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몸통시신’ 장대호 과거 글 보도 공익 인정…공인·신상 공개 범죄자는 검증 대상, 일반인은 사생활 보호 우선

과거 온라인에 게재한 글이나 사진 등을 제3자가 무단으로 공개·유포하는 행위는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 따르면 타인의 비밀을 침해·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동법 제70조에 따르면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해당 글의 작성 주체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공인이나 수사기관으로부터 신상정보가 공개된 범죄자의 경우 이들의 ‘프라이버시권’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2020년 대법원은 2019년 8월 8일 자신이 근무하던 모텔에서 투숙객을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장대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9년 8월 20일 장대호의 신상정보와 머그샷 공개 직후 그가 과거 온라인 게시판과 네이버 지식인 등에 남긴 글이 다수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모텔 직원으로 일하던 장대호는 2016년 한 온라인 숙박업 커뮤니티에 ‘팔에 문신이 있는 조직폭력배 손님’과 다툰 일화를 소개하며 “‘몸에 문신하면 흉기 안 들어가?’라고 말하면 고객의 태도가 바뀐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한 것으로 보도됐다. 또 20대 시절인 2007년 장대호로 추정되는 계정 주인은 학폭 피해로 고민하던 한 누리꾼의 글에 “무조건 싸워라. 의자를 들어서 정확히 상대방 머리에 찍어야 한다”고 답변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복역 중이던 장대호는 2024년 12월 해당 내용을 인용한 기사를 쓴 서울신문 기자를 상대로 자신의 비밀을 부정한 수단으로 알아내 보도했고, 이로 인해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항소심에서 청구한 금액은 100만 원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게시글의 작성자가 원고라는 사실 자체는 정보통신망법상 ‘타인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있다”면서도 “피고가 이를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해당 보도가 언론중재법을 위반했다’는 장대호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를 위법하거나 부정한 방식으로 확보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해당 기사가)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된 공익적 보도이고 기사에 담긴 내용도 진실이므로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장대호의 과거 글을 통해 그의 범행 심리를 일정 부분 유추할 수 있으며, 이미 신상정보가 공개돼 새롭게 발생한 인격권 침해도 크지 않다고 봤다.

문제는 ‘익명’ 뒤에 숨어 당사자가 작성을 부인하면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정치권이나 연예계에서도 타인을 비방하는 익명 글에 대해 누가 작성했는지 입증하기 어려워 유무죄 판단 없이 유야무야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익명으로 쓴 글은 결국 본인이 부인해 버리면 그만”이라면서 “만약 공인이 타인을 비방하는 익명 글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법원에서는 이를 폭로하는 행위를 위법하다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반인의 ‘디지털 발자국’을 제3자가 무단으로 폭로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된다. 대법원은 일반인에 대한 단순한 비방·호기심 충족을 위한 폭로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비방할 목적’이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제3자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실명과 결합해 유포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2024년 4월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는 피고인 A 씨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2021년 A 씨는 배우자였던 B 씨(31·남)와의 결혼생활 중 B 씨가 일본 여성과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그의 휴대전화에서 해당 여성과 나눈 대화 내용 일부를 캡쳐해 SNS에 게시했다. 이후 B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해당 게시물 등을 B 씨의 친구들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전송했다.
A 씨가 올린 ‘일본인 여성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게시물로 인해 피해를 입은 B 씨는 A 씨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향후 이혼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이 같은 행위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B 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의 배달업무를 방해하기 위해 B 씨 휴대전화에 있는 로그인돼 있는 앱을 이용해 가게를 ‘휴업’ 상태로 변경, 주문을 받지 못하게 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A 씨)은 피해자(B 씨)의 비밀을 침해·누설하고 이를 이용해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 “또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가 1회의 벌금형 이종 전과 이외에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
곽준호 변호사는 “공개된 SNS에 무언가를 올린다면 이건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 정보를 공개하는 일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면서 “장대호의 사례처럼 국민이 알 필요가 있는 사안일 경우 위법성이 조각되지만, 일반인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 누설이나 명예훼손 등의 조항이 엄격히 적용된다”고 조언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