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흉 악화로 향년 76세 별세…마지막까지 유머 감각 잃지 않고 주위 사람과 인사 나눠

전유성은 코로나19를 앓은 데 이어 급성 폐렴과 부정맥 등으로 건강이 급속히 악화됐다. 몇 년 사이 체중이 16㎏이 빠질 정도였다. 지난 7월 폐기흉 관련 시술을 받았지만 호흡 곤란 증상이 계속 이어져 최근에 다시 입원했다. 위독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전유성 측은 이를 부인했다. 자발 호흡이 어려워 산소마스크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의식은 뚜렸했기 때문이다.
전유성 측 관계자는 25일 오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양쪽 폐에 기흉으로 공기가 차 있어 자가 호흡이 힘들어 산소호흡기를 착용했다”며 “100m 달리기를 하고서 사람들이 숨이 차는 것처럼 힘들게 호흡하고 계신다”고 증상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오면 누군지 알아보고 대화는 나눌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예후에 따라 상태가 호전될 수도, 악화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김학래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이 24일 병원을 찾아 전유성에게 후배들이 쾌유를 비는 영상 메시지를 보여줬다.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는 전유성의 투병 사실을 접한 뒤 “평소 우리 코미디계 큰 어른이자 존경받는 전유성 선배님께서 현재 건강이 많이 위독한 상황”이라며 “한국 코미디 발전에 헌신해 온 전유성 선배님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바쁜 스케줄과 여러 사정으로 직접 병문안을 드리지 못하는 선후배 여러분들께서는 영상 편지를 보내주면 감사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렇게 모인 후배들의 영상 메시지를 모아서 편집한 것을 김학래 협회장이 전유성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결국 25일 밤 9시 5분쯤 전유성이 향년 7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달됐다. 하루 전 후배들의 영상 메시지를 들고 고인을 만났던 김학래 협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어제 병원에서 보고 온 것이 마지막이었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말도 바로바로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다행히 후배들이 정성을 다해 고인을 응원한 영상 메시지는 잘 전달됐다. 협회 측은 “후배들의 영상 응원을 받고 매우 기뻐하셨다. 병상에서도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전유성은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1968년 TBC 동양방송 특채 코미디 작가로 방송계와 인연을 맺었다. TBC ‘쑈쑈쑈’ 작가로 데뷔해 희극 방송 대본을 쓰기 시작한 그는 코미디언으로 전향했다. 슬랩스틱 코미디가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시절에 전유성은 몸을 쓰는 대신 말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코미디 작가 출신답게 방송가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통했으며 남다른 시각의 톡톡 튀는 기획력도 돋보였다. 고인은 ‘유머1번지’, ‘쇼 비디오 자키’, ‘개그콘서트’,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에 출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MBC 표준FM ‘전유성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DJ를 맡기도 했다.
‘코미디언’으로 불리던 희극인이 지금처럼 ‘개그맨’으로 불리게 된 것도 전유성의 제안 때문이다. 고인은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대한민국 최초의 개그맨이기도 하다. 또한 고인은 공개 코미디 무대라는 새로운 방식을 기획해 KBS ‘개그콘서트’ 탄생에 앞장서며 한국 개그의 새로운 지평을 연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개콘 아버지’라 불리기도 했던 고인은 2013년 3월에는 코미디 40년 특집으로 기획된 ‘개그콘서트’에 직접 출연했다. 이에 KBS ‘개그콘서트’는 9월 28일 방송에서 짧은 영상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또한 고인이 활발히 활동했던 KBS 일대에서 노제도 지낼 예정이다.

고인은 후배 개그 지망생들의 양성과 교육에도 앞장서 왔다. 최근까지도 동서대학교에서 코미디 특강을 하며 후학들을 키워냈다. 9월 6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에서 열린 제13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부대 행사인 ‘코미디 북콘서트’에서 이홍렬, 정선희와 함께 MC를 맡고 강연까지 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또한 고인은 경상북도 청도와 전라북도 남원 등에서 지자체와 코미디 활성화를 위한 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올해 봄까지도 남원시 인월면에 터를 잡고 국숫집을 운영했다. 이런 인연으로 전북 남원시 인월면이 고인의 장지가 돼 수목장이 진행된다. 김학래 협회장은 “전유성 선생님이 희극인장으로 장례를 치러 달라며, 지리산 인근 수목장을 장지로 원하셨다”고 전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