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아프리카 선전 속 스페인·포르투갈 ‘우승 후보’ 주춤…메시 해트트릭·호날두 무득점 등 슈퍼스타 희비
[일요신문]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회 초반 일정을 보내며 48개 참가국이 최소 1경기 이상을 치렀다. 32개국 체제에서 규모가 확대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월드컵, 대회 초반 어떤 흐름을 보였을까.
대한민국이 첫 경기를 역전승으로 포문을 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이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언더도그'의 반란
약 100년의 역사, 23회째 이어지고 있는 월드컵에서 보통 주인공은 유럽과 남미였다. 대회 우승을 경험한 8개 나라는 독일·브라질·스페인·아르헨티나·우루과이·이탈리아·잉글랜드·프랑스로 유럽과 남미에만 분포돼 있다. 준우승으로 범위를 넓혀도 유럽과 남미 국가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역대 대회의 MVP(골든볼), 득점왕(골든슈) 역시 유럽 또는 남미 선수들이 가져갔다. 월드컵이라는 축제의 중심은 철저히 유럽과 남미 두 대륙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변방'으로 불리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선전하고 있다. 대회 참가국 숫자가 늘어나면서 대회 수준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언더도그'로 평가받던 국가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면서 대회를 지켜보는 흥미를 더하고 있다.
개막 이후 대회 5일 차까지 아시아 국가들은 무패 기록을 이어갔다. 유럽이나 남미의 강국을 만나 무기력하게 대패하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시작은 대한민국이었다. 체코를 만나 2-1 역전승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후 카타르, 일본이 각각 스위스, 네덜란드를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카타르는 자신들의 월드컵 도전 역사상 첫 승점 획득이었다. 아시아 대륙에 위치해있지는 않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인 호주도 튀르키예를 만나 2-0 완승을 거뒀다.
대회 5일 차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승점을 따냈다. 각각 우루과이, 뉴질랜드를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6일 차에 들어서면서 아시아 국가의 첫 패배가 나왔다. 이라크가 노르웨이, 요르단이 오스트리아에 각각 1-4, 1-3으로 패했다. 다만 경기 내용에선 이들 모두 상대와 일정 시간 동안 균형을 이루며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나선 우즈베키스탄도 콜롬비아에 패했으나(1-3) 득점에 성공하는 등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 경기로 박수를 받았다.
아시아 외의 약소국들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대회 초반 일정, 최대 이변은 카보베르데가 만들어냈다. 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 최서단의 작은 섬나라다. 월드컵 본선 출전은 이번이 처음임에도 스페인을 상대로 0-0 무승부를 거뒀다. 월드컵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던 스페인을 상대로 사상 첫 월드컵 승점 획득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스페인의 이웃나라 포르투갈도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중앙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과 1-1 무승부에 그쳤다. 세계 최강 미드필더진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아이티는 대회 이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국가다. 지진과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 갱단의 내전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나라다. 이에 자국 내에서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지 못할 정도로 나라 사정이 열악하다. 2024년 부임한 세바스티앵 미녜(프랑스) 감독이 아이티 땅에 발을 들이지 못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은 북중미카리브 지역 예선에서 온두라스·코스타리카·니카라과 등을 누르고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다만 '아이티의 도전'은 아직 미완성이다. 1974년 서독 월드컵 이후 52년 만에 밟은 월드컵 본선 무대, 첫 경기에서 스코틀랜드를 만나 0-1로 패했다. 점유율, 슈팅 숫자 등에서 앞섰지만 득점에도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강호 브라질, 모로코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어 승점 획득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리오넬 메시는 이번 월드컵 기간 중 39세 생일을 맞이하는 노장이지만 첫 경기부터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예리한 감각을 과시했다. 사진=연합뉴스#희비 엇갈린 슈퍼스타
최근까지 세계 축구를 양분해 온 슈퍼스타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둘은 축구계 최고 권위의 개인상 '발롱도르'를 나눠 가졌다. 메시는 2023년까지 수상에 성공하며 전설을 이어갔다. 베테랑이 된 시점, 메시는 미국, 호날두는 사우디에서 활약하며 축구계 중심에서 다소 멀어졌으나 여전히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각각 30대 후반과 40대에 접어들었음에도 이번 월드컵에 참가해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회 첫 일정에서는 각각 희비가 갈렸다. 4년 전 우승을 차지했던 메시는 좋은 출발을 보였다. 알제리를 상대로 한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 3-0 완승의 중심에 섰다. 후반 26분 일찌감치 3골을 완성했고 곧 교체돼 나가며 체력 안배까지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메시의 커리어 최초 월드컵 해트트릭이었다. 2006 독일 월드컵부터 6개 대회에 나서며 27경기에서 16골을 기록,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 은퇴)와 함께 역대 최다 득점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호날두는 개인과 팀 모두 부진했다. 콩고민주공화국과의 경기에서 호날두는 무득점, 포르투갈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호날두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슈팅 3개를 시도했으나 골대 안으로 향하는 슈팅은 없었다. 4년 전 월드컵에서 5경기 1골을 기록,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에 명예 회복을 벼르던 호날두였다. 첫 경기, 비교적 약체를 상대로도 골맛을 보지 못하며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메시와 호날두를 이어 다음 세대 '톱2'로 불리는 킬리앙 음바페(프랑스), 엘링 홀란드(노르웨이)도 스타성을 과시했다. 음바페는 세네갈을 상대로 멀티골을 기록했다. 시즌 막판 소속팀에서 입은 부상을 씻어내는 활약이었다. 홀란드도 이라크를 상대로 두 차례 골망을 흔들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함께 I조에 편성돼 오는 27일 맞대결을 앞두고 있어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외에도 차기 발롱도르 유력 후보로 불리는 해리 케인(잉글랜드)도 첫 경기에서 2골을 기록, 수상 가능성을 이어갔다. 상대팀이었던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는 전반까지 잉글랜드에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후반 들어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차기 축구황제'로 각광받는 라민 야말(스페인)은 자신의 월드컵 데뷔전에서 웃지 못했다. 시즌 막판 소속팀에서 당한 부상으로 인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야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스페인은 카보베르데를 상대로 고전했다. 야말이 교체로 뒤늦게 경기장에 투입됐으나 경기는 결국 0-0으로 끝났다.
