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이 사실상 계엄 정당화,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 40명 엇박…벌써부터 비대위원장 후보군 물망

장동혁 대표는 12월 3일 당 안팎의 사과 요구를 돌려세웠다. 장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의힘은 혁신의 형식화를 거부한다. 혁신은 선언이 아니라 행동”이라며 “분열이 아니라 단결이 절실한 때”라고 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장 대표는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평가했다.
계엄을 유발한 것은 당시 제1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러한 야당에 맞서 불가피하게 계엄이라는 무리수를 뒀다는 취지다. 이는 그동안 윤 전 대통령 측과, 그의 지지층에서 동원했던 논리와 유사하다.
장 대표는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고 언급했지만 사과로는 들리지는 않았다. 총론적 차원에서 ‘책임 통감’ 표현을 쓰기는 했으나 계엄 자체에 대해서는 당시 다수당이었던 민주당 귀책론 입장을 재차 언급, 지지층 단결에 방점을 찍었다.
장 대표는 여당에 대한 저항 메시지로 사과를 대신했다. 그는 “저들의 화살이 사법부로 향할 것이다. 더 강력한 독재를 위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짓밟는 반헌법적 악법들을 강행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정권에 ‘레드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장 대표는 최근 이어진 장외집회를 통해 윤 전 대통령과의 동조화 기조를 보이며 우클릭 행보를 보였다. 장 대표는 12월 1일 인천에서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고, 저들이 만든 운동장에서 싸우면 안 된다고 그렇게 소리치는 자체가 저들이 만든 운동장에 갇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 최측근으로 통하는 김민수 최고위원도 장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같은날 연설에서 “장동혁호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이라며 “중간중간 잡음에 신경 쓰지 말라. 저들이 잡음을 내는 건 우리가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계엄 1년을 맞아 지도부의 공식적인 반성 및 사과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당내 일각의 요구에 대해 장 대표가 정면 돌파하면서 꼿꼿하고 강한 인상을 과시한 것”이라며 “지금 여당의 내란몰이 싸움에서 물러서면 국민의힘이 장기간 내란 프레임에 갇히고 장 대표 자신은 핵심 지지층으로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장 대표는 갖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향후 장 대표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추경호 의원에 대한 내란 특검의 구속영장 기각이 현실화하면서 장 대표 측은 강경 노선이 옳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장 대표는 12월 3일 새벽 추 전 원내대표가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자 “국민께서 이재명 정권의 내란몰이 폭거를 준엄하게 심판했다”며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이 반헌법적·반민주적 내란몰이를 멈추지 않는다면 국민이 이 정권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장 대표는 추 의원의 구속영장 발부 저지를 진두지휘하면서 총력전을 펴왔다. 앞서 10월 30일 장 대표는 내란특검 소환으로 서울고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추 의원을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화제를 모았다. 수사 및 조서 열람에 23시간가량이 소요됐는데, 장 대표는 청사 앞에서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당대표가 수사를 받는 소속 의원 출두에 동행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조사가 끝날 때까지 뻗치기를 한 것도 정당사에서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며 “특검은 물론, 여론에도 상당한 여파를 미쳤고 법원의 영장심사에도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당 안팎의 우려에 장 대표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소환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복기해봤을 때 “사과를 비롯한 섣부른 후퇴는 여권의 공세에 화력을 보태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권의 내란 프레임에 자칫 휘말릴 경우 정당 해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박근혜 절연 전략을 썼다. 자유한국당은 2017년 5·9 대선 때 박 전 대통령과의 이별을 고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춘향인 줄 알고 뽑았는데 향단이었다” “허접한 여자(최순실)하고 국정을 운영했다” “탄핵당해도 싸다”고 했다.
