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공개매수·자사주 소각 요구…전형적인 ‘그린메일’”

태광산업은 진정서에서 “트러스톤은 지난 2월과 3월 주주 서한을 통해 태광산업의 주요 자산을 매각해 주당 200만 원에 18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트러스톤이 처음 주주 서한을 보낸 2월 3일 대광산업의 주가는 62만 10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러스톤이 요구한 공개매수 가격은 시가의 3.2배에 달한다.
당시 태광산업은 법무법인 검토를 거쳐 “고가의 공개매수는 주가를 일시적으로 급등시킨 뒤 급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시장 질서 교란 행위나 주가조작 혐의로 금융당국 조사와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태광산업이 고가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실시하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트러스톤의 요구를 거부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개매수 이후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면 거래량 감소가 불가피하고 결국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의 이 같은 행태를 ‘그린메일’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그린메일은 주로 기업 사냥꾼들이 지분을 매집한 뒤 대주주를 압박해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수법을 뜻한다.
태광산업에 따르면 지난 2월 3일 기준 트러스톤의 태광산업 주식 보유량은 6만 7669주로 태광산업이 트러스톤의 요구를 받아들여 주가가 200만 원까지 뛰었다면 트러스톤의 지분 평가액은 420억 원에서 1353억원으로 933억 원이 불어나게 된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트러스톤은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자본이득과 이에 따른 수백억의 성과보수를 챙기기 위해 이사들에게 범죄 행위를 종용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공인된 자산운용사가 단기 차익을 위해 상장 회사 이사회를 협박하는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러스톤이 블록딜에 앞서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과 관련해서도 태광산업은 의혹을 제기했다.
트러스톤이 지난 24일 정정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트러스톤은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11일 연속 순매도하며 태광산업 주식 9023주를 팔았다. 이는 당시 보유 물량의 13.3%에 해당하고, 매도 금액은 85억 원에 달한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트러스톤이 2021년 태광산업 주식을 사 모은 뒤 주식을 지속해 대량 처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