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과의 분쟁 염두 경영권 강화 관측, 일부에선 승계 둘러싼 해석도…LS그룹 “단순 투자 목적”

LS그룹 소속 사업회사가 (주)LS 지분을 매입한 것도 최초다. LS그룹이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주)LS를 설립한 이후 LS그룹 소속 사업회사가 (주)LS 지분을 보유한 적은 없었다. LS그룹은 LG그룹 구인회 창업주 2세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 명예회장이 독립해 설립했다.
인베니는 LS그룹 지주사 체제 밖 계열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LS그룹을 상호출자제한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인베니는 LS그룹 소속 계열사로 분류되지만 (주)LS와 그 종속회사가 보유한 인베니의 지분은 없다. LS그룹 오너일가가 인베니의 지분 69.2%(자사주 포함)를 확보하며 LS그룹의 소속 계열사에 포함됐다.
예스코홀딩스는 지난 3월 ‘인베니’로 사명을 바꾸고 투자형 지주사 전환을 선언했다. 인베니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자산은 약 1조 2138억 원 규모다. 그해 매출은 1조 1603억 원을 기록했다. 인베니 측은 사명을 교체하면서 “회사의 비전인 ‘2030 1&1’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기업가치 1조 원, 투자운용규모 1조 원의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인베니의 (주)LS 지분 매입을 두고 호반그룹과 관계를 연관지어 생각하고 있다. LS그룹과 호반그룹은 법적 분쟁을 거치면서 껄끄러운 관계에 놓였다. LS그룹의 핵심 계열사 LS전선은 2019년 호반그룹 계열사 대한전선의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 분쟁은 LS전선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양측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경찰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양측의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시기 호반그룹이 (주)LS 지분 3%가량을 확보한 소식이 알려졌다. 호반그룹 측은 (주)LS 지분 매입에 대해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분 3% 이상을 소유한 주주는 회계장부 열람권, 임시 주주총회 소집권 등 권한이 생긴다. 호반건설이 지분 매입을 통해 LS그룹 오너일가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뒤따랐다.
호반그룹 측의 지분 매입으로 당장 LS그룹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LS그룹 오너일가가 확보한 (주)LS 지분은 전체 발행주식의 32.1% 수준인데, 자사주를 제외한 유통물량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의 지분율은 37.8%까지 오른다. 아울러 자사주를 활용해 기존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호반건설이 LS그룹 지배력을 흔드는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높지 않다.
다만 LS그룹 오너일가의 지분이 잘게 쪼개져 있다는 점이 향후 변수로 부각될 수 있다. LS그룹 오너일가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한 구자은 회장도 지분율이 3.63%에 불과하다. 이외에 구 회장의 친인척 수십 명이 확보한 지분율도 각각 0.02~2.99% 수준에 그친다.
LS그룹의 사촌 경영이 후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결속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LS그룹은 2세 시대를 넘어 3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데 호반그룹이 이 지점을 파고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속속 나왔다. 결과적으로 LS그룹 오너일가의 인베니가 (주)LS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강화하면서 호반그룹 압박에 대비하는 모양새가 됐다.
최근 LS그룹 오너일가는 지배력 강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LS그룹은 한진그룹에 65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해 한진그룹 계열사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호반그룹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 LS그룹이 EB를 대한항공에 넘겨 동맹 관계를 구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촌 경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유는 승계 과정에서 불만을 갖는 구성원이 생기기 마련이다”라면서 “표면적으로 LS그룹이 큰 분쟁 없이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지만 향후 구성원들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인베니가 LS그룹의 구평회 명예회장 직계비속(일가) 경영인이 제외된 회사라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LS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지주사 체제 안 계열사는 (주)LS 지분을 사촌들이 고르게 보유해 공동 경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밖의 계열사는 인베니와 E1를 통해 각각 운영되고 있다. 인베니의 경우 구태회 명예회장과 구두회 명예회장 일가가 지분을 확보해 경영하고 있고, E1은 구평회 명예회장 일가가 지배하고 있다.
구태회 명예회장과 구두회 명예회장 일가가 인베니를 통해 (주)LS 지분 매입 신호탄을 쏘면서 구평회 명예회장 일가도 E1을 통해 행동에 나설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기업 규모는 E1이 인베니보다 크다. 지난 3분기 기준 E1의 연결기준 자산 규모는 14조 7503억 원 수준이다.
LS그룹 관계자는 “인베니의 (주)LS 지분 매입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면서 “AI(인공지능) 전력 슈퍼사이클을 보고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보기엔 지분 매입규모가 미미하다”라고 덧붙였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