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 재사회화 사례” 옹호하는 민주당 vs “친여 연예인 감싸기” 날 세우는 국민의힘

작품 안팎에서 정의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며 대중의 호응을 얻어 온 조진웅은 과거 범죄 이력이 폭로되며 순식간에 벼랑 끝에 내몰렸다. 12월 5일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조진웅의 ‘소년범’ 이력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진웅은 10대 시절 경기 성남시에서 차량 절도, 강간 등 중범죄에 연루되며 소년원에 송치됐다고 한다. 성인이 된 뒤인 2003년엔 술자리에서 극단 단원을 심하게 구타해 폭행 혐의 벌금형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단역으로 영화에 데뷔한 뒤엔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는 제보 내용도 보도를 통해 소개됐다.
조진웅의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배우에게 확인한 결과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성폭행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성인이 된 후에도 미흡한 판단으로 심려를 끼친 순간들이 있었던 점 역시 배우 본인은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폭로 이튿날인 12월 6일 조진웅은 소속사를 통해 “과거 불미스런 일로 인해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고 했다. 은퇴 의사를 밝힌 그는 “지난 과오에 대해 제가 져야 할 마땅한 책임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청소년 시절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양기대 전 민주당 의원은 “처벌만이 전부가 아니라, 재사회화와 회복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소년사법의 본질을 떠올린다”며 “과거의 잘못 때문에 한 사람 인생 전체가 주홍글씨로 남아 영원히 낙인찍히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우리가 합의해 온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모든 성인은 과거가 있고, 모든 죄인은 미래가 있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을 공유했다. 뚜렷한 주어는 없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 조진웅 옹호 메시지라고 읽힌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모든 선택은 가역적”이라며 “변함없는 팬인 저는 ‘시그널 2’를 꼭 보고 싶다”고 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며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 년간 노력해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것”이라고 조진웅을 옹호했다.
이어 조진웅의 은퇴 선언과 관련해선 “생매장 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우뚝 서야 한다”며 “수십 년 전 과거사를 끄집어내 현재 성과를 생매장 시키려 든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연예인(조진웅)이 아니라 (과거 사건을 보도한) 그 언론”이라고 전했다.
실제 기사를 보도한 디스패치에 대한 법적 대응도 이뤄졌다. 법무법인 호인 김경호 변호사는 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년법 제70조를 위반했다”며 조진웅 소년범 전력을 최초 보도한 기자 2명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30년 전 봉인된 판결문을 뜯어내 세상에 전시했다”며 “이는 저널리즘의 탈을 쓴 폭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 변호사는 한 칼럼을 통해 “장발장이 19년의 옥살이 이후 마들렌 시장이 되어 빈민을 구제했듯, 조진웅 역시 연기라는 예술을 통해 대중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갱생의 삶을 살았다”며 “하지만 작금의 대중 여론과 미디어는 21세기의 자베르가 되어 그를 추격했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 조진웅 옹호론이 속출하는 가운데 ‘신중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소셜미디어에서 “강력범죄나 성범죄의 경우는 가해자에 대한 섣부른 옹호가 2차 가해를 낳을 수 있어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약자를 범죄의 위험과 피해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1차적 책무이자 공당의 책무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YTN ‘뉴스 ON’에 출연해 “조진웅 배우가 민주당에 가까운 인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일부 의원들이 조진웅 배우 과거 전력을 다시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 약간 진영논리로 보시는 것 같다”며 “아무리 이분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할지라도, 국민 일반 감정에 안 맞는 과거 전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법의 테두리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조진웅의 소년보호조치 처분이 지금에서야 공개된 것과 관련한 절차적 문제점이 없는지 체크할 필요가 있다”며 “공개가 불가능한 영역이 왜 지금 시점에 공개됐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장경태 건과 조진웅 건에 보이는 민주당과 그 진영을 지지하는 일부 인사들의 대국민 가스라이팅이 선을 넘고 있다”며 “범죄 피해자들에게 2, 3차 가해를 하는 데에는 거리낌이 없으면서도 유난히 범죄의 가해 경험이 있던 그룹 내 인원에는 과도한 관대함과 측은지심으로 드라마를 강요해댄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정부도 주요 인사만 도합 전과 31범인 전과자 정부라고 했었나”라며 “조두순도 사정이 있었지 않겠냐며 불쌍하다 얘기가 나올 판이다. 메스껍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주진우 의원 역시 “다들 제정신이냐”며 “좌파 범죄 카르텔을 인증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조진웅 옹호론을 직격했다. 주 의원은 “조진웅 씨 (사건) 관련 내용으로 보이는 당시 언론 보도가 정확히 남아 있다”며 “보도에 따르면 범죄자 셋이 차를 훔쳐 피해 여성 6명을 번갈아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았다. 피해 여성 대부분이 10대 여성이었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평생을 고통에 헤맨다”며 “이것이 감쌀 일인가. 당신들 가족이 피해자라도 청소년의 길잡이라고 치켜세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7일 소셜미디어에서 “연기자에게 절대적 도덕 기준을 높게 두지 않아 조진웅 씨 건에 특별한 생각이 없다”면서도 “다만 국가의 영수가 그다지 도덕적이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항상 상대적으로는 찝찝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야권 한 인사는 “민주당 출신 국회부의장도 과거 강도 전력이 있는데 누가 조진웅에게 돌을 던지겠느냐”며 “소년범을 갱생해 재사회화하는 것이 소년법 취지는 맞지만, 갱생 이후 과거 잘못을 숨기고 전국민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정의의 사도’처럼 행동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갱생 후 재사회화’의 선을 한참 넘은 것이 조진웅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권에서 지켜줄 문제가 있고, 아닌 문제가 있다”며 “중요한 부분은 강도든, 성폭력이든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정치권이 이런 문제를 다룰 땐 피해자가 있다는 가정 아래 조심스러워야 한다. 조진웅 이슈에 대해서 정치권이 피해자를 고려하는 의식이 전혀 없는 것 같다”며 “이런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