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비상계엄 해제 의결 후 국무회의 지연…정족수 채우려 국무위원 재촉 정황도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등을 통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 6명에게 대통령실로 신속히 오라고 지시했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가 예정된 밤 10시가 임박한 시점까지 추가로 호출했던 송 장관 등이 오지 않자 직접 연락해 “오고 계시죠? 어디쯤이세요? 빨리 오세요”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송 장관이 밤 10시 10분쯤 도착할 것 같다고 답하자 한 전 총리는 “더 빨리 오시면 안 되나요? 빨리 오세요”라며 재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후 자리에 있던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에서 같이 모여서 참석했다는 의미로 서명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 전 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서명을 거부하면서 자리를 떠나 서명이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 공소장에는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가 의결된 후 국무회의 심의 지연을 통해 내란을 방조한 행위도 담겼다. 한 전 총리는 당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부회의를 하던 중 방송 생중계를 통해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시 2분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된 사실을 알았다.
방기선 당시 국무조정실장은 한 전 총리에게 “해제 국무회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대통령하고 직접 통화를 해보시라.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총리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조금 한 번 기다려보자”라며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관련 조치들을 지연했다. 그는 1시간 정도 지난 지난해 12월 4일 오전 2시쯤 추가적인 건의를 받은 뒤늦게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개별임무 지시 문건을 파쇄한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에게 받아 보관하고 있던 비상계엄 선포문을 강 전 실장에게 전달했다. 강 전 실장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의 서명란이 포함된 표지를 만들었고, 한 전 총리로부터 받은 비상계엄 선포문을 붙이는 방식으로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
한 전 총리는 해당 문서 국무총리 부서란에 서명했다. 강 전 실장은 이후 문건을 사무실에 보관했다.
김 전 장관이 긴급체포된 뒤 한 전 총리는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말하면서 문건의 폐기를 요청했다. 강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사무실에 보관돼있던 문건을 세단기에 넣어 파쇄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최초 비상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하고 폐기한 혐의도 있다. 그는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