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끝난 후 줄곧 성장 기업, 나카키타제작소에 인수…‘작은 부품이 큰 판 흔드는’ 공급망 리스크 우려

그러나 조선업계에 불황이 닥치고 이란 경제 제재로 이란 발주처로부터 수백억 원의 미회수 매출채권이 발생하는 등 대외적인 여건이 악화하면서 에이스브이는 운전자금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2017년 매출은 536억 원 규모로 축소됐고 영업손실도 231억 원에 달했다. 결국 에이스브이는 2018년 말 기업회생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2019년 8월 30일 회생채권 전액을 변제한 에이스브이는 기업 회생 신청 후 약 1년 만인 2019년 12월 3일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당시 총 5곳의 기업이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했으나 스토킹호스(경쟁입찰 전 우선협상자로 내정) 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했던 대신금융그룹 자회사 대신F&I가 2020년 약 230억 원에 에이스브이를 인수했다.
2018~2019년 당시 에이스브이의 주력 제품인 버터플라이 밸브는 국내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스브이의 고객사는 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STX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대형 조선사와 다수의 중소형 조선사들이고 지금도 거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스브이가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동안 조선업계가 타사 업체 제품 위주로 발주했으나 밸브 호환성 문제로 일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스브이는 회생이 끝난 후로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매출 회복이 더뎠으나 거래처가 늘고 점유율이 회복되면서 2022년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2020년 65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2023년 214억 원, 2024년에는 307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 세계 해운업계는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화석연료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LNG가 대안 연료로 부상하면서 LNG선과 LNG운반선 모두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술력이 높은 국내 조선소들의 수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필연적으로 LNG 관련 핵심 부품 산업 역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 센터장은 “LNG를 태워서 동력으로 활용하는 LNG선의 경우 동력 계통에도 수십 개의 밸브가 쓰인다. 대부분의 LNG운반선도 LNG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설령 LNG운반선이 기존처럼 기름을 태워서 움직인다고 해도 LNG를 수송하는 과정에서 연료공급, 온도조절, 압력제어 등 다양한 밸브들이 또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이에 대해 “글로벌 공급망은 지금도 ‘작은 부품’이 ‘큰 판’을 흔드는 구조다. 전략 부품 하나의 공급망 리스크는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산업 전체를 흔들 수 있다”라며 “과거 조선업 세계 1위였던 시절을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인 일본이 기술력 있는 국내 기업을 인수해 부품을 공급하려는 것으로 보이고 또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조선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불화수소 수출규제 사건에서 봤듯이 일본은 특정 핵심 소재·부품을 전략적으로 장악하고 조정하는 데 능숙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점유율이 높을 수는 있겠지만 저희도 한 곳에서만 부품을 수급받지 않는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타사 제품 발주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처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점유율이 높은 업체의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다른 중소업체가 단기간에 생산능력을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교훈 회장은 “조선 3사를 비롯해 모두가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 타사가 곧바로 그에 대응할 만큼 생산 능력을 늘리기 어렵다”며 “부품 업체 입장에서는 갑작스레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가 대기업이 다시 다른 공급처로 물량을 돌리면 큰 손실을 입게 된다. 과거에도 국내에서 여러 번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부품업체들이 방어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에이스브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