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초 강성 행보 호평, 대망론까지 고개…‘황 시즌2’ 우려 속 ‘하이브리드 전술’ 주문도

장동혁 대표는 소수파였다. 국민의힘 주류인 대구·경북(TK) 출신이 아니고, 사실상 1.5선으로서 정치 경력도 짧았다. 지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서도 ‘김문수 대세론’이 퍼졌었다. 인지도 면에서도 장 대표는 경쟁자들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정치권에서 장 대표 승리를 예견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장 대표는 선명한 보수정당 리더를 간판으로 내세우면서 당원들의 마음을 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극심한 패배감에 사로잡혔던 국민의힘 당원들에게 강하고 힘 있는 리더를 약속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던 장 대표는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전 장관은 물론, 다선 의원들을 꺾고 1야당 수장에 올랐다.
장 대표는 취임 한 달여 만에 제1야당 대표의 숙명적 과업이라 할 수 있는 ‘대망론’도 만들어냈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9월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장 대표는 18.3%로 가장 앞섰다. 여권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14.3%를 획득, 장 대표 뒤를 이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4%를 얻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장 대표(36.9%)에 이어 한동훈(14.4%) 오세훈(12.3%) 김문수(10.5%) 나경원(5.2%) 이준석(4.4%) 김경수·정청래(이상 2.4%) 순이었다. 무당층에서도 장동혁(26.1%) 한동훈(11.9%) 오세훈(8.9%) 김민석(6.8%) 김문수·조국(이상 6.1%) 이준석(4.4%) 김동연(3.3%) 순으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연휴 직전인 10월 1일 발표된 이 여론조사로 장 대표 대망론은 자연스럽게 추석 밥상 위에 올랐다. 동시에 잃어버린 정권을 5년 후에는 되찾아올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당내에 심는 수확을 했다.
우려와 회의가 가득했던 장 대표의 초반 연착륙은 그의 ‘선명성 전략’이 당원들은 물론, 보수정당 지지층에 먹혀든 것으로 정치권은 풀이한다. 8월 26일 취임 일성으로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겠다”고 언급, 등판하자마자 초강성 행보를 예고했던 장 대표는 대여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장 대표는 9월 대구와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여는 등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이 밀집해있는 경부선 라인에 공을 들였다. 장 대표는 장외 집회에서 대통령을 빼버리고 이재명이라 호명하는 등 초강성 이미지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도모했다. 그는 또 추석 연휴 내내 이슈가 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요리 예능 출연과 관련, 10월 7일 서울 영등포의 한 영화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엇이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지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강성 목소리를 이어갔다.
장 대표는 이날 정희용 사무총장, 서지영 홍보본부장 등 당직자, 청년 당원들과 함께 ‘건국전쟁2’를 관람했는데 이 역시 보수 결집 의도로 읽혔다. ‘건국전쟁2’는 1945년부터 1950년까지 해방정국에서 정부수립을 둘러싼 좌우 갈등을 다룬 독립영화다.
장 대표는 영화 관람 후 영화관 부근 한 호프집에서 청년들과 한 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역사적 사실마저 ‘입틀막(입을 틀어막음)’의 대상이 됐다”며 “어떤 희생이 있다고 역사적 사실이 반드시 한쪽으로 기술되거나, 다른 방향을 얘기하는 게 금지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의 위상이 생각보다 빨리 확립됐다는 게 당내 한목소리”리며 “팬덤까지 갖고 있던 한동훈 전 대표가 예상보다 더 빨리 지지율 하락세가 나타나고 주목도 역시 떨어지고 있는데 이 역시 보수 정치권에서 장 대표의 위상 상승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를 보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보수정당을 이끌었던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소환하기도 한다. 법무부 장관·국무총리에다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역임하면서 장 대표보다 훨씬 더 화려한 경력을 가졌던 황 전 대표였다. 하지만 보수 진영 기대를 살리지 못한 채 정치권에서 사라져갔고 이 전례를 상기시키면서 장 대표가 ‘황교안 2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 전 대표 역시 판사 출신인 장 대표처럼 법조인 경력을 가졌고 선명성 전략을 내세우며 당심에 힙 입어 대표가 됐다. 황 전 대표는 2019년 2월 27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됐는데 당원 선거인단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한 득표에서 5만 8713표를 기록, 절반인 50.0%의 득표율을 달성했다.
