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첨단기술 싱크탱크 ITIF “통상 마찰 심화 우려” 독점규제법 이어 공정화법까지 불만 제기
#입점업체 보호하는 공정화법에도 반대

또 ITIF는 “독점규제법은 애플·구글·쿠팡·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배민) 등 한국에서 활동하는 주요 글로벌 IT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화법은 이보다 더욱 광범위한 규제를 통해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ITIF는 공정화법이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ITIF는 “일정한 정량적 기준을 충족하고 우월적 지위를 가진 것으로 간주되는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공정화법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우월적 지위 판단 기준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상당한 재량을 부여하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규제를 받을지 불확실하다. 특히 미국 IT 기업들이 표적이 되는 ‘선택적 집행’에 대한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22대 국회엔 온플법 관련 법안이 18건 발의돼 있다. 법안은 크게 독점규제법과 공정화법 두 갈래로 나뉜다. 독점규제법은 대규모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 불공정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공정화법은 플랫폼 기업 본사와 입점·납품업체 사이에 갑을 관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공정화법은 △입점업체에 단체교섭권 부여 △판매 대금 14일 이내 정산 의무화 △중개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7월 1일(현지시각) 미국 공화당 소속 에이드리언 스미스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 위원장 등 미 하원 의원 43명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장벽 중 하나는 한국 공정위가 추진하고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수용하는 법안”이라며 “그간 공정위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새벽에 기습적으로 압수수색을 하거나 업계 관행에 대해 형사 기소를 하겠다고 위협하는 일이 있었다. 공정위의 자의적이고 과도한 경쟁법 집행은 미국 기업의 한국 활동을 불필요하게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선 민간 플랫폼을 국가 인프라로 보고 국가 전략 차원에서 활용하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가 부상하고 있다”며 “플랫폼 규제가 비교적 약했던 일본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 촉진법’을 만들고 글로벌 플랫폼을 규제에 나섰다. 유럽연합(EU)도 디지털시장법(DMA법) 등을 통해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이러한 학습 효과로 미국이 (온플법에) 민감하게 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 공약이긴 하나…온플법 추진 진통 예상

정부의 온플법 제정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어떤 형태로 법안이 완성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한 관계자는 “온플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데다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이기 때문에 임기 내에는 플랫폼 관련 규제는 반드시 추진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앞으로 법안이 세부적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전혀 정해진 게 없다. 공정화법에 포함됐던 수수료상한제 내용을 외식산업진흥법에 넣자는 얘기도 나오는 등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측의 반발 등은 온플법 제정 추진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그간 정치권에선 미국 빅테크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독점규제법과 공정화법을 연계해 추진해왔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온플법 동향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 이제 와서 공정화법은 미국 기업과 관련이 없다고 얘기하면 미국에서도 쉽게 수용하기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전성민 교수는 “미국 기업만 배제하는 방식은 국내 토종 플랫폼의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어 더욱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7월 22일 열린 정무위 제2소위 회의록을 보면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온플법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법안이고 관련된 법안들이 내용별로 차이가 꽤 크다”며 “같은 당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많이 내서 이 상태에서 심의를 하면 쳇바퀴를 돌 듯하다”라고 밝혔다. 현행법으로 규제해도 충분하단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정거래법이나 전자상거래법 등 관련법의 집행력을 키우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ITIF도 “한국은 플랫폼의 위법 행위를 사건별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 규제당국은 기존 법률을 활용해 구글·퀄컴·쿠팡 등 주요 IT 기업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데 성공한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플랫폼공정경쟁정책과 관계자는 “여러 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공정위는 향후 입법 논의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통상 이슈 등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플랫폼은 예외? 공정위 “국적 상관없어”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횡포나 소상공인 갑질 행위를 막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입법에 대해 미국 측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중국 플랫폼이 제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적에 상관없이 정해진 조건에 부합하면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1일(현지시각) 미 하원 의원 43명은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 무역 협상에서 온플법을 의제로 다루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법안은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테무 등 중국의 주요 디지털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돕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기존에 발의된 법안들을 보면 연 매출 5000억 원 이상이면서 국내 소비자 대상 판매액 3조 원 이상인 온라인플랫폼 사업자가 규제 대상이다. 공정위 측에 따르면 국적 상관없이 기준을 충족하면 규제 대상이 된다. 다만 틱톡 등 중국계 기업은 국내 법인이 없고 국내 거래액 정보도 불투명한 탓에 규제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미국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관련 법안이 여러 개 발의된 상황이기 때문에 입법 논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협조 아래 미국 재계 등 대내외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해서 오해를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