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인기영합 정책보다 ‘쓴 약’ 될 개혁 과감히 해야…주 4.5일제 동의 안해”

박 전 원장은 일요신문과 동반성장연구소가 오는 7월 9일 공동 주최하는 ‘2025 동반성장 컨퍼런스: 신 정부의 정책과제와 한국 경제의 미래’에서 ‘한국 경제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강연한다. 일요신문은 지난 7월 3일 박 전 원장을 만나 강연 내용에 대해 미리 물었다. 다음은 박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한국 경제가 장기 불황에 진입해있다고 진단했다. 이유가 뭔가.
“우리 경제가 활력을 많이 잃었다. 경제가 안 좋아졌다가도 공이 튀어오르듯 복원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분기별 GDP(국내총생산)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GDP는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올라왔다. 이상하게 작년 1분기부터 지금까지 1년 정도 횡보했다. 처음 보는 그림이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는 능력도 최근 들어 떨어졌다. 그런데 기업이 벌어서 남긴 돈을 축적하는 건 옛날과 똑같이 하고 있다. 활력을 잃은 거다.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장기 불황이 된다. 경기 침체기 성장률은 더 떨어지고 회복기 반등을 못 하는 사이클이 세 번 정도 반복되면 10년이 지난다. 일본은 그렇게 잃어버린 10년이 됐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처럼 경제가 어느 날 와장창 무너지는 게 아니라 당시로서는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일본은 경기 침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재정을 투입하고 금리를 내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재정을 투입하면 일시적인 효과는 있지 않나.
“근본적인 대책은 안 된다. 경제 활력을 다시 찾게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재정을 많이 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본이 재정 투입으로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은 장기 침체에 빠지기 전까지 선진국 중에서도 재정이 가장 건전했다. 일본이 ‘재정 출동’이라고 돈을 때려부었다. 몇 번 그렇게 하니까 10년 만에 재정이 악화했다. 지금은 세계에서 재정이 가장 나쁜 나라가 됐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 만에 모든 게 다 나빠질 수 있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일까.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을 바꿔야 한다. 기업이 고용도 투자도 배당도 너무 안 한다. 경제 순환이 안 되니까 생산성이 떨어지고 성장도 부진해졌다. 기업에만 돈이 쌓였다. 기업이 돈을 많이 저축하는 건 만일을 대비하기 위한 거다. 대기업이 차기로 넘기는 영업잉여가 당기순이익의 440% 정도다. 중소기업은 740%를 넘긴다. 특히 중소기업이 돈을 쌓아두는 건 미래가 불안해서다.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가 나중에 일이 생기면 도움을 못 받는다. 은행 대출이 기계적이다. 보증이 있거나 담보가 있어야만 돈을 빌려준다. 상황이 어렵지만 장래성이 있는 기업을 책임지고 지원을 해주는 은행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거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이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결국 정부에서 나서야 한다.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은행이 필요하다. 민간에서는 안 할 거다. 지금은 한 번 보증을 받은 기업이 금융 지원을 받으면 거기서 빠져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다.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지원을 정작 못 받고, 지원을 안 받아도 괜찮은 곳이 계속 지원을 받는다. 가계가 저축한 돈을 기업이 빌려서 투자해야 경제가 활발해진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기업이 저축을 많이 하고 그 돈을 가계가 빌려서 아파트를 산다. 이런 경제는 생산성이 높을 수 없다.”
—시중은행에서 반발하지 않을까. 경제 운용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 재계에선 시장에 맡겨놓으라고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와 민간이 같이 가야 한다. 중국처럼 개입하면 안 되겠지만, 완전히 기업인에게 맡겨 놓고 망하지 않은 경제가 없었다. 미국도 금융을 내버려뒀다가 금융 위기가 생겼다. 기업들한테 근로자들이 생산한 만큼 임금을 주라고 해도 안 듣는다. 결국 정부가 제도를 만들 수밖에 없다.”

“동의하지 않는다. 주 4.5일제는 경제에 굉장한 충격일 거다. 주 5일제에서 주 4.5일제가 되면 노동 투입이 10% 줄어든다. 노동 투입이 10% 줄고 노동생산성은 안 늘어나면 GDP는 7% 줄어든다. 노동생산성이 올라가는지 확인하면서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 주 5일제 하면서 근로시간을 줄일 수도 있는데 왜 4.5일을 해야 하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 금요일 오후에 다 쉰다면 그때 통관도 안 된다. 은행도 금요일 오후에 쉬게 된다. 식당도 잘 안 될 거다. 근로시간 단축보다 노동생산성 올리는 걸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때문에 노동 투입량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높일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근로시간을 줄일 만큼 우리가 여유로운지 의문이다. AI(인공지능)를 통해서 노동생산성을 올린다던데 어떻게 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인기영합 정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기영합 정책을 안 하기 어려운 환경이기는 하다. 그러나 당장 효과는 안 나더라도 쓴 약이 될 개혁을 과감하게 해야 한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 개혁의 방향으로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이끌지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청와대에서 재정기획관으로 일했다. 일하면서 아쉬웠던 것이나 보람 있었던 것이 있을까.
“재정 분권을 제대로 못 한 게 아쉽다. 반 쪽짜리 재정 분권은 그만해야 한다. 지방자치를 한 지 오래됐다. 그런데 지방정부는 세입을 중앙에서 받아서 아무 부담 없이 여기저기 마구 쓴다. 세금 걷는 게 어려운 걸 알면 그렇게 안 할 거다. 지방정부에 가보면 현대식 청사가 호화롭다. 청와대는 1968년 건물을 아직도 쓰고 있다. 보람 있었던 건 ‘보조금24’ 서비스다. 복지가 많은 종류가 있지만 사람들이 잘 모른다. 공무원조차 모른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처럼 보조금24에 들어가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내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뭐가 있는지 소득까지 반영해서 다 나온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