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사실상 방치 사업, 공공임대 명분 3000억 원 예산 투입…LH “수요 높은 지역 신속 공급”

LH가 최근 경기도 하남시 학암동 648번지 일대 위례신도시 9-2블록에 대한 민간 신축매입 임대약정 사업 안건의 주택 매입심의를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해당 사업은 도면협의 단계에 있으며, 이후 감정평가를 거쳐 약정을 체결, 6개월 이내에 하남시로부터 인허가를 받은 뒤 착공에 들어가는 일정으로 추진된다. 호반건설은 이 부지에 신혼·신생아Ⅱ형 매입임대 형태로 '전용 25평' 안팎 오피스텔 약 336실을 지어 LH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지는 호반건설이 2019년 약 2500억 원을 넘게 들여 매입한 위례신도시 상업용지 1만 4683㎡(4442평) 중 절반인 7156.2㎡(2165평)이다. 호반건설은 6년 전 위례신도시 일반상업용지 9-1블록과 9-2블록을 LH로부터 매입했다. 땅값만 평당 5700만 원이 넘는 ‘금싸라기’로 호반건설은 원래 이 부지에 '전용 11평'대 원룸형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 오피스 등을 결합한 분양형 복합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공사비가 급등하고 위례신도시에 들어오기로 했던 경전철 위례신사선·트램 등 교통 인프라 개발이 지연되면서 해당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개발이 지연됐다.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호반건설은 금융이자, 수수료, 용역비,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세금 등으로 수백억 원대 비용을 이미 부담한 상태다. 해당 부지는 뚜렷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사실상 방치 상태였다.
이에 LH가 사실상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LH는 호반건설로부터 오피스텔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매입가는 호실당 1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LH가 3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해당 오피스텔을 매입할 경우 호반건설은 누적된 손실을 한꺼번에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주택 공급 확대를 목표로 내놓은 ‘무제한 신축매입 임대약정’ 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4년 8·8 부동산 대책을 통해 2026년까지 비아파트 주택 11만 호를 매입하고 서울에서는 조건만 맞으면 신청하는 대로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전세사기 확산으로 비아파트 유형의 민간 공급이 위축되자 정부가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공공 매입을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민간 건설사의 사업 실패를 공공기관이 세금으로 떠안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김학환 부동산정책연구원 원장은 “사업성이 낮아 자체 분양이 어려운 부지를 LH가 매입하는 것은 민간의 사업 실패를 공공이 회수해주는 격이다”며 “이미 재정 부담이 상당한 LH가 특정 건설사에 과도한 이익을 안겨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장기간 사업 진행이 안 돼 방치된 택지라면 LH가 해당 토지를 환수해 도급을 주는 방식이 더 타당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LH의 재정 여건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 6월 9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 대한민국 공공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LH 부채는 총 136조 9975억 원으로, 국내 비금융 공기업 31곳 중 부채가 가장 많았다. 2019년(111조 1569억 원) 대비 4년 만에 23% 늘어난 수치로 한국전력을 제외하면 부채 증가 속도도 가장 빨랐다. LH가 자체 수립한 ‘2024~2028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LH 부채비율은 향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LH는 해당 주택을 ‘든든전세’ 유형으로 공급한 뒤 6년 후 분양 전환할 계획이다. 보증금은 시세의 90% 수준인 약 5억 원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든든전세는 윤석열 정부에서 도입된 공공임대주택 유형으로, 민간 건설사로부터 매입한 신축 주택이나 아파트를 무주택 중산층에게 주변 시세의 90% 이하 전세금으로 공급한 뒤 일정 기간 후 분양 전환하는 방식이다. 기존 공공임대와 달리 소득이나 자산 요건이 없고, 교통·입지 여건이 우수한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산층 대상 공공임대주택 정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분양전환까지 마치면 LH가 시세차익을 남길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파트도 아닌 오피스텔을 1실당 최소 10억 원이 넘는 고가에 매입해 보증금 5억 원 안팎에 서민·중산층 대상으로 전세를 놓는 것이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취지에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공공임대주택은 공적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자산과 소득 기준을 두고 주택이 가장 필요한 주거 취약계층에 우선 공급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주거 취약계층에 충분히 주택이 공급된다면 상관없겠지만 현재 공공임대주택이 굉장히 부족한 상태고 윤석열 정부 때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부분 삭감하기까지 했다”며 “공공임대는 장기적 주거 안정과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책 수단인데 6년 후 분양 전환할 경우 재고도 사라지고 주택 시장 가격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LH가 건설사 물량을 사 와서 공급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조정된 가격으로 주택을 직접 구입하는 것이 낫다. 게다가 LH 입장에서도 나중에 분양 수익을 실현하기에는 오피스텔의 상품성이 낮아 쉽지 않다”며 “시장에서 해당 가격에 소화되지 못할 물량을 민간 건설사의 미분양 해소를 위해 LH가 계속 사 주고 있다. 그런데 LH가 계속 사주게 된다면 주택이 저렴하게 공급될 가능성은 대단히 축소된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이번 사례는 ‘매입형 공공임대’의 본래 취지에도 정면으로 어긋난다. 공공임대는 원래 도심 내 택지 확보가 어려울 때 민간이 소규모로 개발한 주택을 공공이 매입해 활용하는 구조지만, 위례 9-2블록은 처음부터 민간에게 분양된 택지라는 점에서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LH가 처음 택지를 매매할 때 학교가 부족하기 때문에 학령인구가 늘어날 수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지어서는 안 되는 곳이라고 공고했는데 해당 원칙마저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LH 관계자는 “신축매입 임대약정 사업은 신혼부부나 청년층을 대상으로 도심이나 역세권 등 수요가 높은 지역에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울 중심부에서는 예전처럼 대규모 지구를 지정해 보상하고 택지를 조성해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민간 건설사가 역세권 등의 땅에 주택을 지으면 LH가 이를 감정가로 매입해 공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적인 방식은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대신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신축매입 임대약정 방식은 수십 가구 규모의 오피스텔이라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H는 민간에서 제안한 부지를 심의해 입지와 수요를 검토하고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매입에 나선다”며 “내년까지 총 11만 호를 이 같은 방식으로 매입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