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 꼽힌 삼척·평택·보령 동반 부진, 포항·부광은 예상 밖 선두권…용병 활약 여부가 후반기 판도 가를 듯

개막 전, 각 팀 감독과 바둑 전문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H2 DREAM 삼척, 평택 브레인시티산단, OK만세보령의 3강 구도를 점쳤다. FA 최대어 김은지 9단에 중국 강자 리허 5단까지 영입하며 ‘어우삼(어차피 우승은 삼척)’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삼척, 일본의 천재 소녀 스미레 4단과 중국의 신성 우이밍 6단을 품으며 화려한 한·중·일 영건 라인을 구축한 평택,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의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한 보령의 독주가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4라운드가 끝난 현재, 이들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절대 1강’으로 평가받던 삼척은 1승 3패라는 충격적인 성적으로 7위에 머물러 있다. 주장 김은지가 홀로 4전 전승을 거두며 여자바둑리그 정규리그 2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야말로 ‘소녀 가장’의 눈물겨운 분투일 뿐 팀의 승리로 연결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감독에서 선수로 변신한 2지명 권효진 8단이 4연패의 깊은 늪에 빠졌고, 3지명 김신영 3단이 4라운드에서야 값진 첫 승을 거두며 팀의 4연패를 막은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3연패 뒤 거둔 첫 승리에 대해 김은지는 인터뷰에서 “그동안 제가 이겨도 팀이 져서 아쉬웠는데, 오늘 드디어 팀이 이겨서 정말 기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거함’들이 침묵하는 사이, 예상 밖의 팀들이 토종 선수들의 힘으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팀은 3전 전승으로 단독 1위에 오른 포항 포스코퓨처엠이다. 포항은 별도의 용병 없이 순수 국내 선수들로만 구성됐음에도, 베테랑 1지명 김혜민과 신예 2지명 김경은이 나란히 3연승을 합작하는 완벽한 조화를 선보이며 팀의 무패 행진을 이끌고 있다.
하위권 후보로까지 분류됐던 서울 부광약품의 약진도 놀랍다. 주장 김채영 9단이 3승 1패로 든든하게 중심을 잡는 가운데, 신예 최서비(2승 2패)와 이나현(2승 2패)이 고비마다 결정적인 승리를 보태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3승 1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여수세계섬박람회와 영천 명품와인이 각각 2승 1패로 공동 3위에 오르며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초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러한 이변의 중심에는 용병들의 부진도 한몫했다. 팀의 허리를 받치거나 승부의 쐐기를 박아야 할 용병들의 활약이 미미했다는 점도 초반 판도의 주요 변수다. 삼척의 리허(1패), 평택의 우이밍(1패), 부안의 뉴 에이코(1승 1패) 등 기대를 모았던 용병들이 아직 이름값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오직 영천의 양쯔쉔(2승 1패)만이 제 몫을 다하며 팀의 상위권 도약에 기여하고 있을 뿐이다.
한 바둑 관계자는 이러한 초반 판도에 대해 “당일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고, 한 선수의 패배가 팀 전체의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3판 2선승제 리그의 특성상 이변이 자주 발생해 예측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확실히 예상 밖의 결과지만, 아직 리그는 초반에 불과하다. 용병들이 본격적으로 대거 투입될 통합라운드를 기점으로 순위표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때가 되면 비로소 각 팀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측이 무너진 자리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쓰이고 있는 2025 여자바둑리그. 과연 거함들은 부진을 털고 자존심 회복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다크호스들의 반란이 끝까지 이어질 것인가. 안갯속 순위 경쟁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며, 팬들의 시선은 벌써부터 다음 라운드로 향하고 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