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하위 20% 감점’ 시스템 공천 vs 국힘 ‘현역 물갈이’ 압박…판세·후보 풀 차이 드러난 셈법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 대표의 전략공천 권한을 제한하고, 상향식 시스템 공천을 통해 선거 전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청래 대표는 최근 열린 중앙당 및 시도당 공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억울한 컷오프 △도덕적 결함 △낙하산 공천 △부정부패가 없는 ‘4무 공천 원칙’을 제시했다. 또 4월 20일까지 공천 절차를 마무리해 본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현역 지자체장에 대해 엄격한 평가 기준이 적용되면서 내부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최근 현역 광역·기초자치단체장들을 대상으로 대면 프레젠테이션 면접과 다면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결과 하위 20%에 포함된 현역 지자체장은 향후 당내 경선 과정에서 20% 감점을 받는다. 이는 사실상 공천 탈락으로 직결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2월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로부터 당 소속 광역지자체장 평가 결과 하위 20%로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자 “이재명 정부 들어 중앙정부와 발을 잘 맞춰왔다고 자부하지만 평가 결과는 달랐다”며 “이의신청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지사 재선에 도전하는 김동연 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당내에서 추미애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등판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출판기념회에서 “당원동지들을 보다 끌어안으면서 ‘우리 동지’ ‘우리 민주당’이라는 생각이 부족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며 “이제는 민주당의 성공과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장 열심히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당원 중심 경선 구조가 강화될 경우 ‘조직 동원’ 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중도층 이탈과 당 지지율 하락을 타개하기 위해 현역 단체장들에 대한 사실상의 ‘전면적 물갈이’를 선언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공관위 첫 회의에서 현역 지자체장들을 향해 ‘단수공천을 기대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현직이라는 안정감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특히 현직 지자체장 여러분께 진지한 용단을 부탁한다”며 “더 이른 시점에 직을 내려놓고 예비후보로 등록해 사즉생의 각오로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적극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
장동혁 대표도 ‘현직 프리미엄’을 철저히 배제한 공천 혁신을 예고했다. 강경 용퇴론, 컷오프 압박에 당 소속 현역 지자체장들의 반발이 감지된다.
지난 3일 중앙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제기한 현역 용퇴론에 대해 “당 지지율도 기록하지 못하는 지자체장의 경우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지금 제 여론조사 결과가 과연 당의 지지율도 못 미치는 수준인지는 수치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온 경향을 어필하며 공관위의 물갈이 논리에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상황에 대해 한 내부 관계자는 “현재 공관위가 진행하는 현역 물갈이는 장동혁 지도부에 순응하는 사람만 남기려는 의도로 비친다”며 “‘절윤’하지 못한 장동혁 지도부가 선거 결과를 책임지게 될 것이기에 내부에서는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라는 사견을 내놨다.

민주당은 현역 지자체장들이 대체로 보여주고 있는 긍정적 지지율을 선거 당일까지 끌고 가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자당 소속이었다 탈당한 강선우·김병기 의원이 연루된 공천헌금 의혹 등을 의식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욱 엄격한 공천 심사 기준을 세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신문i’에 “(당내에서) 공천과 관련해 좋지 않은 사건들이 발생했기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 공천에서 엄격한 기준을 세워 이런 의혹들을 원천 차단하려는 것”이라며 “(공천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현역 지자체장들 중에는 지방 시·도당에서 이미 평판이 안 좋았던 경우가 많다. (당 지도부가) 해당 자리에 이른바 ‘친명계’ 의원들을 등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선거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등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현 선거 상황에서 확실한 후보를 내세워 최대한 좋은 선거 결과를 가져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단수 공천된 세 사람(김경수·박찬대·우상호)은 후보 파워가 확실히 증명된 사람들로 평가된다. 현역 지자체장들 중 이처럼 확실한 사람이 또 있었다면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과해 단수 공천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이 대대적 인적 쇄신과 기득권 타파로 유권자들에게 ‘뼈를 깎는’ 수준의 변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에는 현 지도부 리더십 한계가 반영된 결과란 평가가 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현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어게인’ 등 당 지지율을 받쳐주는 세력과 대구·경북 지역 정도만 데리고 가면 성공적인 선거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며 “이러한 지도부 행보에 당 소속 현역 지자체장들이 출마를 꺼리는 분위기고, 때문에 공관위 등에서 새로운 인재를 물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신인규 대표는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세가 좋지 않아 출마를 꺼려하는 분위기”라며 “출마하려는 사람이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몇몇 인물밖에 없어 새로운 사람을 구할 수밖에 없다 보니 공관위가 불가피하게 지금과 같은 전략을 들고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