차점자인 오세훈 후보는 4만 2653표(31.1%)를 얻어 2위였고, 김진태 후보는 2만 5924표(18.9%)를 얻어 3위에 그쳤다. 황 전 대표가 선출된 데에는 당원 선거인단의 표심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황 전 대표는 책임당원·일반당원·대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에서 5만 3185표를 얻었다. 득표율은 55.3%였다. 오 후보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2만 1963표(22.9%)를, 김 후보는 2만 955표(21.8%)를 얻어 황 대표에 크게 밀렸다.
반면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선 오 후보가 황 전 대표를 앞섰다. 오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절반을 넘긴 50.2%를 얻어 환산 득표수에서도 황 전 대표(1만 5528표·37.7%)보다 5162표를 더 가져갔다.
당심을 업었던 황 전 대표는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듯 강한 대여투쟁에 나섰다. 대정부 규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명목으로 대규모 장외집회를 수차례 열었다. 황 전 대표 체제의 보수정당이 극우와 대여 강경투쟁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여기에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국회 난입 사건까지 터지면서 “자유한국당이 전광훈 목사의 2중대로 전락했다”는 질타까지 나왔다.
당내에서 소통 부재에 따른 리더십 약화를 걱정했지만 황 전 대표는 리더십 위기 논란을 삭발과 단식 등 혼자 벌이는 강경책으로만 돌파하려고 했다. 이 역시 당을 살리고자 하는 행동이 아닌 본인의 대권 행보로 상당수 당내 관계자들은 받아들였다.
주목을 끄는 이벤트로 그때그때 위기 국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황 전 대표는 본인에 대한 주목도는 만들어냈을망정 당을 살려내지는 못했다. 2020년 4·15 총선 공천 당시 황 전 대표가 일부 지역 공천 결과를 뒤집어 공천 반발을 자초했고, ‘n번방 호기심 발언’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지율 하락세의 여지를 줬다는 지적도 만들었다.
황 전 대표 리더십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당 지지율 상승을 엮어내지 못했고 2020년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슈퍼여당’이라는 전무후무한 선물을 헌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보수정당은 ‘개헌 저지선(100석)’을 겨우 턱걸이했고 여권에는 180석이라는 초거대 의석을 내주면서 총선 역사상 길이 남을 대참패를 당했다. 결국 황 전 대표는 총선 직후 자리를 내놓고 보수 정치판의 중심부에서 사라졌다.
국민의힘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집권당 폭주로 인한 실망감이 여기저기서 표출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반사이익은 아직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가 황교안 전 대표와 차별화하기 위해선 무당층을 어떻게 끌어들이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면서 “황교안 사례가 장 대표에겐 훌륭한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소한 보수 진영에선 ‘합격점’을 받아든 장 대표에게 남은 과제는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벼랑 끝에 몰려 있는 국민의힘을 본궤도에 올려야하는 일이다. 보수정당 전성기 시절처럼 국민의힘 지지율을 상승시켜 2026년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이를 발판으로 2028년 총선도 승리한다면 5년 뒤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장 대표 주변에선 감지된다.
그러나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중이다. 정권 초반 허니문 기간인데도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예상 밖으로 난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 빈 공간을 국민의힘이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관된 평가다. 갈 길은 멀고 험로가 이어지는데 국민의힘이 포장도로를 여전히 찾지 못해 주행속도를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전에 했던 하이브리드 전술을 주문한다. 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노무현 전 대통령 작품이었던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같은 당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 끈기 있게 밀어붙였다. 또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주창했던 김종인 전 의원을 대선 경선 캠프에 들여 “박근혜가 달라졌다”는 변화의 메시지를 던졌다.
장 대표 역시 하이브리드 전술을 염두에 두는 듯한 스탠스를 보였다. 주요 보직에 비교적 온건·중도 성향 인사를 발탁한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초 한동훈 전 대표를 지지했다가 돌아섰고, 그 후 ‘강성 친윤’을 자처하는 등 변화무쌍한 행적을 두고 비판도 많지만 장 대표 지지자들은 이를 ‘유연함’으로 높게 평가한다. 황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정치적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사실 잘 몰랐는데 가까이서 대해보니 장 대표는 상당히 유연한 인물”이라며 “장외로 갔던 장 대표가 이제 대여 투쟁의 장을 국회로 넘기고 자영업자 등 어렵고 힘든 국민들을 보듬기 위한 정책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경직성을 멀리 하고 유연성을 키운다면 이러한 움직임이 장 대표도 키우고 국민의힘도 함께 띄우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