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불명확 승리 기준 없어, 트럼프 메시지도 오락가락…통제 가능 단계 벗어나, 제2의 베트남전 우려도
[일요신문] ‘시작은 했지만 끝낼 수가 없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공습을 단행했을 때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9)은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개전 초기 몇 시간 만에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수뇌부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고, 이란의 방공망과 군사 기지를 초토화하면서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보름여가 지난 지금, 전쟁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승전보 대신 들려오는 것은 ‘에스컬레이션(단계적 확대)의 덫’에 빠졌다는 전문가들의 비관적인 경고다. 단순한 군사 분쟁을 넘어 이제는 ‘끝낼 수 없는 전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해외 언론에서는 심지어 ‘제2의 베트남전’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트럼프는 출구를 찾아낼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전쟁이 통제 가능한 단계를 벗어나고 있다. 3월 13일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대화하는 트럼프. 사진=AP/연합뉴스트럼프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6)가 주도한 이번 공습은 당초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현재 이를 바라보는 서방 군사 전문가들의 시각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정작 이 전쟁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그 ‘종착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미국 정치전문 매체 ‘복스닷컴’은 이번 전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목표 불명확성’을 지적하면서 행여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가디언’은 ‘에스컬레이션의 덫’, 즉 ‘확전의 함정’으로 변했다는 점이 이번 전쟁의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시간이 지날수록 목표가 점점 확대되면서 더 큰 개입이 필요하게 되고, 그 결과 전쟁이 점점 확대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이다. 가령 핵 프로그램 억제에서 시작해 정권 교체, 그리고 더 나아가 체제 변화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도대체 무엇을 달성해야 전쟁이 끝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졌다.
이와 관련, 미국의 역사학자인 로버트 페이프는 ‘에스컬레이션의 덫’이 세 단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1단계는 압도적인 ‘전술적 성공’이다. 이번 전쟁 초기처럼 공습이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는 단계다. 문제는 2단계부터다. 전술적 성공이 상대의 정치적 굴복이나 전략적 승리로 이어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이때 공격자는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공세를 강화하게 된다. 지금 미국이 서있는 지점이 바로 이 2단계다.
그리고 급기야 3단계에 이르면 상황은 급변한다. 지상군 투입, 영토 점령, 혹은 대규모 확전 같은 훨씬 위험한 옵션들이 검토된다. 그야말로 전쟁의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순간이다. 페이프는 “지금 미국은 두 번째 단계에 있는 상태며, 세 번째 단계의 문턱에 와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구조는 과거 여러 전쟁에서도 반복된 바 있다. 특히 베트남전같이 초기에는 제한적으로만 개입했지만 점차 전면전으로 확대되며 장기화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란 전쟁 역시 유사한 경로를 따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란이 걸프 국가를 공격하는 등 전쟁의 지리적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3월 16일 두바이공항 인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예상치 못한 이란의 전략적인 대응도 트럼프 입장에서는 성가신 요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전력에 정면 대응이 불가능해진 이란이 꺼내든 카드는 ‘수평적 에스컬레이션’이었다. 즉,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는 대신 이웃한 걸프 국가를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식으로 전쟁의 지리적 범위를 확장하고, 그 비용을 세계 경제 전체에 전가하는 방식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석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란 점에서 충분히 위협적이다. 이란이 이곳을 압박하는 순간 전쟁은 중동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위기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란의 이런 전략에 대해 페이프는 “이란의 공격은 걸프 국가들과 그 지역 사람들에게 ‘왜 우리가 이스라엘 때문에 전쟁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과 우방국 사이를 갈라놓도록 설계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우방국들인 유럽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을 끝내기 위한 공동의 계획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현재의 상황이 “위험한 에스컬레이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메네이를 제거한다는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이란이라는 국가 자체가 해체되거나 경제적으로 파탄 나는 상황까지는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서 메르츠 총리는 “리비아나 이라크에서 봤던 국가 붕괴 시나리오는 유럽의 안보, 에너지 공급, 난민 문제로 직결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끝이 없는 전쟁에는 관심이 없다”고 못 박았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이번 충돌과 관련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끝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번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시각을 보도했다.
