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6집 ‘리치맨’ 발매 앞두고 무대 올라…공중 부양기구로 등장, 밴드 사운드 진면목 보여줘
8월 29∼31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구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세 번째 단독 콘서트 ‘싱크 : 액시스 라인’(SYNK : aeXIS LINE)에 모인 3만여 명의 팬들은 걸그룹 에스파의 질문에 일제히 환호하며 “네”라고 외쳤다. 단순히 매력적인 노래와 퍼포먼스뿐 아니라 긍정적인 메시지를 통해 K-팝이 글로벌 음악 시장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현실판 헌트릭스’의 등장은 강렬했다. 거대한 장막이 거치자 4명의 멤버는 공중 부양된 기구 위에서 팬들과 처음 대면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프닝에서 멤버들이 비행기 위에서 뛰어내려 공연장에 안착하듯, 기구에서 내려온 에스파는 곧바로 정규 1집 타이틀곡이자 그들을 대표적인 히트곡 ‘아마겟돈’으로 포문을 열었다. ‘세트 더 톤’(Set The Tone)과 ‘드리프트’(Drift)를 연이어 부르며 오프닝을 마친 에스파는 “사흘 공연이 후딱 지나갔다. 혼을 불살라 노래할 테니 혼을 불살라 마지막까지 함께 신나게 놀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에스파는 신곡 무대에 특히 신경 썼다. 앞서 ‘슈퍼노바’와 ‘위플래시’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바탕으로 일명 ‘쇠 맛’을 강조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록밴드의 옷을 입었다. 화려한 라이브 연주가 어우러진 공연에서 에스파는 밴드 사운드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는 타이틀 곡 ‘Rich Man’을 비롯해, 중독성 있는 휘파람 소리가 포인트인 ‘드리프트’(Drift), 감미로운 보컬이 돋보이는 ‘앤젤#48’(Angel #48), ‘투 더 걸스’(To The Girls)까지 총 4곡의 무대를 최초 공개했다.
특히 ‘리치맨’을 부를 때는 무대 중앙에 피라미드처럼 높이 쌓인 돈다발 세트와 불길이 치솟는 장치를 배치했다. 이 곡은 자존감과 자기애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시야 제한석까지 꽉 채운 팬들이 신곡에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윈터는 “여러분이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 오늘도 너무 좋은 꿈을 꾸며 잘 것 같다”고 말했고, 카리나는 “여러분이 없으면 저희가 이런 무대를 준비하는 의미도 없을 텐데, 저희에게 좋은 의미가 되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후반부에는 에스파가 그동안 발표한 메가 히트곡의 향연이 펼쳐졌다. ‘넥스트 레벨’(Next Level), ‘슈퍼노바’(Supernova), ‘위플래시’(Whiplash) 등을 연이어 부르자 관객들의 반응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미는 에스파가 이 세상 모든 소녀를 향한 외침을 담은 ‘투 더 걸스’(To The Girls)가 장식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에스파는 ‘중심’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공연명 ‘액시스 라인’ 역시 ‘중심축’(Axis Line)이라는 표현에서 따왔다. 세상 모든 유혹과 도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에스파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지키고, 이런 마음을 팬들에게 전파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이날 에스파의 콘서트에는 선·후배 걸그룹 멤버들이 집결했다. 소녀시대 태연, 레드벨벳 아이린, 슬기 등 같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멤버를 비롯해 아이들 미연, 피프티피프티 키나, 걸스데이 출신 혜리, 비비 등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무대 위에서는 경쟁자지만, 무대 아래서는 함께 K-팝 시장을 이끌어가는 동료로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들을 일일이 소개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에스파는 “앞으로도 더 감사할 줄 아는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팬들에게 약속을 건네며 3시간에 육박하는 공연을 마무리했다.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