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결국 특별검사 손으로 넘어간다. 국회를 통과한 '3대 특검 법안(내란·김건희·채해병)'은 6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 됐다.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 법안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 가방 수수·정치 브로커 명태균·건진법사 전성배 관련 의혹 등 수사 대상 16건을 적시했다. 7월 초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건희 특검팀은 최장 170일 동안 수사할 수 있다.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본사. 사진=임준선 기자김건희 특검 출범을 앞두고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BMW 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를 포함한 도이치오토모빌그룹(도이치그룹)은 최근 3년여 동안 꾸준히 사업 영역과 외연을 확장해 왔다. 계열사 등을 늘려 판로를 넓혔고 과감한 해외 투자도 단행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도이치그룹 성장 이면엔 석연치 않은 여러 의혹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도이치그룹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부인과 처남 등 특수관계자에게 일감을 몰아준 의혹이 있다.
#모아건설, 도이치모터스 등 채권 5년간 보유
도이치그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별개로 사업 면에선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도이치그룹의 2021년 총 매출은 1조 7030억 원, 2022년 1조 9570억 원, 2023년 2조 1959억 원, 2024년 2조 1684억 원이었다.
도이치그룹은 2021년부터 3년 동안 성장세가 뚜렷했다. 2021년 연결기준 총포괄이익이 367억 원, 2022년 386억 원, 2023년 670억 원씩 흑자였다. 다만 2024년엔 57억 원 적자를 봤다. 2024년은 도이치그룹뿐 아니라 수입차 딜러업계가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이치그룹은 2024년에 신규로 취급한 브랜드의 초기 투자비용 확대와 기존 브랜드에 대한 추가 시설투자로 인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2025년 올해는 신규 투자한 브랜드들의 안정화 등에 기인해 수익성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24년 9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주가조작 의혹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도이치그룹은 덩치를 꾸준히 키우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입차 판매처만 2곳에서 8곳까지 늘렸다. 2023년에도 자회사 '이탈리아오토모빌리'를 신설했다. 2024년엔 '브리타니아오토'를 세웠다. 두 곳 모두 권오수 전 회장 아들 권혁민 대표가 재임한 슈퍼카 딜러사다. 2024년 이탈리아오토모빌리는 영업이익 8억 2000만 원 흑자, 브리타니아오토는 12억 9600만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은 회계상 특수관계자로 분류된 '모아건설'이다. 모아건설은 2018년 설립 후 건축설계, 인테리어와 수입가구 판매·도매업 등을 하다 4년 만인 2022년 6월 부동산 개발과 경영관리 컨설팅 등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모아건설은 사실상 권오수 전 회장 일가 회사다. 2024년 기준 모아건설 지분은 권 전 회장 부인 안 아무개 씨가 32%, 안 씨의 오빠가 48%를 보유했다.
모아건설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도이치모터스와 브리티시오토 채권까지 쥐고 있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각각 132억 원, 4억 9500만 원씩이었다. 2024년 전액 상환이 이뤄졌다. ‘도이치그룹-모아건설’이 상당히 유착돼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모아건설은 2018년 설립됐다. 그런데 도이치모터스 사업보고서엔 2023년 처음으로 특수관계자로 기재됐다. 이와 관련해 도이치그룹 측은 “모아건설과 관련된 공시 대상 거래는 2022년부터 발생했다”며 “도이치모터스는 2023년 해당 내역을 포함해 모두 특수관계자 거래로 수정 공시를 완료한 바 있다”는 밝혔다.
지난 4월 16일 방문한 경기 하남시 모아건설 사무실 입구. 사무실 내부엔 텅 빈 책상 4개만 놓여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모아건설 사무실에 사람이 오가는 모습을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사진=주현웅 기자주목되는 점은 도이치모터스 등 계열사들이 모아건설에 일감 상당량을 몰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도이치그룹이 계열사 등을 동원해 오너 일가 회사를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모아건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2024년 모아건설 매출 99.99%는 도이치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했다. 2022년 도이치모터스로부터 116억 원, 차란차로부터 약 6억 원 등 계열사 상대 매출이 122억 2503만 원이었다. 2022년 모아건설 전체 매출 122억 2503만 원과 정확히 일치한다. 모아건설 모든 일감을 도이치그룹에서 받은 셈이다.
