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판세 발언에 장동혁 반박하며 공방…지방선거 이후 당 주도권 싸움 해석도

훈풍은 오래가진 않았다. 1월 29일 장동혁 지도부의 ‘한동훈 제명 의결’이 찬물을 부었다. 오 시장은 한 전 대표 제명 후 “장동혁 대표가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 “장 대표는 자격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를 향해 사퇴 요구까지 했다. 오 시장 측에선 “장 대표가 지방선거를 포기했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그 후 오 시장은 줄곧 장 대표를 겨눴다. 오 시장은 2월 23일 CBS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장에 장수를, 그리고 병사들을 내보내려면 총알도 지원하고 포탄도 지원하고 전투식량도 부족하지 않게 대줘야 전장에서 승리를 향해서 뛸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데 지금 국민의힘은 포탄도 총알도 그리고 전투식량도 충분히 공급하지 않는 상태에서 나가서 싸워라 이렇게 등 떠미는 분위기와 똑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 시장은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너무나도 다른 입장을 당이 계속 견지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TK(대구·경북) 지역 외에는 거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며 ‘절윤’을 거부하고 있는 장동혁 대표를 직격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경우에도 2018년 지방선거 결과와 같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시 서울에선 서초구청장 1곳을 제외한 나머지 24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맞대응을 자제하던 장 대표도 입을 열었다. 장 대표는 2월 24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지선을 앞두고 위기감을 표현하는 건 좋지만, 절망적인 말씀을 하실 필요가 있느냐. 민주당은 대구·경북 빼고 다 승리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호응해 주는 듯한 태도로 선거를 치러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이 분란을 일으키며 ‘X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당 대표와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지자체장 사이의 공방은 이례적인 모습이다. 특히 오 시장으로선 공천의 키를 쥐고 있는 장 대표와의 관계 악화는 향후 경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오 시장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많은 해석이 분출한다.
오 시장 측은 그만큼 선거 판세가 좋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장 대표가 탄핵과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하면 서울지역 선거 당락을 좌우할 무당층 표를 얻기 어렵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오 시장 측근으로 통하는 한 정치권 인사는 “서울시장은 물론이고, 2018년을 언급했다는 것은 구청장이나 의회 선거도 중요하다는 의미”라면서 “기초단체와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면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당권파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붓는 의도가 불순하다고 본다. 오 시장이 선거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실제론 보수진영 리더 싸움에 뛰어든 행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오 시장이 선거에서 지더라도 당권 싸움에 뛰어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연이어 현역 지자체장 불출마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을 두고도 장동혁 지도부의 ‘오세훈 비토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 위원장은 2월 26일 페이스북에 “정치는 자리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을 때 완성”이라며 국민의힘 소속 현역 지자체장의 용퇴를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2월 20일 첫 공관위 회의에서도 “현직 시·도지사 가운데 당 지지율보다 경쟁력이 낮은데도 아무 고민 없이 다시 나오려 한다”고 했다. 2월 2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현직 시장·도지사라는 타이틀만 가지고 아무 비전도 없이 거들먹거리는 악습이 있다면 모두 뿌리 뽑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장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는 오 시장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에 선을 긋고 있지만 당 내부에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한동훈 전 대표를 시작으로 친한계 인사를 내쳐왔던 장동혁 지도부 칼날이 이젠 ‘지방선거 간판’ 오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들이 곳곳에서 들린다. 국민의힘 전직 의원의 말이다.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할 때 많은 사람들이 ‘선거를 앞두고 왜 마이너스 정치를 하냐’며 말렸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지금 장동혁 지도부는 선거보다는 당권을 더 공고히 하는데 치중하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오 시장은 경계 대상 1호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장 대표의 가장 큰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 선거에서 대패하면 장 대표의 정치 인생은 끝날 수도 있다는 걸 왜 모르는지 이해가 안 간다.”
최대 변수는 오 시장 지지율이다. 5번째 서울시장직에 도전하는 오 시장은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2위 그룹과 격차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민주당 후보들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밀리는 추세를 보인다. 그러자 당내에서도 오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기 시작했다. 장 대표 측이 오 시장을 향한 반격에 나선 것을 놓고 이와 연관 짓기도 한다. 더 이상 오 시장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의 오 시장 측근 인사는 “살다 살다 이런 선거는 처음 해 본다. 민주당 후보들과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으면 적어도 당에서는 응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후보를 바꿀 궁리만 하고 있다”면서 “당의 도움 없이 오 시장 혼자 개인기로 싸워야 할 처지다. 만약에 지더라도 누가 오 시장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