이런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은 트럼프의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여론조사 결과 다수의 미국인들은 이번 군사 행동에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전쟁의 방향성과 목적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로버트 말리 전 미국 이란 특사는 이번 전쟁이 명확한 전략이 아닌, 트럼프 개인의 판단과 심리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는 전쟁 목표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어떤 날에는 “이란 국민의 자유를 위한 정권 교체”를 외쳤다가, 또 어떤 날에는 “핵 협상 복귀”를 언급하기도 했으며, 갑자기 “이란 정부 내 온건파와 빠른 합의를 원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전쟁 기간 역시 “4주면 충분하다”고 큰소리치다가도 “며칠 안에 끝내고 몇 년 뒤에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는 등 변덕스러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란 테헤란의 한 여성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손상을 입은 건물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처럼 불명확한 목표는 전쟁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승리의 기준’이란 게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런던정치경제대학은 언제 끝날지, 무엇을 달성할지 정의되지 않은 전쟁은 이른바 ‘출구 없는 전쟁’에 다름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럼 트럼프가 세울 수 있는 출구 전략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문가들이 꼽는 트럼프의 ‘승리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란 정권의 완전한 붕괴다. 미군의 압박 속에 이란 민중이 봉기해 정권을 전복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란 군·경찰 내부의 분열이나 엘리트층의 대대적인 전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징후는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둘째, 치명적인 타격 후 휴전을 제안하는 것이다. 즉, 현 정권은 유지한 상태에서 이란이 더 이상 외부 위협을 가할 수 없을 정도로 무력화시키는 시나리오다. 셋째, 핵 포기 조건부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전면 포기하는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는 것이다. 트럼프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이란이 굴욕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이 전쟁의 본질은 미국이 군사적으로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길을 잃었다는 데 있다. 반면, 이란은 군사적으로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전쟁 비용을 확대시키는 전략으로 주도권을 쥐고 흔들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핵심은 하나다. 지금 이 전쟁은 이미 통제 가능한 단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에스컬레이션의 덫에 빠진 전쟁은 더 복잡해지고, 더 길어지며,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위험한 사실은 이 덫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술적으로는 압승을 거두고도 전략적으로는 패배를 걱정해야 하는 기묘한 전쟁을 바라보고 있는 전 세계는 지금 트럼프의 한마디에 평화가 결정되는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번 전쟁, 미국 이익과 무관" 트럼프 행정부 내부 분열 시작되나
트럼프 행정부 심장부에서 폭발적인 내부 반란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극우 정치인인 그린베레 출신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이 “이란은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며, 이 전쟁은 이스라엘 로비에 의한 것”이라는 폭로와 함께 전격 사퇴한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한 고위직 사퇴 그 이상이다. 트럼프 외교 정책의 근간인 ‘미국 우선주의’ 서클 내부에 치명적인 균열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린베레 출신 극우 정치인인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이 “이 전쟁은 이스라엘의 로비에 의한 것”이라고 폭로하고 전격 사퇴했다. 사진=AP/연합뉴스지난해 7월, 우여곡절 끝에 인준을 통과해 미국의 테러 정보를 총괄해온 켄트 국장은 사직서의 첫머리에서부터 직설적으로 트럼프를 향해 날을 세웠다. “양심에 걸려 더 이상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란과의 전쟁을 지원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그는 이번 전쟁이 미국 국민의 이익과는 무관한 ‘조작된 전쟁’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미국에 어떠한 즉각적인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건 이스라엘과 그들의 강력한 미국 내 로비 단체의 압력 때문인 게 확실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켄트의 사퇴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그의 화려한 이력 때문이다. 미 육군 특수부대(그린베레) 준위 출신인 그는 1998년부터 2018년까지 열한 차례 이라크로 전투 파병을 다녀온 그야말로 ‘전쟁 영웅’이었다. 더욱이 2019년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의 자살 폭탄 테러로 아내이자 해군 암호 해독가인 섀넌 켄트를 잃은 비극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러니 그가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작전에 반기를 들었다는 사실은 미국인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반응은 예상대로 차가웠다. 켄트의 사임 소식을 접한 트럼프는 특유의 화법으로 그를 깎아내리면서 “나는 그를 잘 알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그가 괜찮다고는 생각했지만, 안보 면에서는 매우 취약했던 게 사실”이라고 폄하했다. 불과 1년 전 그를 지명하면서 “평생 테러리스트를 사냥해온 인물”이라고 극찬했던 것과는 백팔십도 달라진 태도다.
켄트의 사퇴는 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연합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전쟁 찬반 논란에도 불을 붙였다. 실제 켄트의 사퇴 이후 MAGA 진영은 둘로 갈라졌다. 반전을 주장하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켄트를 옹호하면서 “이 전쟁은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이스라엘 우선주의’다. 트럼프는 2028년 대선 전에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당내 주류 강경파들은 켄트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존슨 의장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성공에 임박했고, 미사일 위협이 실재했다는 정보 브리핑을 받았다. 대통령이 기다렸다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켄트의 직속상관이자 평소 반전론자로 알려졌던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DNI)의 행보다. 개버드는 켄트가 사퇴한 직후 “대통령은 모든 정보를 검토한 후 이란이 즉각적 위협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에 따라 조치를 취했다”라는 원론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그 정보에 동의하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외신들은 개버드가 자신의 신념과 공직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하면서 어쩌면 다음번 사퇴 당사자는 개버드가 될 수 있다는 데 돈을 거는 베팅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켄트의 사퇴 배경에는 정보 공동체 내부의 뿌리 깊은 불만도 자리 잡고 있다고 ‘TNT월드’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보 평가를 왜곡하고, 이에 반대하는 관료들을 소외시켜왔다고 지적한다. 아메리칸대학의 윌리엄 로렌스 교수는 “켄트의 사임은 많은 정보 전문가의 시각을 대변한다”면서 “정치적 우선순위가 정보 평가를 좌우하면서 전문가들이 숙청되거나 소외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발생한 참혹한 오폭 사건은 정보의 정치화가 낳은 비극이라는 비판이 높다. 곧 열릴 의회 청문회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정보로 인해 미국 미사일이 이란의 한 초등학교에 떨어져 165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