2023년에도 도이치그룹 계열사 상대 매출이 지배적이었다. 도이치모터스 158억 원, 바이에른오토 42억 원, 도이치아우토 620만 원, 도이치오토월드 16억 원, 브리티시오토 15억 원, 차란차 6억 4500만 원, 도이치파이낸셜 800만 원 등 237억 9421만 원에 달했다. 모아건설 2023년 전체 매출 237억 9571만 원보다 겨우 150만 원 모자란 액수다.
도이치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당사를 포함한 수입차 딜러업계는 각 브랜드별로 상이하고 복잡한 기업 아이덴터티(CI)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각기 계열 시공과 인테리어 전문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브랜드별 요구 사항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당사는 공사 수요가 발생할 경우 업체 선정과정에서 특혜시비를 차단하고자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모두 경쟁 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모아건설은 수입차 전시장 등에 특화된 시공과 인테리어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된 경우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2024년엔 내부 거래 매출액이 134억 원으로 줄었다. 도이치아우토, 도이치오토월드, 도이치파이낸셜, 브리티시오토, 차란차 등이 거래대상에서 빠졌다.
일요신문은 지난 4월 16일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모아건설을 직접 찾아 갔으나 회사 관계자를 만날 수는 없었다. 회사 간판은 있었지만 사무실 내부엔 텅 빈 책상 4개만 놓여 있었다. 같은 층 다른 사무실 직원들은 "모아건설 사무실에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 건물 경비직원도 "모아건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우편함에 인터넷 요금 우편물 등이 들어있는 점 등을 비춰봤을 때 사무실을 늘 공실로 두지는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이치그룹 측은 “당사는 모아건설이 현재 국내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영향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당사 진행 시공과 인테리어 업체 선정에서 모아건설을 배제하고 있으며 이는 모아건설에 대한 어떠한 특혜성 지원도 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 권력 눈치만 보더니…' 도이치 수사 특검 몫으로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6월 10일 공포됐다.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안’ 수사대상 16건 가운데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포함돼 있다.
김건희 특검이 출범하기 전까지 검찰은 무혐의 처분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수사를 계속 이어간다. 검찰은 특검이 출범하면 수사 자료 일체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6월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3투표소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검찰 수사는 갈팡질팡했다. 김 여사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2024년 10월 “김 여사 계좌가 시세조종 범행에 이용된 건 맞다. 하지만 전주(錢主)인 손 아무개 씨와 여러모로 상황이 달랐다”며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이에 김 여사 사건 고발인 최강욱 전 의원이 항고하면서 서울고검 형사부가 2024년 10월부터 김 여사에 대한 재수사 여부를 검토했다. 장고 끝에 6개월이 지나서야 재수사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검은 지난 4월 25일 “피항고인 김건희의 자본시장법 위반 항고사건에 대해 재기수사를 결정했다”며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사건 공범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유죄 확정돼 김 여사를 포함한 관계인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의 재수사 결정 시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파면 선고(4월 4일)가 난 이후였다. 이에 “살아있는 권력(윤석열 대통령)엔 눈치보고 죽은 권력엔 칼을 빼드는 검찰의 고질병이 도졌다”는 비아냥거림 섞인 목소리가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나돌았다.
이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4월 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회장과 전주 손 씨 등 9명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권 전 회장은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받고 상고했다. 피고인 9명 가운데 김건희 여사와 유사하게 시세조종에 계좌가 동원된 전주 손 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방조죄 유죄가 인정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면서 ‘무혐의’ 받은 김 여사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 바 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