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주식 양수도 관련 분쟁 따른 항소심 기각…“원고에 60억 2000만 원 변제하라” 판결
서울고등법원 제14-2민사부는 지난 10월 30일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였던 정 대표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항소 기각은 2심 법원이 정 대표가 제기한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한 것이다.

이에 피고 정 대표는 원고 최 아무개 씨에게 60억 2000만 원을 변제하거나 대법원에 상고하는 양자택일 절차를 남겨뒀다. 그런데 정 대표는 상고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난 11월 15일 판결이 확정됐다. 정 대표가 최종 패소한 셈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정 대표는 최 씨에게 60억 2000만 원을 변제해야만 한다.
정 대표 소송 발단은 10년 전인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조계에 따르면 2015년 10월 5일 이번 소송의 원고 최 씨는 정 대표가 보유한 네이처리퍼블릭 발행주식 28만 주를 매수했다. 주당 7만 원씩 총 196억 원에 양수하기로 주식양도계약을 체결했다. 최 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이듬해인 2016년에 상장될 것으로 예상해 대량의 주식을 매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양측은 별도의 확약서를 작성했다. 당시 작성했던 확약서에 따르면, 정 대표의 네이처리퍼블릭 횡령, 배임으로 인해 회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매매주식 28만 주를 원금 196억 원으로 매매일 기준 2개월(2015년 12월 5일)안에 정 대표가 재매입하기로 했다. 최 씨 측이 정 대표의 횡령, 배임을 사전에 우려해 안전장치를 마련해놨던 셈이다.
이 같은 최 씨의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었다. 이후 정 대표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원고 최 씨와 정 대표가 주식양도계약과 확약서를 작성한 2015년 다음해인 2016년 정운호 게이트가 터지면서 정 대표의 횡령, 배임 혐의도 처음 드러났다.
정 대표는 2016년 6월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됐다. 2015년 1~2월 네이처리퍼블릭 법인자금 17억 9200만 원을 허위 회계 처리했다. 정 대표는 최 씨와 주식양도계약(2015년 10월)을 체결하기 8개월 전인 2015년 1~2월에 이미 횡령, 배임을 꾀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대표는 이 횡령 자금을 임의로 인출해 도박 빚을 갚았다. 일부는 생활비 등 사적 용도로도 썼던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2017년 1심 법원은 정 대표에게 징역 5년 형을, 2심은 징역 3년 6개월 형을 각각 선고했다. 같은 해 12월 대법원은 2심형을 확정했다.
2016년 정 대표의 횡령과 배임 혐의가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최 씨는 2016년 6월 정 대표에게 자신의 주식을 재매입할 것을 요구했다. 2015년 10월 작성한 확약서에 따른 조치였다.
이에 양측은 2017년 3월 채권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정 대표가 (주)팝코리아와 명지인터네셔날 등에 갖고 있는 101억 원 상당 채권을 최 씨에게 양도하고 최 씨는 네이처리퍼블릭 주식 14만 4286주를 정 대표에게 양도하기로 했다. 최 씨가 갖고 있던 나머지 주식 13만 5714주(95억 원)는 정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최 씨 주식도 함께 매각해주기로 했다.
문제는 최 씨가 팝코리아 등으로부터 변제받은 돈이 35억 8000만 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팝코리아 등 채권 101억 원 가운데 65억 2000만 원은 변제받지 못했다. 최 씨는 2022년 “내가 팝코리아 등으로부터 변제받은 35억 8000만 원을 제외한 160억 2000만 원 상당 손해를 입었다”며 “정 대표는 손해액 일부인 5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주식 재매입대금 등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2024년 10월 “원고(최 씨)의 명시적 일부 청구에 따라 피고(정 대표)는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 중 14만 4286주에 관한 미지급대금 65억 2000만 원 중 일부인 5억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인 최 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서 승소한 최 씨는 2심에서 원고소가를 60억 2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반면 정 대표의 피고소가는 1심 판결 지급액인 5억 원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2심 법원이 지난 10월 30일 항소기각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일요신문은 이번 소송에 대한 정 대표 측 입장을 물었으나 정 대표 측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정운호 쌍방울 대표는 정운호 게이트로 3년 6개월 복역한 후 2019년 12월 출소했다. 석 달 뒤인 2020년 3월 네이처리퍼블릭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그는 개인 회사인 세계프라임개발을 통해 대북 송금 사건과 김성태 전 회장 등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쌍방울 지분을 인수,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러면서 올해 2월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하지만 정 대표가 기사회생을 도모했던 쌍방울은 오는 11월 28일 결국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