마치·포옛·카사스·바그너…홍명보와 경쟁했던 대표팀 감독 후보들은 지금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임하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현 홍명보 감독 부임을 전후로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홍 감독 부임 과정에서 잡음이 이어졌고 대표팀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까지 형성됐다. 당시 사령탑 후보로 언급되던 인물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거스 포옛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부임이 무산된 이후, 전북 현대 지휘봉을 잡고 두 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의 월드컵 원정 16강을 달성한 대표팀은 성공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과 작별을 고했다. 이후 지휘봉을 잡은 인물은 선수 시절 슈퍼스타로 활약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이었다. 2023년 3월 임기를 시작한 그는 결국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2023 아시안컵에서의 실패가 결정적 계기였다. 4강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0-2로 패했고 대회 내내 불안한 경기력을 보였다.
이후 대표팀 사령탑은 공석 상태가 이어졌다. 2024년 상반기, 월드컵 예선 과정을 치러야 했으나 감독 선임 작업은 더뎠다. 이에 황선홍, 김도훈 등 임시 감독 체제로 버텼다.
당시 감독 선임 작업을 지휘하던 정해성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은 제시 마치(미국), 헤수스 카사스(스페인)와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진통이 이어졌고 정 전 위원장은 사퇴했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배턴을 넘겨받았다. 거스 포옛(우루과이), 다비트 바그너(미국)와 면접까지 치렀으나 결국 홍명보 감독의 부임으로 감독 선임 작업이 마무리됐다.
갖가지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거론된 지도자들 모두 각각의 업적이 있고 특장점을 발휘하던 인물이다. 이후로도 여전히 축구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협상을 이어갔던 4인 중 유일하게 현재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한 인물은 제시 마치 감독이다. 한국과 협상이 결렬된 이후 2024년 5월, 공동 개최국 중 하나인 캐나다 지휘봉을 잡았다.
캐나다는 이번 월드컵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카타르, 스위스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조별리그 통과 난이도가 높은 조는 아니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첫 경기에서는 보스니아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두 번의 월드컵에 나서 패배만을 경험했던 캐나다이기에 역대 월드컵에서의 첫 번째 승점 획득이었다.
캐나다 팬들의 사이에서는 아쉬움과 기대감이 공존한다. 경기를 주도했음에도 골이 터지지 않았다. 마치 감독도 경기 내용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첫 경기에서 승리를 놓치면서 험난한 향후 일정을 맞이하게 됐다.
캐나다와 제시 마치 감독의 행보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홍명보호와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A조, 캐나다는 B조에 속했다. 대한민국과 캐나다가 각 조에서 2위에 오른다면 32강에서 맞대결이 성사된다. 현재 각 조 상황에 따라 두 팀이 2위에 등극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거스 포옛, 헤수스 카사스는 한국 대표팀 부임이 무산된 이후 아시아 무대에서 커리어를 이어갔다. 거스 포옛은 잘 알려진 대로다. 2025시즌을 앞두고 K리그 전북 현대 지휘봉을 잡았다. 과거 리그를 호령하던 전북이 지속적으로 흔들려 정상권에서 멀어진 상황이었으나 포옛 감독은 팀을 극적으로 끌어올려 리그와 코리아컵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해 2관왕에 올랐다.
전북과의 동행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단 1년 만에 팀을 떠났고 지난 4월 사우디의 알 칼리즈 감독으로 부임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지휘봉을 잡는 계약 형태였고 2승 5패의 기록을 남기고 다시 자유의 몸이 됐다.
헤수스 카사스 감독은 정해성 위원장과의 협상 당시 이라크 대표팀을 맡고 있던 상태였다. 한국 측이 이라크 축구협회 측에 위약금을 내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해졌으나 최종 부임은 무산됐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의 부진으로 카사스 감독은 이라크 대표팀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이후 1년 가까이 휴식기를 가지던 카사스 감독은 싱가포르의 강팀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그는 9경기에서 6승 2무 1패를 기록,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반면 다비트 바그너 감독은 지도자 현장 일선에서 다소 물러나 있다. 이임생 이사와 면접 당시 이미 직전 소속팀 노리치 시티에서 떠난 상태였다. 한국 대표팀 부임이 무산된 이후 2025년 6월부터 독일의 RB 라이프치히에서 아카데미 총괄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도자 커리어 초기에도 호펜하임, 도르트문트 등에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약 2년 전 홍 감독의 선임 과정은 한국 축구에 큰 상처를 남겼다. 복잡한 상황이 더해지며 국내 A매치 관중이 줄기도 했고 월드컵을 앞두고도 '팬들의 관심이 적다'는 평이 뒤따랐다. 당시 거론된 후보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결국 성적표는 대회가 마무리돼야 나온다. 대한축구협회의 최종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첫 경기 승리로 산뜻한 대회 출발을 알린 홍 감독이 어떤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