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해체 본격화, 실증 통한 꾸준한 수주가 관건…공정별 대·중견·중소기업 협력 플랫폼 구축해야”

―고리 1호기가 해체 작업을 본격화하게 됐다. 2017년 영구 정지된 이후 8년 만에 해체가 승인됐다. 어떤 생각이 먼저 스쳤는지 궁금하다.
“먼저 든 생각은 ‘해체 승인까지 오래 걸렸다’는 것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021년 최종해체계획서를 제출하고 원안위가 이를 승인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통상 심사 기간이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정권 교체 등과 맞물려 지연됐다. 그 사이 원전 해체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소기업들이 많이 떨어져 나간 상태다.”
―한수원은 2037년을 고리 1호기 최종 해체 완료 시점으로 보고 있다. 해체 작업은 세부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나.
“현재 고리 1호기의 경우 계통(시스템) 제염이 이뤄지고 있다. 계통 제염은 원전 내 방사성 물질을 화학 약품으로 제거하는 것으로 원전의 방사능 준위를 떨어뜨리는 작업이다. 이후엔 터빈 등 방사능에 거의 오염되지 않은 건물부터 철거를 시작한다. 임시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한 후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현재 발전소 내 습식저장조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 중인데 이를 건식저장조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만 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이후에는 방사선 구역의 발전소 해체 작업이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부지 재이용 규제조건에 맞게 오염을 제거하는 공정이 진행된다.”

“원자로 내부 구조물 등 방사능 오염이 심한 구역을 해체하는 작업이 가장 까다롭다. 해체 작업자의 개입을 최소로 하기 위해 로봇 등을 활용한 원격 해체 기술이 필요하다. 이때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은 왜 중요한가.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를 완료한 경험이 없다. 우리나라는 96개의 원전 해체 기술을 갖고 있다. 해체 후반부 작업에 필요한 나머지 기술도 확보 중이다. 2024년에 세워진 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에서 다양한 원전 해체 기술을 검증하고 있는데 이를 실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일하게 상업용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미국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노형에 대해, 여러 부지 재이용 시나리오를 두고 원전을 해체해왔다. 고리 1호기를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체 경험을 쌓는 게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다.”

“고리 1호기 해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공정별로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게 된다. 국내 기업들이 각각의 전문 분야를 갖고 외국 원전 해체 사업을 공정별로 수주하거나,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해외의 원전 해체 사업 전체를 턴키(일괄)로 수주할 수도 있다. 고리 1호기 해체 진행 과정에서 검증된 일부 기술은 해체 완료 전이라도 바로 수출할 수 있다.”

―특히 어떤 해체 공정이 우리나라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나.
“우리나라는 빠른 시간 내에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분리해내는 기술이 강점이다. 우리나라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 환경이 미국과 다르다. 국내에선 방사능이 낮은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드럼통에 넣어 경주 방사성 폐기장에 보관한다. 그런데 이 드럼통의 단가가 높다. 고리 1호기의 경우 방사성 폐기물 보관에만 2000억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보관을 위해 방사성 폐기물을 잘게 쪼개는 반면, 남는 땅이 많은 미국에선 통째로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한다. 미국 이외에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분 환경을 가진 나라에선, 우리의 경험과 기술이 인정받을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대책은 미흡한 상태다.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임시 건식저장시설은 말 그대로 임시 시설이고, 정부는 최종 매립지역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주민 반발이 예상된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해외 사업 수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나.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대책은 이번 정부에서도 결론이 나기 어려울 수 있다. 원전 해체 선진국인 미국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아서 해체가 완료된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를 모두 발전소 내에 건식으로 임시 저장 중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비슷한 상황이라 해외 수주 활동과는 크게 연관이 없을 것으로 본다.”

“경수로와 중수로 원전 해체에 필요한 기술은 유사하다. 다만 중수로 원전 절단 작업을 진행할 때 더 높은 방사능에 누출될 위험이 있다. 때문에 중수로 원전에서 원격 절단 등에 고난도 기술이 더욱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경수로 원전이 중수로 원전보다는 훨씬 많다. 하지만 월성 1호기 해체 작업은 우리나라가 중수로 원전을 해체할 수 있는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유일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선도국이 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원전 해체 시장 특성상 산발적으로 해체 대상 원전이 시장에 나오게 된다. 수주 물량이 끊기지 않도록 꾸준히 사업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해체 공정별로 대·중견·중소기업으로 구성된 기업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원전 운영 관리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이 많다. 국내 기업들의 전반적인 원전 해체 기술 수준을 같이 끌어올려야 한다. 중소기업은 원전 해체 기술에 필요한 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정부도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부산=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