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임금 기업 내부기준에 의거…전문 경영인보다 오너 일가 미등기임원 연봉 월등히 많아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연간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은 연봉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미등기임원 보수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대기업 총수 중 일부가 등기임원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연봉 공개를 회피해 해당 개정안의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국회에서는 2016년 3월 미등기임원을 포함한 보수 총액 5억 원 이상 임직원 중 상위 5명의 보수를 매년 두 차례 공개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미등기임원의 연봉 공개는 사생활을 침해해 기업 경영 활동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해당 법 개정안은 2018년 시행돼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총수들의 연봉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7년이 지난 현재, 미등기임원으로 돼 있는 총수 일가 연봉이 전문경영인의 그것보다 월등히 많은 행태가 재계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준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한 미등기임원 총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CJ와 CJ제일제당 등에서 총 193억 8000만 원을 보수로 받았다. 이 회장의 보수는 지난해 국내 총수(등기·미등기임원 포함)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등기임원, 216억 원 5300만 원)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은 미등기임원 신분으로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하이트진로에서 총 82억 9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그룹 총수 일가는 전체 11개 상장 계열사 가운데 7개 사(63.6%)에 미등기임원으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 비율이 분석 대상 기업들 중 가장 높았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일부 소액주주나 경제개혁연대 등 단체 차원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DB하이텍 사례가 대표적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 김준기 창업회장과 아들인 김남호 회장 등에 각각 34억 5000만 원, 24억 60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김준기‧김남호 부자는 DB하이텍에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DB하이텍은 공시에서 ‘임원 급여기준에 따른 매월 지급액의 누적 지급’이라고 간단히 명시해뒀다.
지난 3월 26일 경제개혁연대는 DB하이텍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238억 원 배상을 요구하는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김 회장 부자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2021~2024년 받은 보수 총액과 같다.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은 “(김 회장 부자가) 회사 지배주주로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면서도 매년 수십억 원의 막대한 보수를 받고 있지만 보수 산정 기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막대한 보수가 지급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미등기임원 신분인 기업 총수들의 연봉 산정 근거가 대부분 ‘깜깜이’인 현실을 지적하면서 미등기임원의 보수 지급 근거와 체계를 더 정확히,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등기임원 총수가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은 기업 가치와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경영과 전혀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형태”라며 “‘연봉과 책임은 한몸처럼 움직여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미등기임원 제도로 인해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등기임원 총수일지라도 두드러진 기업 실적 기여가 있다면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기업 성장에 맞춰 총수 임원의 보수가 결정돼야 하며 책임도 다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