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하교 따른 돌봄 공백·사교육 의존 완화 취지…“공교육 역할 확대” vs “학생 피로·교육 질 저하 우려”

실제로 초등 저학년의 하교시간을 늦추자는 논의는 2018년에도 있었다. 당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초등 저학년의 이른 하교에 따른 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해 3시 하교제를 제안했다. 다만 당시 방안은 단순히 교과수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학습량은 유지하면서 놀이와 휴식시간 등을 늘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연장하는 ‘더 놀이학교’ 구상이었다. 그러나 학생의 피로와 안전사고 우려, 놀이·휴식 공간 부족, 교원과 지원인력 문제 등을 둘러싼 반발이 이어지면서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당시와 달리 현재의 초등학교에는 정규수업 이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돌봄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도입돼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기존 늘봄학교를 ‘온동네 초등돌봄·교육’으로 확대·개편했으며, 초등 1·2학년에게는 매일 2시간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저학년의 정규 교육시간 확대가 논의되면서, 이미 마련된 돌봄 체계를 강화하는 대신 모든 학생의 정규 교육시간 자체를 늘릴 필요가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재점화했다.

9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에서 황인혁·성문주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초등 1·2학년군의 연간 수업시간이 평균 58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약 28% 적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초등 입학기에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증가하고 맞벌이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 지출이 외벌이 가구보다 높다는 점 등을 들어 사적 대응만으로 입학기 돌봄 공백을 보편적이고 안전하게 해소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생기는 교육 여력을 활용해 1·2학년 수업시간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교육시간 확대를 단순한 돌봄이 아닌 공교육의 역할 확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희현 한국교육개발원 학생·학부모연구실장은 가정의 소득이나 정보, 지역 자원에 따라 아이들이 방과 후 경험하는 교육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며 문학·예술·체육·놀이·탐구 등 성장에 필요한 경험을 공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2018년과 달리 현재는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 등 정규수업 이후 돌봄·교육 체계가 마련돼 있는 만큼, 기존 체계의 강화가 아닌 모든 학생의 정규 교육시간 확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날 구체적인 설명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OECD와의 단순 비교를 통해 현재 초등 저학년의 교육시간 자체가 부족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어린이집·유치원에서는 초등 저학년보다 더 어린 아이들이 오후 늦게까지 기관에서 생활한다고 하지만, 이는 장시간 생활을 뒷받침할 환경과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들이 교육시간 확대에 부담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초등교사노조가 지난 8월 26~27일 전국 17개 시도 초등학교 1·2학년 학생 2만 9136명을 대상으로 ‘담임교사와 6·7교시까지 수업하고 오후 3시에 집에 간다면 어떨 것 같은가’라고 물은 결과 65.5%가 ‘수업을 너무 오래 해서 너무 힘들고 지칠 것 같다’고 답했다. ‘교실에서 더 공부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김재욱 전북 창오초등학교 교사(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 교권국장)는 “국교위가 오히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어떤 하루가 좋은 하루인가’ 묻는 데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모든 학생의 정규수업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대신 가정의 돌봄 여건과 지역사회의 공적 돌봄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