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 굿즈 노린 특정 회차 좌석 싹쓸이에 중고거래 웃돈까지…실관람객 불만 커지며 배포 방식 개선 목소리
9월 30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역시 이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작품은 개봉 전날인 9월 29일 오후 기준 예매 관객 21만 388명, 예매율 41.4%로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개봉 첫날에만 12만 2293명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 애니메이션 영화의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 '치이카와'의 첫 극장판이라는 점에 더해 각 극장이 내놓은 한정 특전도 예매 열기에 불을 붙인 것이다.

문제는 한정 수량으로 제공되는 특전의 희소성이 높아질수록 이를 둘러싼 재판매 시장까지 과열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개봉 직후 번개장터 등 중고 물품 거래 플랫폼에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관람 특전이 대거 등장했다. 번개장터에서 '치이카와 영화 특전'을 검색하면 피규어와 카드, 포스터 등 관련 매물이 수십 건씩 확인되는데, 단품은 수만 원대, 세트로는 10만 원 이상으로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선착순으로 지급되는 방식도 특전 확보 경쟁을 부추긴다. 개봉일이나 특전 배포 첫날 초반 상영 회차에 수요가 몰리면서 단시간에 물량이 소진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의 개봉 첫 주차 특전 가운데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은 일부 상영관에서 개봉 당일 1회차 상영에 전량 소진되기도 했으며, 예매만 하고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사람들이 상영 시간 동안 미리 줄을 서서 받아갔다는 불만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쏟아지기도 했다.
이처럼 실제 영화 관람보다는 특전 수령 자체를 목적으로 표를 구매하는 이른바 '특전런(Run)'은 애니메이션 등 팬덤 영화에서 익숙한 풍경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2023년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다.

이처럼 영화 관람의 부가 상품이었던 특전이 오히려 티켓 구매의 주목적이 되는 본말전도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높은 수요가 예상되는 작품 특전의 수량과 배포 기준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관람객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극장들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일부 지점에서는 온라인 선착순 신청 등 수령 방식 변경을 시도하고 있지만 한정 수량의 굿즈에 높은 수요가 몰리는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과열 경쟁을 원천 차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극장가 관계자는 "특전의 경우 각 극장 지점별 준비 수량이 한정돼 있어 예측 수요보다 많은 관객이 몰리면 조기에 소진될 수 있다"며 "특히 인기 프랜차이즈나 팬덤이 큰 작품은 특정 회차에 수요가 집중되는 일이 많아 같은 상영 시간대에 관람한 모든 관객에게 특전을 보장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전 공지에서 한정 수량, 선착순 제공 등을 명시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특전 마케팅 자체는 팬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이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실관람객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는 제공 방식을 고민 중"이라며 "예매 단계에서 수령 조건과 잔여 수량을 보다 명확하게 안내하고, 1인당 수령 개수나 중복 수령 기준을 세분화하는 등 실제 관람객이 불이익을 덜 받도록 운영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김태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