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기소, 여권 공세, 국힘 우클릭도 부담…‘당심 70%’ 룰로 바뀌면 나경원에 유리

같은날 오 시장은 브리핑을 통해 특검 기소를 비판했다. 오 시장은 “특검 기소가 이재명 정권을 위한 ‘상납 기소’이자 ‘정치공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라며 “민주당 하명 특검의 ‘오세훈 죽이기’는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 2개월 수사하고 휴대전화 8대를 포렌식 했지만 직접 증거는 단 하나도 찾지 못했다. 무리한 짜맞추기 기소”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오 시장을 겨눴다. 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는 “특검의 공소사실이 판결로 확정된다면 오 시장은 정치자금 부정 수수죄 처벌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면서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애초 불법 여론조사로 시민을 기만하고 당선된 오 시장은 선거 출마는커녕 시장 자격조차 없다”고 했다. 종합대응특위는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는 전현희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도 “특검의 수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오세훈은 조작된 여론 위에 세워진 가짜 시장”이라고 했다. 서영교 의원은 “오 시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오 시장의 범죄 행위가 낱낱이 밝혀지고 그에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2020년 총선 때 오 시장과 광진을에서 붙어 승리했던 고민정 의원은 “오세훈을 죽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오세훈 본인이다.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했고, 모든 일을 남 탓으로 돌렸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오세훈 때리기’가 특검 기소로 정점에 달한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오 시장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 부었다. ‘오세훈 시정 실패 정상화 태스크포스(TF)’ ‘천만의 꿈 경청단’ ‘새로운 서울 준비 특별위원회’ 등을 꾸려 오 시장을 때렸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버스, 노들섬 사업, 세운 4구역 재개발 등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국회 정론관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오 시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부에서는 김민석 총리가 ‘오세훈 저격’의 선봉에 섰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면 그 다음은 대권이다. 민주당은 청계천과 버스 전용차선을 앞세워 서울 민심을 잡았던 이명박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오 시장의 시정과 정책을 연일 공격하는 것”이라면서 “비단 서울시장 선거뿐 아니라 보수진영의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를 겨누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오 시장을 두고 “정책 하는 것마다 실패한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부 여당의 전방위적인 공세, 사법리스크 등의 악재에 놓인 오 시장은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지원사격을 해주기는커녕 오 시장의 발목을 잡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 한 측근 인사는 “서울시장 선거는 누가 뭐래도 무당층 싸움이다. 당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불리하다. 이러다 정말 영남당으로 전락한다”고 우려하면서 “오세훈의 개인기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2·3 불법 비상계엄을 맞아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헌 계엄이었다”면서 사실상 사과 표명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장 대표가 보여 왔던 강경 지지층 중심의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동혁 대표의 ‘계엄 1년 메시지’ 내용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던 11월 27일 오 시장은 “5번 (사과)하면 어떻고, 100번 하면 어떻냐”고 했다. 지방선거를 위해선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경선 룰 변경 추진도 검토 중이다.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기존의 50%에서 70%로 늘리는 게 골자다. 일반 여론조사는 50%에서 30%로 줄어든다. 서울과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관련기사 옆집이나 이집이나…장동혁·한동훈 ‘공천룰’ 내홍 속 물밑 세대결). 오 시장도 “확장 지향의 길을 갈 때임이 분명한데, 오히려 축소 지향의 길을 가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경선 룰을 제안한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나경원 의원이 이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경선 참여를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심 70%’ 룰로 경선을 치르면 오 시장이 본선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수가 룰을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자 나 의원은 “혹시라도 출마를 결심하면 내가 참여하는 경선에는 기존 룰대로 50 대 50 적용을 받을 것을 당당히 밝힌다”고 했지만 당 안팎에선 실제 적용 여부에 대해 의문부호를 단다.
개혁신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오 시장에겐 부담이다. 이준석 대표는 12월 4일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국민의힘이라는 당이 가는 방향을 보면 개혁신당의 지지층은 전혀 그와(오세훈 시장과) 합쳐질 수가 없다”면서 “서울시장뿐만 아니라 경기, 부산, 대구, 인천 등 광역단체장 후보군들을 하나씩 당내에서 조율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앞서의 오 시장 측근 인사는 “민주당이 오 시장을 왜 이렇게 흔들고 있겠느냐. 선거에서 가장 무서운 상대이기 때문”이라면서 “오 시장의 현 처지를 보면서 민주당은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도 “오 시장이 나오지 않더라도 서울시장 선거를 이길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왜 필승카드를 두고 힘든 싸움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면서 “서울시장을 내주면 당은 해체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점쳤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