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분쟁에다 자회사 교보증권과 중복상장 우려…교보생명 “IPO 관련 입장 밝히기 어려워”

교보생명은 금융위원회로부터 SBI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았다고 지난 3월 18일 밝혔다. 일본 SBI그룹이 보유한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총 9000억 원을 투자해 인수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8.5%를 먼저 사들였고 추가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그간 교보생명그룹의 금융 포트폴리오는 생명보험·증권·자산운용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교보생명이 교보증권(지분 84.7%), 교보자산신탁(100%), 교보악사자산운용(50%), 교보AIM자산운용(100%)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앞서 교보생명은 2023년 2월 이사회 안건 보고 등을 통해 금융지주사로서 전환을 공식화했다. 저출산·인구감소로 생보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생보 중심의 지배구조로는 그룹의 장기 성장 전략 수립과 추진에 한계가 생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그룹은 은행, 저축은행 등 수신 기능을 담당하는 금융사는 없었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 영업 위주로 영위하고 있던 교보생명이 이번 SBI저축은행 인수를 계기로 여신(대출)·수신 영업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금융계열사 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는 가운데 향후 금융지주사 전환도 본격적으로 추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BI저축은행의 자산은 2025년 3분기 기준 14조 5854억 원 규모로 저축은행 중 가장 많다. 저축은행업계는 부동산시장 회복 지연, 가계부채 관리강화 기조 유지 등으로 인해 어려운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근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를 통해 2025년 연간 기준 저축은행업권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되는 등 건전성 지표가 개선됐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SBI저축은행이 업계에서 우량한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높게 산정될 수밖에 없지만, 교보생명은 자금력이 탄탄했기 때문에 큰 망설임 없이 인수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SBI홀딩스가 교보생명의 2대주주이자 우호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우량 기업끼리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은 측면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보험 역량과 지방은행급 인프라를 갖춘 SBI저축은행이 만나 차별화된 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면서도 “SBI저축은행 인수와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은 별개 사안이며, 특히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과 함께 교보생명의 묵은 과제는 IPO다. 교보생명의 IPO는 현재 FI와의 분쟁 여파로 발목이 잡혔다. 2012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등을 포함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 5000원에 총 1조 2054억 원을 투입해 인수했다. 계약 당시에는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보유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교보생명은 2021년 12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본부에 IPO를 위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2022년 7월 승인이 불발됐다. 교보생명과 FI 간 분쟁으로 경영이 안정화되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앞서 2018년 10월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적정 주가를 40만 9912원으로 산정해 2조 원이 넘는 금액을 풋옵션으로 행사했다. 신창재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9년 3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 4곳 중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과의 갈등은 해소됐다. 어피니티의 교보생명 지분 9.05%는 SBI그룹, GIC의 지분 4.50%는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 인수했다. 주당 가격은 23만 4000원이다. 교보생명은 남은 2곳인 IMM프라이빗에쿼티, EQT파트너스(각각 5.23% 보유)와도 협상할 방침이다.
모·자회사 동시 상장 우려도 있다. 교보생명의 자회사인 교보증권이 코스피에 상장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3월 18일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에 따르면 상장 필요성, 주주소통, 주주보호, 경영·영업의 독립성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모·자회사 동시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방침이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경우 자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돈을 구하고, 모회사도 별도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두 회사가 같은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돈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꼴이 되어버린다”며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전부 사들여 100% 자회사로 만든 뒤 상장폐지시키는 게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자본 조달 구조가 단순해지고 모·자회사 간 이해관계 충돌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2011년 5월 상장했던 당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이미 상장된 상태였다. 그러다가 2022년 11월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 교환 계획을 발표했다. 메리츠화재는 2023년 2월, 메리츠증권은 같은 해 4월 상장폐지됐다.
이와 관련, 앞서의 교보생명 관계자는 “FI와의 분쟁은 개인 대주주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IPO 추진과 관련해서도 회사 차원에서 입장을 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