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 가처분 신청에 무소속 출마 가능성…경선 2위 경쟁자 ‘친청계’ 알려져 의구심 증폭

김관영 지사가 제명된 이유는 ‘현금살포’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청년들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전날 경찰에 접수됐다고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30일 전주시 한 음식점에서 김 지사가 10여 명의 청년들에게 직접 현금을 건네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다.
김 지사는 “청년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가진 뒤 대리기사 비용 명목으로 총 68만 원을 건넨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다만 “직후 부적절할 수 있다는 판단에 곧바로 회수 지시를 내렸고, 이튿날 전액 돌려받았다”며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사안으로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은 청년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진술이 엇갈린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참석자는 “당시 차가 없어 택시비 명목으로 5만 원을 받았다”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 김 지사가 먼저 자리를 떠난 뒤 남아있던 참석자들이 가게 밖에서 돈을 다시 걷어 전달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언론에서는 일부 참석자들이 경찰 조사에서 “김 지사 측에 돈을 돌려준 적 없고,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최고위 이후 “김 지사와 문답 결과, 금품 제공 혐의에 대해 부인하지 못했다”며 “명백한 불법상황이었다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제명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민주당은 제공된 금품 액수도 김 지사가 말한 68만 원보다 많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김 지사와 정책연대에 나섰던 안 의원이 단일화 후 중도 하차할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안 의원은 현재 맡고 있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직도 유임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 지사가 제명되자 안 의원은 위원장직 유임을 번복하고 사퇴한 뒤 경선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안호영-이원택’ 양자대결 구도에서 김 지사 지지층이 두 사람 중 누구로 향하느냐에 따라 전북지사 선거판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지사 제명 문제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지사는 민주당을 상대로 법원에 ‘제명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김 지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문제를 인지한 즉시 바로잡았다. 성실히 소명하고 다시 일어서려 했다. 이런 상황을 충분히 전할 기회조차 없이 당은 결정했다”며 “당은 나를 광야로 내쳤지만, 나는 도민에 대한 책무를 버리지 않겠다. 큰 상처와 아픔 속에서 흔들림 없이 도정에 집중할 것이다. 차분히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지사 역시 CCTV 영상에 대해 “식당주인이 언젠가 한번 ‘영상이 있는데 만나자’고 접근한 적이 있다”며 “우리는 문제될 게 없기 때문에 만나지 않았는데, 그 영상이 유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지사 제명에 대해 CCTV 영상 등이 확인된 만큼 ‘어쩔 수 없는 합당한 조치’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다만 액수가 크지 않은 데다가 다른 사안과 비교해봤을 때 징계 절차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장경태 의원의 성비위 의혹, 최민희 의원의 ‘딸 축의금 논란’ 등은 윤리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윤리심판원이 직권조사까지 나섰던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김관영 지사의 경선 경쟁상대였던 이원택 의원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당시 정 대표를 지원한 10여 명의 의원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 친청(친정청래)계 인사로 분류돼 의구심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김 지사 비위 의혹이 전체 선거판에 악재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신속한 조치를 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미 후보 경선 스케줄이 굴러가고 있다. 의혹이 불거졌을 때 빨리 매듭을 지어줘야 일정이 꼬이지 않고 선거가 정상적으로 치러진다. 이를 계파 간 갈등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김 지사 제명 조치를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방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국민적 공분이 확산되자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급한 불끄기’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선관위는 관련자들에 대해 즉각 조사에 착수해 위법성을 확인하고 지체 없이 검경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역시 논평에서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전북지사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