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2위 업체 합병,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력 추격 예상…정부 주도 조선업 경쟁력 강화 전략 필요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CSSC 산하 중국선박공업주식유한회사(중국선박)가 중국선박중공주식유한회사(중국중공)를 흡수합병하는 안이 상하이증권거래소 인수합병심의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합병과 관련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등록 등의 법적 절차만 남았다.
합병 조선사는 자산, 영업이익 면에서 전 세계 1위의 조선사로 올라선다. 합병 조선사의 자산 규모는 약 75조 원으로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20조 원)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중국선박은 154척, 중국중공은 103척을 수주했다. 이는 전 세계 조선소가 체결한 선박 주문량의 약 17%에 해당한다. 합병 조선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8조 원이다.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2조 원 수준이었다.
중국 정부 주도로 이뤄진 이번 합병으로 ‘조선 굴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중국은 과거엔 중국선박과 중국중공을 서로 경쟁시키며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시황이 나빠지면서 중국이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었고 이 합병 전략의 마무리 단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와 안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계에선 중국 조선사 합병에 따라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계 다른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두 조직을 합친 것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다만 경영 효율화를 통해 선종을 특화해 연구개발에 나선다면,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고부가가치 선박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경쟁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엔 중국의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박영일 동아대 조선해양플랜트공학과 교수는 “천연가스 운반선 시장에서 중국의 성장세도 무시할 수 없다”며 “천연가스 운반선의 경우 대부분의 기술 로열티(특허)를 프랑스 GTT사가 갖는데, 최근 GTT사가 중국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선박 가치평가업체 영국 배슬스밸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41척의 LNG 운반선을 수주하며 전 세계 LNG 운반선 수주 점유율 38%를 기록했다. 대부분 중국 해운사 자체 발주 물량이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선주들이 아직은 선박의 잔존 가치가 높다고 보는 한국의 부가가치 선박을 선호하지만, 언제 중국이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발표한 ‘조선산업 친환경 발전 개요(2024년~2030년)’를 통해 올해까지 조선업의 친환경 발전 체계와 친환경 조선기자재의 공급망을 구축하겠단 목표를 밝혔다. LNG 운반선과 이중 연료 엔진선 등 세계 친환경 선박의 시장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단 목표도 제시했다. 이장현 교수는 “고부가가치 선박에 들어가는 연료전지나 부가 장비 산업 규모도 커서 중국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둔화된 업황…“조선업 큰 틀 마련” 목소리
올해 상반기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수주 실적은 감소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6월 76척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121척)보다 약 63% 줄어든 수치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상반기(27척) 대비 약 40% 줄어든 15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상반기와 같은 18척을 수주했지만 수주액이 지난해 상반기 49억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26억 달러로 절반 정도 줄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중국은 1004만 CGT(370척)를 수주해 5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487만 CGT(113척)를 수주해 25%의 점유율에 그쳤다. 중국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자동차 운반선, 벌크선 등 대부분의 상선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6년간 국내 수주량의 큰 비중을 차지한 LNG 운반선의 수요 감소가 수주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부가가치가 낮은 선박의 경우 우리나라 중형 조선소들이 수주하면 전체적인 수주량을 늘릴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에 남아 있는 중형 조선소들이 많지 않다”며 “대형 조선소는 고부가가치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을 더 끌어올리고, 중형 조선소는 애프터마켓(선박 유지보수) 기술력을 높여 사업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우리나라 점유율 상승을 위한) 관건”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로 조선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일본은 인수합병(M&A)과 1조 엔(약 9조 4000억 원) 규모의 민관기금을 조성해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일본은 전 세계 조선업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에 큰 격차로 밀려 있는 상황이다.
이은창 전문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정부도 조선업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조선업에 대한 전체적인 틀을 짜고 전략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며 “미국과 특수한 협력을 어떻게 이어갈지, 외국인 인력 양성을 어떻게 할지 등을 두루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