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장 위기 반면교사 삼아야…티켓 가격 적정선 못 지키면 대중 언제든 등 돌릴 수 있어
하지만 뮤지컬 등 공연 시장의 티켓 가격은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꽤 괜찮은 좌석에 앉아 가족이 오순도순 공연을 보려면 티켓 가격만 100만 원이 이르기 때문이다. 이른바 ‘티켓플레이션’(티켓+인플레이션)이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반응과 더불어 “결국 수요가 있으니 가격도 오르는 것”이라며 이를 당연히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있다.

이를 부추기는 건 엄청난 스케일로 무장한 대형 뮤지컬이다. ‘알라딘’에 이어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모두 한 장당 19만 원을 내야 볼 수 있다.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가 15만 원을 넘어섰을 때만 해도 “비싸다”는 인식이 적잖았지만 이를 비웃듯 이제는 20만 원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면서도 계속 우상향하는 서울 아파트값 같다.
이런 가격 상승은 불과 2∼3년 사이 급격하게 진행됐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VIP석을 16만 원으로 책정한 것이 2022년 말이었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라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뮤지컬 팬들은 기꺼이 이를 지불했다. 이듬해에는 ‘오페라의 유령’이 한 장당 19만 원 시대를 열었다. 다음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누가 한 장당 20만 원 시대를 열까”였다. 그런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현재 공연 중인 ‘알라딘’에 이어 ‘위키드’와 ‘위대한 개츠비’도 19만 원으로 ‘키 맞추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20만 원 돌파는 초읽기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K-팝 시장은 공연장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5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이 공사에 돌입하며 대형 가수들은 고양종합운동장을 선택하는 분위기다. 이곳은 티켓 가격 상승의 중심에 서 있다. 2024년 10월에 열렸던 세븐틴 콘서트의 경우 최고가 티켓은 한 장당 19만 8000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20만 원 고지를 넘진 않았다.
하지만 이 기록은 금세 깨졌다. 지난 3월 열린 가수 지드래곤 콘서트에서 한 장당 22만 원까지 치솟았다. 가장 저렴한 좌석 역시 15만 원이 넘었다. 8년 만에 내한한 콜드플레이 역시 같은 곳에서 내한 공연을 펼치며 한 장당 25만 원을 책정했다. ‘ULTIMATE SPHERES EXPERIENCE’ 티켓은 108만 원이라는 뒷목을 잡을 만한 금액이었는데, 이는 백스테이지 투어, 공연 종료 후 무대 위에서 사진 촬영 등이 포함된 패키지였기 때문에 논외에 치는 게 옳다.

원래 수요는 공급을 창출한다. 결국 더 많은 돈을 주면서라도 해당 공연을 보려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가격도 오른다는 것이다. 이런 그룹들의 공연은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삽시간에 동난다. 굳이 싸게 팔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비싼 티켓 값에 걸맞은 공연 퀄리티를 유지하는지 여부다. 블랙핑크 멤버 제니는 지난 3월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솔로 정규 앨범 ‘Ruby’(루비) 발매 기념 콘서트 ‘더 루비 익스피리언스’(The Ruby Experience)를 열었다. 티켓 가격이 최고 22만 원에 이르는 고가 공연이었다. 하지만 이날 공연 시간은 불과 70분이었다. 다른 K-팝 그룹의 공연이 통상 2시간 30분, 즉 150분 안팎인 것을 고려할 때 절반 수준이다. 당연히 팬들과 언론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해 공연 시장 규모는 약 1조 3000억 원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영화 시장 규모마저 넘어선 기록이다. 공연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 논리에 의해 티켓 가격 역시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최근 토종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관왕을 달성하며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상승했다. 이 역시 티켓 가격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영화 시장의 위기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2019년 연간 관객 2억 명 시대를 열었던 영화 시장은 급격하게 기울었다. 다양한 요소가 작용된 결과라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티켓 가격이 오르면서 극장 가기가 꺼려진다”는 반응도 적잖았다. 뮤지컬이나 K-팝 공연의 티켓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다. 라이브로 진행되고 아티스트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에서 영화와는 성격이 다른 콘텐츠라지만, 적정선을 지키지 못하고 치솟는 티켓 가격 앞에 대중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