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시즌 이후 FA 자격 취득 “부족한 구위가 약점 될 것”

2000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와 꾸준함과 내구성,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점은 원태인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 원태인이 MLB 도전을 선언한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현재 MLB에서 활약 중인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들에게 원태인 관련 질문을 던졌다.
내셔널리그 동부지역의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인 A 씨는 원태인을 경북고 시절부터 지켜봤다고 한다. 당시 원태인은 경복중-경북고 시절 전국 대회 우승과 청소년 대표팀에서의 활약으로 많은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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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은 현재 KBO리그에서는 뛰어난 선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조금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볼 컨트롤과 커맨드가 좋은 반면에 공의 움직임이 깨끗한 편이라 MLB 타자들에게 공략당하기 쉽다. 원태인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뛰어난데 이전에 비해 꾸준하지 못하다는 점과 슬라이더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데 부족함이 눈에 띈다. 컷패스트볼도 우타자를 상대했을 때 예리한 편이 아니다. 고우석(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산하 마이너리그) 사례를 보면 LG 마무리 투수로 리그를 평정했음에도 미국 진출 후 2년 동안 단 한 번도 빅리그에 오르지 못했다. MLB에서 원태인을 영입한다면 5선발 정도로 생각하는 건데 MLB 5선발로서의 원태인의 가치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A 스카우트는 원태인이 우완 정통파로서 KBO리그에선 오랫동안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겠지만 MLB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들, 실력이 뛰어난 타자들과 전력 분석이 발달돼 있어 현재 원태인의 구위로는 생존 가능성 여부에 물음표가 뒤따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원태인의 장점은 스트라이크 존을 잘 공략하는 건데 147km/h, 148km/h의 구속이라면 MLB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선발이 안 된다면 불펜인데 MLB 불펜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156km/h~160km/h 정도라 보수적인 시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태인이 올 시즌을 마치면 FA이고, 시즌 개막 앞두고 MLB 도전을 선언한다면 많은 MLB 스카우트들이 원태인의 경기를 체크하기 위해 한국 야구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나도 그 중 한 명이 될 것이다.”
원태인의 2025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6.3km/h로 평균 145km/h를 웃돌았다. 그래서 2025시즌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국내 투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 순위를 살펴봤다. 문동주(한화) 152.3km/h, 곽빈(두산) 151.4km/h, 최원태(삼성) 147km/h, 박세웅(롯데) 147km/h, 손주영(LG) 146.6km/h, 그리고 원태인 146.3km/h 순이다(출처 스탯티즈).
원태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mph(마일)로 환산하면 90.9마일인데 이를 2025시즌 MLB에 적용시키면 2025시즌 패스트볼(포심+싱커)을 500구 이상 던진 선발 투수 118명 중 원태인의 2025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 90.9마일보다 낮은 투수는 단 3명에 불과했다. 2025시즌 MLB 선발 투수 평균 구속은 93.9마일이었고, 우완 투수 한정으로는 94.3마일이었다.

“이마이, 원태인 둘 다 우완 정통파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마이는 NPB 8시즌 통산 159경기 58승 45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했고, 2025년은 163⅔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1.92의 성적을 올렸다. 그가 포스팅으로 MLB 진출을 선언했을 때 미국 스포츠 매체들마다 1억 달러 이상의 대박을 터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마이는 그 예상을 한참 밑도는 3년 54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했다. 이유는 패스트볼 때문이었다.”
이마이 타츠야의 2025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4.9마일(약 152.7km/h)을 기록했다. B 스카우트는 각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이마이의 패스트볼 움직임과 궤적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말한다. 과연 그 구속으로 효과적인 마운드 운영이 가능할지에 대한 지적이 뒤따랐다. B 스카우트는 “원태인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6.3km/h인데 개인적으로는 원태인이 올 시즌 KBO리그를 평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면서 “이 리그가 더 이상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내는 원태인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구단들 중 전력분석 파트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 C 씨에게 원태인의 MLB 진출과 성공 가능성 여부를 물었다. 그는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를 예로 들었다.
“폰세와 와이스도 한화 이글스에서 뛰기 전에는 그렇게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지 않았다. 2025시즌 두 투수는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고, 올해 각각 좋은 조건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코디 폰세, 3년 3000만 달러)와 휴스턴 애스트로스(라이언 와이스, 1+1년 최대 1000만 달러)에 입단했다. KBO리그가 MLB보다는 리그 수준이 떨어지지만 뛰어난 투수들에게는 관심이 많다. 원태인처럼 리그 정점에 있는 투수라면 더욱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다.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송성문의 경우 KBO리그 통산 성적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지난 2년간의 개인 성적과 WBC 대표팀 평가전에서 보인 활약이 MLB 진출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원태인도 다가오는 WBC에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인다면 MLB의 평가가 대폭 상승될 것이다.”
C 씨는 현재 MLB에 투수난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LA 다저스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성공은 MLB에서 아시아 투수를 보는 관점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체형이 크지 않은 투수도 MLB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야마모토가 증명했기 때문이다.
원태인은 2024년 3월 한국에서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개막 2연전을 치를 때 팀 코리아 대표팀 선수로 샌디에이고와의 평가전에 임한 적이 있었다. 당시 원태인은 0-1로 뒤진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을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특히 샌디에이고의 4번 타자 매니 마차도를 풀카운트 승부에서 스트라이크 존 밑으로 떨어지는 123.7km/h의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당시 샌디에이고 마이크 실트 감독은 원태인의 체인지업을 향해 “대단한 변화구를 던졌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원태인은 MLB에서 90마일 초중반을 던져도 경쟁력이 있는 투수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경기 후 해외 진출을 일본만이 아닌 메이저리그까지 시야를 넓히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원태인이 2026시즌 삼성의 우승을 이끌고 메이저리그로 향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