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중심 기획 속 연예인 지망·인플루언서형 출연자 증가…리얼리티 몰입도 저하 논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솔로지옥’부터 ENA ‘나는 솔로’, 티빙 ‘환승 연애’까지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은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면서도 뚜렷한 ‘목적’을 갖고 참여하는 출연자들이 늘면서 시청자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화제성 이면에 연애 프로그램의 ‘한계’도 드러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미묘하게 교차하는 이성의 감정이 더는 리얼하게 다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출연자 가운데 이미 연예인으로 활동 중이면서도 이름이나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여럿 포함되면서 리얼리티보다 각본에 맞춘 ‘드라마’가 됐다는 반응도 쏟아졌다.
#‘솔로지옥5’ 소속사 있는 출연진 포진
‘솔로지옥’ 시리즈는 2021년 시작해 햇수로 6년째 이어지는 넷플릭스의 대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연애 리얼리티는 다양한 콘셉트로 확장됐지만 ‘솔로지옥’은 출연자들이 감정을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고유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직설적인 표현이 교차하면서 젊은 남녀가 뒤엉킨 감정과 관계가 매번 요동친다. 질투와 후회, 갈등과 호감, 외면과 연민이 맞물리는 고도의 연애 심리전을 표방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연애 프로그램에서 특출한 매력을 보여주며 일약 스타덤에 올라 연예인이 되는 경우는 많지만 최미나수처럼 소속사가 있는 상태에서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화제성을 담보한 연애 리얼리티를 교두보 삼아 존재감을 알리려는 시도지만, 프로그램 본연의 가치는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긴장감을 높이는 이른바 ‘메기 캐릭터’로 시선을 끈 조이건 역시 2024년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에 출연한 연기자로, ‘솔로지옥5’ 출연 직후 연예기획사 스프링이엔티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인지도 얻는 등용문…초심은 변질
과거에도 연애 리얼리티 출연자들이 종종 스타로 올라서기도 했다. 방송인 덱스는 2022년 ‘솔로지옥2’ 출연을 계기로 단숨에 유명인이 됐다. 특전사 출신의 강인한 모습으로 주목받고, 이후 ‘언니네 산지직송’ 등 예능부터 드라마 ‘아이쇼핑’, 영화 ‘타로’ 등에 출연하면서 배우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솔로지옥’에서 서울대 출신 출연자로 인지도를 높인 신슬기도 드라마 ‘우주메리미’ ‘귀궁’ 등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는 등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채널A ‘하트시그널’ 출신 배윤경, 서지혜, 오영주는 현재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 모두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배우의 길에 들어선 경우다.

연애 프로그램 가운데 ‘나는 솔로’처럼 실제 커플이 등장해 사실적인 몰입도를 강조하는 기획도 있다. 하지만 ‘솔로지옥’, ‘환승연애’ 등 대다수 프로그램은 화려한 외모와 배경을 가진 출연자들의 매력과 영향력을 내세워 그들의 캐릭터를 부각하는 데 집중한다. 때문에 ‘메기남’이나 ‘빌런’으로 불리는 출연자가 생기고,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모습을 보이는 출연자가 주목받는 경우가 반복된다.
이렇다 보니 시청자들은 연애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출연자들을 향해 비판적인 시각도 함께 품고 있다. 출연자들의 감정과 상황을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몰입하던 초기 연애 프로그램의 ‘대리만족형’ 시청 패턴은 점차 사라지고, 이제는 한 편의 드라마나 ‘매운 맛’ 예능을 보는 듯한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제작진의 고민도 깊다. ‘솔로지옥’ 시리즈의 김재원 PD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자를 찾는 기준에 대해 “정말 매력적이지만 연애를 쉬고 있는 남녀를 찾으려고 한다”며 “이런 리듬을 유지하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