홍 전 지사는 대선 패배 이후 2017년 7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복귀했는데 대표 자리에 앉은 직후인 그해 8월 16일 보수의 근거지인 대구를 찾아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했다. 이듬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자유한국당 발목을 잡고 있는 ‘박근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홍 전 지사는 2017년 11월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박 전 대통령 제명을 발표했다. 홍 전 지사는 “한국당이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정농단 박근혜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박근혜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보수우파가 허물어진 것을 철저히 반성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을 당원 명부에서 삭제했으며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박 전 대통령과의 완전한 정치적 절연을 선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강제 출당조치되는 불명예를 안았고, 당시 친박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여권의 공세에 맞서지 못하고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었다. 김태흠 전 최고위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홍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은 무효”라며 “당내 갈등과 법적인 분쟁만 남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택한 자유한국당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참패했다. 당시 선거대책본부에 있었던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일찌감치 박 전 대통령과 절연을 하면서 오히려 ‘나쁜 정당’ 프레임에 걸려들었고 회복할 수 없었다”고 기억했다.

장 대표 스탠스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장 대표와 엇박자를 내는 반성문 제출이 속출하면서 내부 분열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2월 3일 기준 소속 의원 107명 중 40명이 사과의 뜻을 내놨다. 소장파와 친한계로 분류되는 초·재선 의원 25명은 국회에서 별도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이라고까지 선언했다.
여기에는 4선인 안철수 의원, 3선 김성원 송석준 신성범 의원을 비롯해 재선인 권영진 김형동 박정하 배준영 서범수 엄태영 이성권 조은희 최형두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초선인 고동진 김용태 김재섭 박정훈 우재준 이상휘 정연욱 의원, 비례대표 초선인 김건 김소희 유용원 안상훈 진종오 의원도 함께했다. 눈에 띄는 것은 사과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한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서울 지역 재선 배현진 의원, 초선 한지아 의원도 사과문을 올렸다. 민주당 출신의 조경태 의원은 광주를 찾아 ‘윤 전 대통령 단죄’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계엄 당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한동훈 전 대표는 12월 3일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 담벼락을 넘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당시 여당 대표로서 계엄을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친한계뿐만 아니라 친윤쪽에 있었던 의원들도 사과 대열에 동참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라며 “장 대표의 입지가 강고하지 않다는 의미이고 장 대표가 제대로 된 리더십을 확인시켜주지 못하면 향후 원심력이 거세질 수 있다”고 했다.
의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이 깊다. 장 대표가 이끄는 경로를 따라가면 무당층이 등을 돌릴 것이고, 이는 선거 패배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당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내놓은 ‘당심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한 경선 룰 개정에 대해서 계파를 떠나 많은 의원들이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과 비슷한 차원이다.
장 대표 리더십에도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취임 초반만 하더라도 강온 전략을 구사하고 의원들과의 스킨십 확대로 호평을 받았지만, 최근 들어선 장 대표의 소통 부재를 꼬집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더 강경하게 오른쪽 핸들을 잡는 것에 대해 많은 지적이 나왔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서먹해졌다는 전언도 곳곳에서 들린다.
또 다른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12월 4일 통화에서 “김남국 인사 청탁 문자 논란, 장경태 성추행 의혹 등 호재가 얼마나 많으냐. 그런데 아직도 대표라는 분이 ‘윤 어게인’을 외치고 있다. 대표가 앞장서서 지지율을 갉아먹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이럴 위기일수록 대표가 사람들 많이 만나 얘기를 나눠야 하는데, 소수의 측근들과 어울릴 뿐 아니라 이들과 밤에 술을 자주 마신다는 얘기까지 들린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 독주가 계속될 경우 지도부가 붕괴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국민의힘에선 벌써부터 비대위원장 후보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2025년 12월~2026년 1월 사이 지지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반등까진 아니더라도 민주당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면 ‘장동혁 체제’는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많은 의원들, 그리고 오세훈 시장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장 대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개혁신당에선 장 대표가 있는 한 연대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말한다”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목소리들이 모이면 장 대표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과거 비대위가 꾸려졌을 때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송언석 원내대표가 장 대표와 달리 계엄 사과 메시지를 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역할 분담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원내 투톱 간 엇갈린 행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지금 당이 그렇게 치밀하게 전략을 짜고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다. 그냥 견해가 달랐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송 원내대표가 대다수 의원들의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향후 당의 지형을 점쳐볼 수 있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병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