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티안마, 삼성디스플레이-BOE 소송…중국 추격 거센 OLED 분야 분쟁 확대 전망
[일요신문] 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간 ‘특허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티안마(톈마)가 자사의 LCD(액정표시장치)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중국 BOE와 OLED 기술을 둘러싸고 4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업체들이 특허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티안마가 자사의 LCD와 OLED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25년 5월 미국에서 열린 ‘SID(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 2025’ LG디스플레이 전시장.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10년간 라이선스 협상 제대로 임하지 않아”
지난 6월 13일(현지시각) LG디스플레이는 중국 티안마를 상대로 미국 텍사스 동부연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LG디스플레이는 티안마의 차량용 LCD 패널과 모바일용 LCD·OLED 패널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LG디스플레이가 침해받았다고 밝힌 특허는 LCD 관련 4개의 특허와 OLED 관련 3개 특허다. 티안마는 BOE와 차이나스타(CSOT), 비전옥스와 함께 중국 4대 디스플레이 기업에 속한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가 지속적인 중국의 무분별한 특허 침해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소장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2015년부터 티안마에 특허 침해 사실을 전달하고 티안마와 특허 라이선스 협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티안마가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않았다는 게 LG디스플레이 주장이다. LG디스플레이는 텍사스 동부연방법원에 티안마 제품의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티안마가 고의로 특허를 침해했기 때문에 최대 3배의 손해배상액을 물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LG디스플레이는 티안마의 차량용 LCD 패널과 모바일용 LCD·OLED 패널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LG디스플레이의 12인치 ‘HUD LTPS LCD’.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LG디스플레이가 다수의 LCD 관련 특허 침해를 주장한 것은, LCD 시장을 두고 중국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장을 보면 2022년~2024년 LG디스플레이와 티안마는 13건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수주 경쟁을 벌였다. 이 중 6건은 LG디스플레이가, 7건은 티안마가 계약을 따냈다. LG디스플레이는 티안마 탓에 제품 단가가 낮아졌고, 수주 기회를 놓쳐 수익에도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티안마가 특허를 침해한 LCD 패널이 탑재된 예로 쉐보레 트레버스 차량을 지목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4년 중국 광저우 대형 LCD 공장을 차이나스타에 매각하면서 TV 등 대형 LCD 사업에선 손을 뗐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이나 IT(정보기술) 제품용 LCD 사업은 영위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쟁점 특허인 ESD(정전기 방전) 보호 구조, 터치 민감도를 높이는 터치 감지 기술 등을 활용해 LCD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LCD가 아직 90% 정도를 차지한다.
LG디스플레이는 티안마가 특허를 침해한 LCD 패널이 탑재된 예로 쉐보레 트레버스 차량을 지목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가 티안마를 상대로 제기한 소장 캡처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4년 프리미엄 차량 디스플레이 점유율(매출 기준)은 LG디스플레이가 23.6%로 1위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차량 디스플레이에는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LCD, OLED 등이 포함된다. 전체 차량 디스플레이 출하량 기준으로는 BOE가 17.6%(4090만 대), 티안마가 15.9%(3690만 대)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는 8.0%(1870만 대)에 그쳤다. 지난해 중국의 차량 디스플레이 점유율은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중국의 프리미엄 차량 디스플레이 점유율(매출 기준)은 2023년 19.8%에서 2024년 29.8%로 올랐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차량용 LCD는 부가가치가 있고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한국 업체들의 LCD 생산량은 작은 데 비해 중국은 LCD 케파(생산능력)도 크고 LCD 관련 인프라가 상당히 좋다. 중국은 LCD 관련 응용 제품도 계속 늘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연구위원은 “점차 OLED 쪽으로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이 넘어가겠지만, 당분간은 LCD 시장에서도 중국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OLED 기술 둘러싼 특허침해 소송 활발 전망
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간 OLED 관련 특허침해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제기한 소송에서 LG디스플레이는 티안마의 OLED 패널이 자사의 휘어지는 OLED 디스플레이 구조와 관련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자사 특허를 침해한 티안마의 OLED 패널이 모토로라 ‘엣지 플러스’와 샤오미 ‘13T’ 스마트폰에 탑재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사이 OLED 관련 특허침해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0월 타이베이에서 개최한 ‘삼성 OLED IT 서밋 2024’에서 이청 대표이사 사장(당시 중소형사업부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특허를 둘러싸고 4년째 BOE와 다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12월과 2023년 6월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텍사스 동부연방법원에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BOE의 OLED 패널이 자사의 다이아몬드 픽셀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10월 삼성디스플레이는 ITC에 BOE를 상대로 영업비밀침해 소송도 냈다. 지난 3월 ITC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최종 결론을 냈다. 다만 특허 침해 제품에 수입·판매금지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영업비밀침해 관련 ITC 최종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2023년에 제기됐던 텍사스 동부연방법원 소송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5월에 취하했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는 BOE를 상대로 OLED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새롭게 제기했다. 지난 4월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텍사스 동부연방법원에 BOE가 OLED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3건의 특허침해 소송과 1건의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5월엔 BOE가 미국 텍사스 동부연방법원에 삼성전자의 ‘갤럭시Z 폴드’ 시리즈에 적용된 언더패널카메라(UPC) 기술이 자사 OLED 특허를 침해했다며 맞소송을 냈다. 5월엔 삼성디스플레이도 BOE를 상대로 미국 버지니아 연방법원에 OLED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2025년 5월 BOE는 미국 텍사스 동부연방법원에 삼성전자의 ‘갤럭시Z 폴드’ 시리즈에 적용된 언더패널카메라(UPC) 기술이 자사 OLED 특허를 침해했다며 맞소송을 냈다. 2023년 5월 미국 ‘디스플레이 위크 2023’의 BOE 부스. 사진=연합뉴스한국 입장에선 OLED 기술을 둘러싼 싸움에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한국의 OLED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3년 73.6%에서 2024년 67.2%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점유율은 25.7%에서 33.3%로 늘었다. 전 세계 LCD 시장은 2024년 789억 4304만 달러(약 112조 원) 규모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 약 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OLED 시장은 지난해 533억 1057만 달러(약 76조 원)에서 연평균 5%씩 성장해 2028년 686억 7500만 달러(약 1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OLED 투자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6월 17일 LG디스플레이는 OLED 신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설비 인프라 구축 등에 1조 26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BOE, 비전옥스 등은 8.6세대 OLED 패널 생산 라인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8.6세대 OLED는 기존 6세대 OLED 대비 유리기판이 약 2.25배 크다.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IT OLED 제품 양산에 특화된 생산 시설이다.
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 간 특허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보다 OLED 기술이 2년 정도 뒤처진다. 하지만 중국은 이 격차를 빨리 줄이고 싶어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 업체들은 그간 기술을 탈취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고 내수 지원도 상당하다. 결국 한국 업체들에 중요해진 건 ‘기술력 사수’”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과 관련해) 한국 업체들은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을 다 대응해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