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년간 가격정보 교환·입금가 담합 혐의 심의 착수…SK에너지 사과·개선 약속, 현대오일뱅크 혐의 부인

공정위에 따르면 두 회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2월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올해 3월까지 약 4년 동안 휘발유·경유·등유 판매 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했다.
두 회사가 공유한 정보는 입금가와 확정가, 판매정책 등이다. 입금가는 정유사가 주유소와 도매업체 등에 석유제품을 공급할 때 우선 책정하는 가격이며, 다음 달 초 전달 거래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확정가가 결정된다. 특정 기간 가격을 할인하거나 가격을 유지해 주는 판매정책도 공유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에는 정보교환을 넘어 실제 공급 가격인 입금가를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 교환 및 가격 담합과 관련된 매출액은 44조 1000억 원, 일평균 3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공정위 심사관은 두 회사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가격 담합과 정보교환 금지 규정을 위반한 중대 행위라고 보고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다. 다만 이는 조사 부서의 판단으로, 최종 법 위반 여부와 구체적인 제재 수위는 향후 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두 회사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SK에너지는 8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공정위 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진심으로 송구하다”라며 “해당 사안을 매우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사과했다.
SK에너지는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지난 6월 발표한 주 단위 공급가격 사전 확정·고지와 사후정산 폐지 제도를 차질 없이 시행하기로 했다. 주유소 등 거래처가 합리적인 구매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가격·영업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1인당 2시간 이상의 공정거래 교육을 정례화하고, 경쟁사 업무 접촉에 대해서는 사전 승인·사후 보고 및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도 정비하기로 했다.
김종화 SK에너지 사장은 “국내 대표 정유사로서 미국·이란 전쟁 이후 주요 석유제품을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은 물론 가격과 거래의 투명성, 공정 경쟁, 준법 경영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장과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개선을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HD현대오일뱅크는 심의 과정에서 사실 관계 등을 충분히 소명한다는 입장과 함께 담합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교환된 모든 정보는 이미 시장에 공개됐거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 가능한 사후 정보로 회사의 가격 및 판매정책 결정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라며 “공정위가 미국·이란 전쟁 이후 입금가를 담합했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 경쟁사 관계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기초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두 회사는 심사보고서 수령 후 8주 안에 서면 의견을 제출하는 등 소명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공정위는 관련 절차를 마치는 대로 위원회를 열어 법 위반 여부와 과징금 등 구체적인 제재 수위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정동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