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박상진 목진석 등 9명 본선행, 중국의 절반…“독보적 신진서 착시효과, 중국과 실제 격차 커”
총 381명이 참가해 15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벌인 6일간의 열전에서 한국은 218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출전했음에도 김지석 9단, 박상진 9단, 목진석 9단, 단 3명만이 본선에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한국의 3분의 1 수준인 83명이 출전한 중국은 무려 11장의 티켓을 싹쓸이하며 두터운 선수층을 다시 한번 자랑했다.

이번 통합예선 결과로 결정된 32강 본선 진출자 명단은 한국 바둑의 위기를 더욱 실감하게 한다. 국가시드를 받은 신진서, 박정환 9단 등 6명과 예선 통과자 3명을 더해 한국은 총 9명이 본선에 나선다. 이에 반해 중국은 전기 시드 4명, 국가시드 3명에 예선 통과자 11명을 더해 총 18명으로, 한국의 정확히 두 배에 달하는 막강한 진용을 갖췄다. 한국에서 주최하는 세계대회임에도 본선 무대의 절반 이상을 중국 기사들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박상진 9단의 투혼이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지켰다. 박상진 9단은 일반조 결승에서 중국의 강호 자오천위 9단을 상대로 5시간 51분, 301수까지 가는 혈투 끝에 극적인 반집승을 거뒀다. 이 승리는 이번 통합예선 결승 한중전의 유일한 승리로, 전패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값진 결과였다.
한편 2014년 삼성화재배 우승자 김지석 9단은 후배 권효진 7단을 꺾고 본선에 합류했으며, 시니어조에서는 목진석 9단이 이창호 9단을 상대로 승리하며 10년 만의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개별 선수의 분전과 달리 전체적인 결과는 암담하다. 여자조 결승에 오른 오유진 9단은 중국의 탕자원 6단에게 패하며 본선행이 좌절됐고, 올해 신설된 U-20조에서도 중국의 푸젠헝 7단이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과 대만은 단 한 명의 예선 통과자도 배출하지 못하고 전원 탈락해, 세계 바둑이 한중 양강 구도, 특히 중국의 독주 체제로 굳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 바둑 관계자는 최근의 부진이 한국 바둑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과거 한국이 세계 바둑계를 주도하던 시절 도입한 통합예선이, 중국이 우위에 선 지금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신진서라는 독보적인 기사의 존재가 우리가 여전히 강하다는 착시 효과를 줄 뿐, 중국과의 실제 격차는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현실을 반영해 통합예선을 재고해야 하며, 우리만 내세우는 공정함 때문에 바둑 팬들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현행 방식의 시급한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번 예선에서는 베트남의 19세 소녀 하꾸윈안이 월드조에서 우승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2013년 월드조 신설 이래 첫 여성 우승자로, 베트남 남녀 통합 최강으로 꼽히는 하꾸윈안의 본선 진출은 세계 바둑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꾸윈안을 어릴 적부터 가르쳐온 스승 이강욱 3단은 “한국에서 베트남 바둑 보급과 발전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준 덕분이다. 이번 하꾸윈안의 본선 진출이 베트남 바둑 성장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예선을 마친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본선 32강전은 오는 11월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열린다.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는 삼성화재해상보험(주)이 후원한다. 우승 상금은 3억 원, 준우승 1억 원이며 생각시간으로 각자 2시간에 6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32강 명단
한국(9명) : 신진서, 박정환, 강동윤, 신민준, 변상일, 안성준(이상 국가시드) 김지석, 박상진, 목진석(이상 통합예선 통과)
중국(18명) : 딩하오, 당이페이, 롄샤오, 진위청(이상 전기시드), 왕싱하오, 양카이원, 리친청(이상 국가시드) 펑리야오, 랴 오위안허, 탄샤오, 셰커, 양딩신, 스웨, 류위항, 황밍위, 예창신, 푸젠헝, 탕자원(이상 통합예선 통과)
일본(2명) : 미정(국가시드)
대만(1명) : 쉬하오훙(국가시드)
베트남(1명) : 하꾸윈안(통합예선 통과)
와일드카드(1명) : 미정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