가채무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현재 국가채무가 1279조 4000억 원에 달한다. 1~4월 국세 수입이 142조 2000억 원으로 예산대비 진도율이 37.2%다. 최근 5년 평균(38.3%)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채 발행은 적자성 채무 증가로 이어지는데, 올해 우리나라의 적자성 채무는 885조 원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70%에 근접했다. 적자성 채무 증가는 이자 부담이 증가하며 대외신인도 하락 및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내수 활성화에 방점 찍은 이재명 정부
내수 활성화도 이재명 정부의 주요 공약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4년 12월 발표한 ‘최근 폐업 사업자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폐업률은 9.0%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같은 해 폐업자 수는 98만 6000명으로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정책 자금을 통해 대출을 받아 경영을 이어갔지만 소상공인이 내수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빚에 억눌리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전에 “코로나 시기 국가가 나눠졌어야 할 책임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떠넘긴 건 부당하다”며 소상공인의 채무 조정 및 탕감 등의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본시장 분위기도 바뀔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지배주주 중심의 자본시장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대선 10대 공약에도 이사회의 주주충실 의무를 추가한 상법 개정안을 올릴 만큼 의지가 강한 분야다. 기존 상법에서는 이사회는 회사의 이익만 판단하면 됐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으면 최대주주가 일반주주의 이익을 편취하더라도 거부 의견을 낼 근거가 부족했다.
상장사 이사회 참여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이사회에서 명백히 회사의 가치를 저해한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최대주주 측과 일반주주의 이해 상충을 문제로 반대하는 것은 오히려 부담이었다”면서 “주주충실 의무가 회사의 이익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향후 이 같은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상법 개정안만으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를 감시할 수 없는 만큼, 자본시장법상 상장회사 규율이나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규제도 현실에 맞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큰 점은 변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사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경영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장하는 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이 차질을 빚어 기업의 장기적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행동주의펀드들의 과도한 배당요구, 경영개입, 단기적 이익 추구행위 등이 빈번하게 되어 기업들이 온전히 경영에 전념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법 개정은 우리기업들을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몰아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해 국가경제의 밸류다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중장기 산업·경제성장 전략 수립 △글로벌 선진국 지수(MSCI) 편입 추진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을 통해 주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통해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집값 급등세를 관리할 수 있을지도 주요 관심사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급을 통해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겠다고 밝혀왔다. 역대 정부는 집값 상승을 억제하려고 수요를 통제하기 위한 대출·세금 정책을 펴왔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유세 현장에서 “세금은 국가 재정 확보를 위해 걷는 것이지 다른 제재 수단으로 사용되면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며 “앞으로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은 수요 과다로 집값이 오르면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해서 가격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서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향후 발표될 세부 정책안에 눈길이 모아진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부동산 가격을 두고) 지역 간 격차가 있다. 이를 고려해 공급을 늘리는 정책에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부동산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 향후 시장의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관련 대책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계 상법개정안·주 4.5일제 등에 '우려'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노동 공약인 주 4.5일제 추진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대선 기간 주 4.5일제를 위한 로드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2023년 기준 한국 임금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1874시간이다. OECD 회원국 평균 1717시간보다 157시간 많다. 연간 1일 8시간 노동 기준 19.6일가량 더 일하는 셈이다. 김윤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한국 노동자의 근로 시간이 OECD 평균보다 높다.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는 취지로 본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주 4.5일 근무에 대한 방향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기업 노동조합의 4.5일제 요구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단협 개정 요구안을 통해 ‘임금 삭감 없이 금요일 근무를 4시간 줄이는 주 4.5일제 도입’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재계는 4.5일제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주 4.5일제 도입 문제에 대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 기후에너지의 전환에 속도가 붙을지도 눈길이 쏠린다.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의 기후 업무를 합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약속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종훈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이사는 “기후위기 및 에너지 전환 전담부처 신설은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추진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해당 분야 기업의 실질적인 탄소감축을 위해서는 기술혁신 기반의 탄소중립 달성이 핵심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산업기술 R&D(연구개발) 지원 확대와 중소·중견기업 대상 맞춤형 지원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기후에너지 관련 공약에 환영의 뜻을 밝힌다”면서 “산업의 대응은 분산돼 지지부진하며, 기후 재난은 사회적 약자를 먼저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단지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산업과 경제, 삶의 조건을 다시 짜야 하는 거대한 전환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정책 고민은 충분…실행만 남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이라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당선 즉시 직무에 들어가게 됐다”며 우려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두 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경제 정책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했을 것”이라면서 “방향성에 크게 문제가 없는 만큼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공약을 이행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