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마지막 퍼즐은 상속세…PER 낮은 반도체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금융지주 주목”

―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 국내 증시가 주요 아시아 증시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가 뭔가.
“한국의 원유 의존도가 높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본도 비슷하다. 결국 이유는 하나다. 코스피 상승 속도와 폭이 지나치게 가팔랐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코스피는 2300~2400선이었는데 올해 2월 6300선까지 상승했다. ‘닷컴 버블’ 당시 나스닥 지수가 상승했던 사례를 제외하면 한 국가 지수가 1년여 만에 3배 오른 사례는 유례가 없다. 급격한 상승 이후였던 만큼 전쟁이 아니었어도 조정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직 한국 증시를 완전히 믿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장기 투자 성격의 ‘롱 머니’가 많지 않다. 다만 최근 강대권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미국에 다녀왔는데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어마어마한 상황이라고 한다. 오히려 급등했던 증시가 조금 안정되고 자본시장 정상화 작업이 더 진행된 후에 외국에서 대규모 뭉칫돈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국내 증시에 어떤 디스카운트 요인이 남아 있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은 많이 해소됐다. 지금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 하나로 주가가 출렁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산업이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최근 시가총액 상위권엔 인공지능(AI)·우주항공·바이오 등 첨단산업 업종이 포진해 있다. 마지막 퍼즐은 상속세다. 승계를 앞둔 기업들은 최고 60%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주가를 높이려 하지 않는다. 사업 이해력이 풍부한 오너 2, 3세에게는 가업을 승계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 가업승계 절차가 복잡한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은 제3자가 가업을 승계 받아도 7년만 경영을 유지하면 상속세가 100% 면제된다.”
―또 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인 기업별 밸류에이션(가치)의 극단적 양극화는 해소될 수 있는 것인가. 코스피 상장사 중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미만인 기업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69%에 달한다.
“그간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테마주 중심의 모멘텀 투자에 몰렸다. 수익을 내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PBR이 높은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멀티플(주가 배수)이 가장 높다. 지배구조도 엉망이고 배당도 안 하는 기업들이 많다 보니 PBR이 낮은 기업은 더욱 많았다. 상법 개정으로 일반 주주와 대주주의 이해관계 일치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양극화 현상은 차차 나아질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따른 증시 변동성은 점차 완화될 것 같다. 관건은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인데,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말까지 리레이팅(재평가)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가 채 안 된다. 일본이나 대만(약 18배)에 비해 낮다. 현재의 실적 전망과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면 ‘코스피 7000’ 전망도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다.”
#“가치투자에 유리한 환경…반도체 업종 선호”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치투자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인가.
“그렇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면서 그 기업이 갖고 있는 가치가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특히 이미 자본과 설비, 인력을 갖춘 선발주자들이 주목받을 수 있다. 과거 저금리·저물가 환경에서는 후발주자들도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쉬웠지만, 지금은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존 우량 기업들의 가치가 주목받을 수 있는 시대다.”
―정부 정책으로 너도나도 주주 환원에 나서면 기업가치가 좋은 기업을 고르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최근에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투자 기준이 있나.
“일시적인 기업 실적 악화로, 외국인이나 연기금의 매도로 혹은 시장의 무관심으로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은 종목들이 있다. 그런 종목들에서 기회를 찾아야 하는데 지금은 발굴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은 맞다. 현재는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두 번째는 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본다. 돈을 많이 벌더라도 쓸 곳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워런 버핏이 말했듯 ‘프랜차이즈 밸류(시장 지배력)’가 있어 스스로 자기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좋은 회사다.”

“잘하고 있는 기업 중 PER이 낮은 업종을 좋아한다. 이 기준에서 보면 조선·방산·원자력·전력기기·반도체 중 반도체만 유일하게 PER이 낮다. 삼성전자 선행 PER은 5~7배 사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행으로 금융지주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가치투자 명가로 꼽히는 VIP자산운용은 지난 1월 공모펀드 수익률이 부진해지자 고객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는데.
“지난해 상반기는 리레이팅 장세가 펼쳐졌지만, 하반기엔 반도체 업종으로 쏠림이 강해지면서 (가치주가) 이를 쫓아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 다만 낮은 가격에 매수한 가치주의 주가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 급등할 경우 이를 따라갈 수 있다.”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눈여겨보는 기업들의 행보가 있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전문성이 있는 사람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책임이 한층 무거워졌는데, 누구도 딴지를 못 거는 사람을 기용하려다 보니 이사회 구성을 두고 갈등이 생긴다. 대만 TSMC에는 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 인사가 다수 있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총장 출신 인사도 있다.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면 기업의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가치투자를 해보려는 투자자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가치투자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는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 원금의 안정성과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 조건을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는 투기’라고 말했다. 가치투자를 하려면 본인이 운영하는 자금의 성격이 안전하게 투자해야 하는 성격인지, 본인의 성향이 보수적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가치투자든 모멘텀 투자든 자기 몸에 맞아야 좋은 옷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이채원 의장과 강대권·남두우 대표가 세운 가치투자 특화 하우스다. 지난 3월 18일 기준 운용자산(AUM)이 4조 원대를 넘어섰다. 투자기업의 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우호적인 행동주의인 ‘인게이지먼트 전략’을 펼친다. 공모 자산운용회사로의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