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노선 비중 25~35% 달해…슬롯 내줄 순 없어 수요 줄어도 버티기

외교부가 캄보디아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시를 포함해 웃더민체이주, 프레아비히어주, 반테이민체이주, 바탐방주, 파일린주, 푸르사트주, 코콩주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여행금지(4단계) 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캄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다. 보코산은 지난 8월 한국인 1명이 숨진 채 발견된 곳이고, 바벳시와 포이펫시는 범죄단체들이 대거 포진한 곳으로 알려졌다. 시하누크빌주는 출국권고 지역, 특별여행주의보 및 3·4단계 제외 전 지역은 여행자제 지역으로 상향됐다.
캄보디아 지역 봉사활동이 줄줄이 취소되고 캄보디아 여행을 취소했다는 후기들이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다. 다만 해당 노선의 비중이 높지 않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캄보디아 노선의 여객 수는 전체 국제선의 0.27% 수준이다. 우리나라 LCC 중 캄보디아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없다.
문제는 캄보디아 포비아가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캄보디아 범죄 조직들이 인접 국가로 근거지로 옮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라오스, 미얀마 등 주변 국가에서도 외국인 납치, 인신매매, 사기 등 유사 범죄가 이미 성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LCC 4개사의 2024년 4분기 IR 자료를 살펴보면, 연간 여객매출 중 동남아 노선이 차지하는 비율은 △티웨이항공 36.8% △제주항공 33.7% △진에어 28.8% △에어부산 24.0%로 나타났다. 티웨이항공은 여객매출 중 동남아 노선 비중이 가장 높았고 제주항공, 에어부산, 진에어의 동남아 노선 비중은 일본에 이어 2위였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2016년 중국 사드(THAAD) 사태나 2019년 일본 불매(노재팬) 운동으로 인해 동아시아 노선 비중이 많았던 LCC 업계에 타격이 생겼다”며 “노선 다변화와 리스크 회피하기 위한 차원에서 동남아 노선 비중을 늘렸는데, 또 다시 LCC 업계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LCC사들의 실적은 최근 부침을 겪고 있다.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의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마이너스(-) 1138억 원, -8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에어부산의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290억 원으로 전년(890억 원) 대비 67.4% 감소했고, 같은 기간 진에어는 106억 원으로 전년(994억 원) 대비 83.9% 떨어졌다.
최근 국내 LCC사가 9개로 늘어난 만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LCC A 사 관계자는 “수송객 수는 견조하지만 고환율 기조로 유가 부담이 지속돼 왔던 상황”이라며 “LCC들이 적극적으로 기단을 확대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파라타항공 등 신규사가 생기면서 공급 과잉과 출혈 경쟁이 더 심화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항공편 예약률이나 취소에 큰 변동은 없지만 동남아 노선 비중이 큰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 LCC사들의 공통 의견이다. LCC B 사 관계자는 “겨울에는 동남아 노선이 성수기이기 때문에 중요도가 크다”며 “여행사들도 현 상황을 민감해하고 있기 때문에 협업 상품과 관련해서 여행사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기했던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되찾는 건 어렵기 때문에 운항 스케줄 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통상 전년도 사용 슬롯의 80% 이상을 운항해야 차기 연도 슬롯을 유지할 수 있다. 황용식 교수는 “슬롯이 비게 되면 다른 항공사가 일찌감치 가져가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라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전쟁, 자연재해 등의 이유로 여행 자체가 금지된 상황이 아니며, 여야 모두 해결 의지가 크기 때문에 LCC사 입장에서는 수요가 잠시 줄어든다고 해도 일단 기다려보려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여객 매출뿐만 아니라 화물, 부가서비스 등 수익 다변화도 모색하는 분위기다. LCC C 사 관계자는 “탑승률이 높아도 공급과잉 및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LCC사 대부분은 운항 인프라상 중·단거리 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여객 수입을 증대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내식, 승무원 체험 교육 등 부가서비스를 통한 부대 수입을 늘리는 것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적 갈등이나 분쟁 등으로 인한 여행 수요는 추후에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한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근영 한국교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수입이나 자금 일부를 떼어놨다가 외교적인 사태가 벌어졌을 때 항공사가 크게 피해 입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항공 펀드를 조성하자는 의제가 제기됐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지원했던 선례가 있었는데, 특정 국가에서 운항하지 못한 운항사들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