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 민간 매각 ‘땅장사’ 대신 직접 분양…민영주택 사전청약 피해자들도 “공영 전환” 요구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LH는 원주민 토지를 수용해 조성한 공공택지를 민간 기업에 매각해 왔으며, 민간 기업은 낙찰 받은 택지를 토대로 자체 공사를 진행해 수익을 올렸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LH가 입찰 경쟁을 유도해 택지 매각가가 높아짐에 따라 분양가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LH 사업 구조를 택지 매각 중심에서 공영개발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영개발은 공공택지를 민간에 분양하지 않고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시행자로 직접 나서 분양, 주택관리 등을 책임지고 민간 건설업체는 시공사로만 참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 말 인사청문회에서 “민간은 시공하는 정도로만 참여해 지금보다 좀 더 한 단계 높은 공공주택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근 민영주택 사전청약 사업 취소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택지를 낙찰 받았던 사업자가 사업성 악화 등의 이유로 사업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경산 대임지구 B3 블록 △파주 운정3지구 1·2·5·6블록 △세종시 집현동 4-2생활권 H3블록 등도 사업이 취소됐다. 민영주택 사전청약 후 사업이 취소된 사업장은 총 14곳으로 늘어났다.
민영주택 사전청약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LH가 소위 ‘땅장사’ 대신 공영개발을 통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하루빨리 보장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주 운정3지구 사전청약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LH는 같은 부지를 재매각해 또다시 수익을 얻으려고 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3년 넘게 기다림 속에 생활비와 전세비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며 “운정3지구를 LH 개혁의 상징적 모델로 만들어 달라”고 밝혔다. 취소 사업장 중 인천 가정2지구 2블록은 LH의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된 바 있다.
파주 운정3지구 사전청약 당첨자 A 씨는 “낙찰가를 비싸게 높여야 택지를 분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사업성 악화 문제까지 겹쳐서 사업을 포기한 민간 시행사들 입장에서도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며 “땅장사를 하려다가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결국 피해를 입었음에도 LH는 재매각을 하려는데 사업이 또다시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LH는 공공택지 매각을 통해 얻은 차익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운영하면서 생긴 적자를 보전해왔다. LH 내부자료에 따르면 공공임대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액은 2023년 2조 2565억 원, 2024년 2조 4815억 원으로 나타났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총 13조 8944억 원의 손실액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영개발로는 싱가포르 사례가 거론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택지 개발부터 건설, 분양까지 공영개발 전 과정을 공공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LH가 싱가포르식으로 구조를 바꾸면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진다. 싱가포르의 경우 주택개발청(HDB)의 적자를 국고로 보조해주고 있다.
택지를 매각하지 않으면 자금 유동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규 사업장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택지 매각을 통한 자금을 토대로 또 다른 택지를 조성할 텐데, 택지를 매각하지 않으면 자금이 묶여 버리는 셈”이라며 “LH가 목표로 하는 공급 물량이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채 발행 등으로 LH가 자체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부채가 발목을 잡는다. LH의 2024년 말 기준 총부채 규모는 160조 1055억 원으로, 1년 새 7조 2581억 원가량 늘었다. 같은 시기 부채비율은 217.69%로 나타났다. 2028년에는 부채가 226조 9000억 원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LH가 자체로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데다 주택도시기금 출자나 국고 보조도 힘든 상태”라며 “뉴스테이(현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처럼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초기 재원 마련과 엑시트(자금 회수)를 도모해보는 것이 LH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수요 억제책으로 내놓은 6·27 대출 규제의 효과가 약해진다는 우려가 나온 가운데, 정부는 9월 초에 처음으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또 국토부는 8월 말 LH 개혁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LH 관계자는 “인천 가정2지구 2블록 공영개발 방식 전환의 경우 국토부의 결정으로 이뤄졌다. 민영주택 사전청약 후 사업이 취소된 다른 사업장들의 공영개발 방식 전환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추후 출범될 TF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따라 수익·재원 마련과 주택 공급 목표 등 LH 운영 방향성도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