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당정 속도·온도 차” 개혁입법 이견 우려 간접 표출…민주당 수습 나섰지만 사법개혁 두고 재점화 가능성

우 수석은 최근 하락세를 보인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에 대해 “‘이재명 정부 때문에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세상이 좀 시끄러운 것 같다’는 게 총평 아닐까 생각한다”며 “개혁하는 거 좋은데, 너무 싸우듯이 하는 게 불편하고 피곤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국민의 사랑과 전폭적 지지를 받는 개혁의 접근 방식에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검찰개혁·사법개혁 등 각종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 입장차 조율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밀어붙이는 여당의 스탠스에 대해 대통령실이 다소 불만을 갖고 있다는 취지였다.
당정 갈등으로 번지자 여당에서는 진화에 나섰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월 8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정청래 대표는 대통령실과 거의 매일, 필요하면 하루에도 두세 차례씩 빠짐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당 지도부 출범) 초기에 ‘당·정·대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더 잘하기 위해서 소통체계를 더욱 더 구축했고, 지금 당·정·대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민수 당대표 비서실장 역시 10월 9일 JTBC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내가 아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는 개혁에 있어서 방향과 속도가 거의 일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9월 24일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감 증인 명단에 총무비서관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김현지 실장이었다. 국민의힘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서는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며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현지로 통한다) 조어처럼 민주당이 김현지 눈치를 본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쟁에 기름을 부은 것은 민주당 반응이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비서관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갖고 대통령실 운영에 관여하는 비서실장에게 따져 물어도 충분히 국정감사에 지장이 없다”며 “정쟁으로 국정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의도에 협조할 수 없다”고 맞섰다. 친명 중진 조정식 의원 역시 “김현지 실장은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고 사심이 없는 사람”이라며 “국감에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실장 엄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이어 갑작스레 발표된 대통령실 인사도 의심을 가중시켰다. 9월 29일 김 실장은 총무비서관에서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총무비서관과 달리 1부속실장은 국감 불출석이 관례다.
국민의힘은 “그 정도로 숨겨야 할 사람이면 더 불러야겠다”고 김 실장 운영위 출석 추진 의지를 불태웠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운영위뿐 아니라 산림청장 인사개입 의혹, 백현동 비리 등 김 실장이 얽혀있는 여러 상임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시키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김 실장이 출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10월 1일 “김 실장 본인은 국회가 결정하는 바에 100% 따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수석 역시 앞서 인터뷰에서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에 대해 “우리 비서실이 (김 실장을) 감싸야 할 이유가 없다. 국회가 (출석을) 의결한다면 100% 나간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당도 발맞춰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월 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이 김 실장을 국감에 안 내보내려고 한다든가 그런 일은 전혀 없다”며 “(출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청래 대표는 연휴 도중 “상기하자 조희대의 난, 잊지 말자 사법개혁”이라는 글을 올려 속도전을 암시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개혁에 불을 붙인 장본인은 대선개입 의혹의 중심에 선 조희대 대법원장”이라며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는 사법부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10월 중순 대법관 증원 등을 담은 사법개혁안을 발표하고, 11월 안에 법안을 처리해 올 연말까지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이번 국감에서 대법원을 대상으로 현장 국감을 실시하고,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면 우상호 수석은 여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것을 두고 “비정상적인 사법부의 행위에 대해 파헤쳐야 되고 진상이 드러나야 된다”면서도 “방법은 좀 지혜로웠으면 좋겠다. 지금 마치 복수하고 보복하듯 보여지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정의롭다고 해서 늘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는 확연히 다른 스탠스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내기는 어렵다. 이에 장관이나 복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 법안을 9월에 처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하지만 당이 당론을 모아 추진하는 만큼 힘을 실어줬다”며 “그럼 민주당도 대통령실의 입장을 일정 부분 받아들여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처럼 강성 지지층만 보고 개혁을 추진하면 대통령실과 간극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대표, 추미애 법사위원장 등 당내 ‘강경파’들의 드라이브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의 의사결정에 당원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정당민주주의 차원에서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정치인들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게 된다. 내실 있는 정치인보다 목소리가 높은 정치인들이 지지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이에 정치인들도 점점 자극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걱정했다.
여권에선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자기정치를 본격화할 경우 대통령실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본다. 이러한 우려는 정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부터 친명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내용이기도 하다.
한 친명계 핵심 인사는 “우 수석이 완곡하게 말했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선 정 대표를 향해 괘씸해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자꾸 대통령실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그러진 않았으리라고 믿지만 집권당 대표라면 최소한의 정무적 감각은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가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워가며 자기정치를 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 강성 지지층 상당수는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유입된 이들이다. 현 정청래 지도부를 세운 이유도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하라는 의미였다. 이재명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순간 언제든 지도부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어느 지점에서 당정이 의견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