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저평가” 글로벌 강세장·세제 인센티브 관건…올해 40% 오른데다 외국인 순매도, 횡보 전망도
[일요신문] ‘코스피 6000 시대’의 막이 오르면서 시장의 시선은 다음 고지인 ‘코스피 7000’으로 향하고 있다. 일요신문과 인터뷰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 추정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고, 코스피가 여전히 저평가된 상황이라 연내 코스피 7000포인트(p) 달성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상승폭이 과도해 6000선에서 횡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외국인 수급도 지수 상승 여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외국 투자자들 “7000p 달성 낙관적”
'6000피' 시대의 막이 오르면서 시장의 시선은 다음 고지인 코스피 7000p로 향하고 있다. 2월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 6000p 돌파 축하 행사가 열렸다. 사진=이종현 기자2월 25일 코스피는 6083.8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6000선을 넘긴 건 최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88% 오른 6022.70에 개장했다. 코스피는 ‘꿈의 지수’로 불린 5000을 종가 기준으로 처음 돌파한 1월 27일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6000선의 고지를 밟았다. 2월 26일 코스피는 6300선도 돌파했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수혜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시장의 관심은 코스피 7000 연내 달성 여부에 집중된다. 코스피는 2007년 7월 25일 2000p를 넘어선 후 2021년 1월 7일 3000p를 달성하기까지 13년 5개월이 걸렸다. 3000p에서 지난해 10월 27일 4000p를 달성하기까지는 4년 9개월이 걸렸고, 그로부터 5000p와 6000p를 달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각각 3개월, 1개월에 불과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랠리인 만큼 국내외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 상단을 7000p대로 상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다수의 전문가들은 코스피 7000p를 연내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 금융 회사 에머 캐피탈 파트너스(Emmer Capital Partners Limited)의 마니시 라이차우두리 CEO(최고경영자)는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에 코스피가 7000에 도달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GAM의 알버트 사포르타 CEO도 “연내 코스피 7000도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연내 7000선을 달성할 수 있는 이유로 밸류에이션(가치)이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 점을 꼽았다. 코스피 종가 지수(파란색 선)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주황색 선). 자료=라이차우두리 CEO 제공그 근거로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밸류에이션(가치)이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 점을 꼽았다. 라이차우두리 CEO는 “컨센서스 추정치를 기준으로 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선행 PER·향후 12개월간 실적 전망치를 반영한 수치로 주가가 이익 대비 몇 배로 평가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은 10.36배에 불과하다”며 “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0%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주와 산업주에 대한 실적 추정치가 크게 상향 조정되면서 코스피 선행 PER은 오히려 하락했다”라고 짚었다. 지수가 올랐음에도 현재 코스피 선행 PER은 코스피 과거 10년 평균(10.3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나증권은 올해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말 330조 원으로 제시했으나 2월 들어 457조 원으로 38.5% 상향 조정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업종의 순이익 전망치는 137조 원에서 259조 원으로 뛰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수요 폭증으로 반도체 제품 가격 상향 조정이 이뤄지고 있어 반도체 업종의 실적이 당분간 하락 전환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종의 약진에 힘입어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을 찾은 관람객이 SK하이닉스 HBM4 실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전문가들은 연내 코스피 7000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포르타 CEO는 “기술주 중심의 글로벌 강세장이 지속되는지 여부가 코스피 7000p 달성을 위한 핵심 요인”이라고 밝혔다. 2월 25일(현지시각) 오전 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매출이 역대 분기 매출 최고액인 681억 3000만 달러(약 98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히면서 AI 거품론을 잠재우는 모습이다.
상속세 등 적극적인 세제 인센티브 정책이 관건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NATIXIS)의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제 인센티브 같은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코스피 7000p 달성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포르타 CEO도 코스피 7000p를 이끌 요소로 ‘상속세 인하’를 언급했다. 한국의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 미국(40%) 등과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최대주주 할증을 적용하면 실효세율이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선행 PER 14배 수준은 부담"
'7000피' 달성은 무리라는 전문가 전망도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진=이종현 기자반면 코스피 연내 7000p 달성은 무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를 감안하더라도 멀티플(기업가치를 특정 재무지표를 기준으로 여러 배수로 나눈 값) 확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정다운 LS증권 수석연구원은 “코스피가 7000p에 도달하려면 선행 PER이 14배 수준까지 올라야 한다”며 “과거 코스피 선행 PER이 높아도 13배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4배는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가 올해 들어서만 40% 이상 오른 만큼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전 신한자산운용 부사장)는 “코스피 지수가 단기적으로는 7000p를 넘어서더라도 유지하기보단 6000선에서 정체될 것”이라며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예상해 외국인들의 선취매는 지속되고, 국내 부동산 시장 자금이 서서히 증시로 이동할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자금 유입이 지수 상승을 직접적으로 견인하기보다는, 국내 자본 규모를 확대해 벤처기업 설립과 상장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수급도 코스피 상승의 변수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2월 25일까지 코스피에서 11조 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정다운 수석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상승은 국내 자금 유입에 기반한 성격이 강하다. 외국인 수급이 유입될 경우 코스피가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의 코스피 매수세는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 실적 흐름과 높은 연동성을 보여왔다”며 “하지만 만약 (국내 기업) 펀더멘털(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할 경우 2018년과 같은 ‘상고하저’ 그림이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개인투자자 전략은? 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 여전히 유효
코스피 급등세에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불장’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한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도 늘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월 24일 기준 31조 9602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월 2일 20조 982억 원에서 2월 24일 21조 2795억 원으로 2월에만 1조 1813억 원 늘었다.
코스피 급등세에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불장에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늘고 있다. 서울 한 증권사 객장 모습. 사진=연합뉴스전문가들은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소프트웨어·서비스 업종에서 하드웨어·제조업으로 수급이 넘어오고 있다. 제조업 국가인 한국 입장에선 우호적인 상황이고, 그중 상승 추세가 강한 반도체 업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안지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기대감이 이어지는 코스닥에선 반도체 검사 장비 종목의 수혜를 주목할 만하다”라고 내다봤다.
반도체·방산·조선 업종 등 기존 주도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되, 상대적으로 소외된 종목 중에선 금융과 바이오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단 의견도 나왔다. 라이차우두리 에머 캐피탈 파트너스 CEO는 “세계적으로 국방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면에서 방산 종목을,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은 주주 환원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금융 업종을 주목하고 있다”며 “주요 기업들이 세포·유전자 치료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CDMO(위탁개발생산) 부문에서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는 면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업종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추격 매수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르시아-에레로 나틱시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는 과열 신호와 미국 관세 변수, 차익실현 매물 등으로 인한 변동성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의미 있는 조정이 나올 때마다 분할 매수에 나서고, AI와 반도체 테마에 집중하되 고점을 완벽히 맞추려는 시도는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