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동행 김주애 ‘백두혈통’ 네 번째 주자 급부상…‘일봉’ 등 이름 금지돼 김정은 어린 아들 존재 관련 주목

북한엔 여전히 특유의 남존여비 기류가 남아있으며,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 여성 후계구도를 견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부상할 가능성을 상당히 낮게 바라보는 분위기였다. 김주애의 공개 행보가 단발성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됐다. 2023년과 2024년에도 김주애는 활발한 외부 활동을 펼쳤다. 2024년 1월 1일 능라도 경기장서 열린 ‘신년 경축 대공연’에 김정은과 함께 참석한 데 이어 1월 5일엔 중요군용대차생산공장 현지지도에도 동행했다. 이날 일정은 미사일 발사가 아닌 실무 현지지도에 김주애가 동행한 첫 사례였던 터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날 실무 현지지도 동행을 보도한 북한 관영매체는 “존경하는 자제분이 함께 동행하셨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서 김주애는 조선노동당 비서들보다 먼저 호명됐다. 사실상 김주애가 의전서열 2위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주애를 이름이 아닌 극존칭으로 표현한 대목도 시선을 끌었다.
2024년 3월 15일 항공육전병 훈련 현장과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김주애는 김정은 옆에 밀착 동행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주애에게 ‘향도’라는 표현을 썼다. 김정은과 동등한 향도자로 언급되며 ‘후계구도 빌드업’ 기류가 연출되기 시작했다. 향도는 최고지도자 혹은 후계자에게만 쓰였던 단어로 알려져 있다. 다만 북한은 이후 출판된 문헌 등 자료에서 향도 표현을 삭제하며 묘한 의구심을 남겼다.

2025년에도 유의미한 행보들이 이어지고 있다. 김주애는 김정은의 핵심 과제로 지속 언급하고 있는 ‘원양함대 구축 프로젝트’ 관련 행사에도 얼굴을 드러냈다. 5000톤(t)급 구축함 최현함과 강건함 진수식에도 김정은과 함께 참석했다.
9월 2일엔 중국 제80주년 전승절 기념행사에도 김정은과 동행한 것이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실상 첫 외교행보였던 전승절 행사 참석에 김주애가 동행하면서 해외 순방에도 참석할 정도로 밀착 동행을 하고 있다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해외 순방까지 김주애가 김정은과 함께 움직이면서 ‘후계 구도 확정’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주애가 ‘백두혈통’ 네 번째 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은 점점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변수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김정은 아들 존재 여부다. 9월 24일 미국 비정부기구(NGO)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마지막 후계자? 김주애와 북한의 권력승계’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김주애의 북한 권력 승계 가능성을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주애 존재를 세상에 가장 먼저 알린 인물로 꼽히는 전직 NBA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은 북한을 네 차례 방문하며 김정은 가족과 측근을 많이 만났지만, 아들과 관련한 어떤 흔적도 접하지 못했다. 스위스 유학시절 김정은 동급생이었던 조앙 미카엘로 역시 김정은이 아들을 낳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고서는 이 같은 증언들을 종합해 김정은에게 실제로 아들이 있을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보고서엔 “과거 한국 국정원은 북한 남자아이 장난감 수입 증가를 근거로 2010년 생 아들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내용은 현재 재검토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HRNK는 2010년생 김정은 아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낮게 진단하면서 김주애보다 더 어린 아들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선 여지를 남겼다. “관련 정보는 확인된 것이 없다”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갈무리했다.
HRNK 보고서는 “전임자들과 비교했을 때 김정은은 여성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것에 더 열린 (마인드를 가진) 듯한 모습”이라면서 “만약 김주애가 김정은 후계자가 된다면 김주애 자녀는 (부친 성을 따르는 관행으로 인해) 김씨가 아닌 최초의 ‘백두혈통’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김주애 후계자론을 위협할 만한 최대 변수는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는지 여부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서는 백두혈통과 같은 이름을 쓰는 것을 금지하는데, 북한 현지에서 사용이 금지된 남자 아이의 이름 중 김정은 아들 이름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에서 최근 금지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름은 령주와 일봉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주목받는 이름은 일봉이다. 대북 소식통은 “지금까지 북한은 후계자를 정하면서 전임 지도자 이름과 한 글자씩을 같게 만들어 왔다”면서 “특히 김일성과 김정일의 이름 첫 글자인 ‘일’과 ‘정’은 향후 등장할 후계자 이름에도 쓰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북한에서 금지된 이름 가운데엔 ‘은주’라는 이름도 포함돼 있다는 후문이다. 실명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김주애의 본명이 사실은 은주 아니냐는 가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주라는 이름에 쓰인 ‘은’ 자가 김정은 이름 마지막 글자와 같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란 평가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김주애가 외부에 등장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후계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같은 ‘여성 백두혈통’이자 당 핵심인 김여정이 여성 후계자 등장을 견제하지 않을지, 상당히 전근대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에서 여성 후계자를 용인할지 등 여러 내부적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