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몰카 찾아낸 남편 ‘재물손괴’ 고소했으나 ‘무죄’ 판결 나와

A 씨는 2024년 5월 아들 B 씨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남성 직원 C 씨에게 딸 D 씨(34) 의 거주지인 서울 양천구 아파트 세대 내에 불법 CC(폐쇄회로)TV 설치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딸 D 씨와 남편 E 씨(34)는 당시 이혼 소송 중이었고 둘 다 거주지에 머물고 있지 않아 평소에는 빈집이었다.
해당 CCTV는 영상과 음성 녹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세대 공동 명의자였던 E 씨가 잠시 집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발견해 신고했다.
E 씨는 “D 씨와 이혼 소송 중 필요한 물건을 가져오기 위해 동생과 잠깐 집에 들렀는데, 부엌 선반 위 종이 상자에 작은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E 씨와 그의 동생이 해당 CCTV의 녹화된 영상과 음성을 확인한 결과, B 씨와 C 씨 등 2명이 자신의 집에 사전 고지 없이 출입해 CCTV를 설치하는 모습이 녹화돼 있었다.
C 씨는 CCTV에 녹화된 영상과 음성을 B 씨의 휴대전화에 연동시키는 작업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쾌함을 느낀 E 씨는 C 씨와 처남 B 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한편 D 씨는 오히려 남동생 편을 들며 남편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E 씨는 해당 CCTV를 제거한 뒤 보관했는데, D 씨는 이를 문제 삼아 다른 사람 소유의 CCTV를 임의로 훼손해 효용에 해를 가했다며 E 씨와 그의 동생을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했다.
2025년 1월 대구지법 서부지원 문현정 판사는 E 씨 등의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D 씨가 이혼소송에 유리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CCTV를 설치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D 씨는 정보 주체인 E 씨로부터 동의를 받은 바 없고, E 씨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 상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아니”라고 판시했다.
문 판사는 “해당 CCTV 설치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해 E 씨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에 의한 행위임으로 위법하다”면서 E 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1월 24일 검찰은 C 씨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뒤, A 씨와 B 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회장님(A 씨)이 CCTV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C 씨 진술이 확보되면서 C 씨에게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고 설치를 지시한 A 씨를 재판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딸의 이혼소송에 유리한 증거 확보를 목적으로 불법 CCTV 설치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A 씨가 등기상 대표이사로 있는 중견기업 측은 ‘일요신문i’에 “아는 것이 없어 드릴 말씀이 없다”는 짤막한 답변만 내놨다.
A 씨 변호인은 기자에게 “해당 사건에 대해 아는 것이 있어도 말씀 드리기 어렵다”면서 “(저는) 그저 사건을 맡은 변호사이기 때문에 A 씨 입장과 관련된 발언을 할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