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하이방 이어 위에잔방도 숙청 칼바람…시진핑 체제 ‘동지적 결합’에서 ‘절대 복종’ 시대로 진입

이튿날인 1월 25일 중국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사설을 통해 “두 사람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책임제를 심각하게 짓밟고 파괴했다”면서 “장유샤·류전리의 범죄 행위가 단순한 뇌물수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해방군보는 “장유샤·류전리의 행위가 군에 대한 당의 절대적 지도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부패 문제를 심각하게 부추기고, 당의 통치 기반을 위태롭게 하며, 중앙군사위 지도부 이미지와 위신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면서 “두 인물이 군내 정치적 충성심 강화를 위한 노력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군내 정치 환경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월 25일 장유샤 실각과 관련한 보도를 통해 “시진핑이 자신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마지막 실질적 군사 권력자를 제거하면서, 1인 지배 체제를 최종 완성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산시(陝西)방과 태자당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는 인물이다. 산시성은 시진핑 부친인 시중쉰 전 부총리의 고향이다. 산시성에서 출생, 학업,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이들이 산시방에 포함된다. 태자당은 혁명 원로 자제 그룹을 의미한다.
장유샤는 그동안 중국 내부에서 ‘시진핑 의형제’로 통했다. 장유샤의 부친 장중쉰과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은 국공내전 당시 서북야전군에서 함께 싸운 전우다. 선대부터 이어진 ‘정치적 동반자’ 관계였다. 장유샤는 군인이 됐고, 시진핑은 정치 지도자가 됐다. 장유샤 부주석은 군내에서 산시방과 태자당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혔다.
중국 소식통은 “장유샤는 단순한 장군이 아니”라면서 “시진핑과는 아버지 세대부터 이어진 ‘혁명 2세대’ 동지이자 70년 지기 죽마고우로 통했다”고 했다.
군 내부 파벌에서 장유샤는 ‘위에잔방(越戰幇)’으로 분류됐다. 위에잔방은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실전 경험 보유 베테랑 그룹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위에잔방 수장 격인 장유샤와 류전리는 ‘마지막 실전경험 세대’로도 불렸다.
위에잔방과 함께 군내 세력을 양분했던 파벌은 타이하이방(臺海幇)이었다. 타이하이방은 대만해협 군사작전 관련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모인 계파다.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동부전선에서 군생활을 했던 장성들이 주도하는 그룹이다.
위에잔방은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지상전과 게릴라전, 산악전, 장기전에 익숙한 그룹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 타이하이방은 현대전과 공중전, 해상전을 중시하는 성향이었다. 시진핑은 타이하이방과 위에잔방을 상호 견제시키는 전략을 통해 군부를 장악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두 파벌 사이 경쟁이 군부 균형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시진핑 군부 장악 핵심 비결이었다는 평가다.

두 사람은 2025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을 근거로 중국공산당과 군에서 제명됐다. 타이하이방 수장들에 대한 숙청이 사실로 확인된 시점이었다. 두 사람은 7인으로 구성된 중앙군사위원회 소속이었다.
타이하이방 수장들이 숙청된 뒤, 군 내부 권력 무게추가 위에잔방에 쏠린 상황은 ‘시진핑 실각설’ 단초가 됐다. 그러나 위에잔방 수장들도 연이어 숙청 칼바람을 맞는 처지에 놓였다. 중국 국방부 공식 발표와 중국군 기관지 사설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장유샤와 류전리 숙청 근거는 ‘시진핑 군권에 대한 도전’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타이하이방에 이어 위에잔방 수장들까지 숙청당하며, 정원이 7명인 중국 중앙군사위원회엔 단 두 명만이 남게 됐다. 시진핑과 ‘군 기율검사 책임자’ 장성민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다. 장성민은 2025년 10월 허웨이둥 실각 이후 부주석 자리에 오른 바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중국 정세분석가 출신 크리스토퍼 존슨 중국전략그룹 대표는 장유샤 실각과 관련해 “중국군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로 군 최고 사령부가 완전히 전멸했다는 의미”라면서 “시진핑이 현 군 지휘부를 더는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소식통은 “장유샤의 실각은 중국 권력 구조가 ‘동지적 결합’에서 ‘절대적 복종’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면서 “시진핑의 1인 독주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국 군부 불협화음이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