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임은정·‘팀김어준’ 반발에 친명계 맹폭…법무장관·공소청장 인선 놓고 2라운드 예고

반대 목소리를 높인 쪽은 국민의힘이 아닌,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미애 경기지사 등 범여권 강경파였다. 이들은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웅 전 부장검사 독직폭행 사건 및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기소에 반대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반대 성명에 참여했다는 사례 등을 거론했다.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도 참전했다. 임은정 지청장은 10월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초대 중수청장은 1호 중수청 수사관”이라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이 1호가 되면 안 된다”고 반대했다. 다음날 출근길에선 “김 후보자가 여러 차례 불미스러운 일에 지휘라인으로 관여했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인을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 및 참고인으로 불러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청문 요청안 국회 제출을 지연하며 고심에 들어갔다. 그 사이 중수청은 수장이 공석인 상태로 10월 2일 출범해 ‘개문발차’ 비판을 받았다. 중수청은 문을 연 지 2주가 지났지만 인력과 시설 부족, 인프라 및 수사 세부사항 마련 미비 등 혼선을 겪고 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향해 제기된 의혹들에 재검증을 지시했고, 청와대는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 앉게 됐다.
김지용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절차적 정의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실체적 진실에 이르는 가장 가깝고도 확실한 길이라고 믿는다”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며 공정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표적수사, 먼지떨이식 수사, 기소를 전제로 한 수사 등 국민께서 우려하시는 문제를 답습하지 않겠다”며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하되 수사한 결과, 범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수사를 종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검찰개혁 추진 배경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한동훈 의원 등 정치검찰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정치검찰 1호를 뽑아보라’는 질의에 “윤 전 대통령이 안 좋은 영향을 끼친 데 제일 첫 번째일 것 같다”고 답했다. ‘다른 인물을 더 꼽아보라’는 요청에 김 후보자는 “윤석열과 관계된 그쪽”이라고 말을 아끼다가, ‘한동훈 의원이 포함되느냐’고 재차 묻자 “부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어 김학의 출금 사건에서 기소 반대 이의제기서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윤 의원은 “마음속으로만 반대하면 반대냐”며 “궤변이다. 후보자가 보여주는 태도는 비겁하고 불의에 눈감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힐난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 정도 흠결은 괜찮다, 직무를 수행하는 데 아무 문제없다가 아니라 초대 중수청장은 검찰개혁을 열망했던 우리 국민의 과제를 잘 이행할 사람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김 후보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윤석열의 내란을 함께 극복하고 국민주권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연대했던 많은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김 후보자를 적극 엄호했다. 채현일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해 “내가 보기에는 ‘반윤’이고 소신과 실력을 갖췄다고 본다. 윤석열 장모 최은순 사건 수사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재기수사 지시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차장검사로 좌천됐다”며 “정권에 줄서서 승승장구하던 정치검사들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권의 눈치를 잘 안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상식 의원도 “지금 변화된 상황에서 지금의 잣대로 과거의 일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평가하면 안 된다”며 “친윤 검사라고 하려면 이원모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정도는 돼야 한다”고 두둔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여권 스피커 김어준 씨를 비롯해 조국혁신당 등에서 김 후보자에 반대 입장을 내왔다. 인사청문회에서 윤건영 박주민 의원까지 반대에 힘을 보탰다”며 “윤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복심으로 통한다. 그런 윤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니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나. 친문계 입장이라고 생각할거고, 반대하는 이유를 생각하지 않겠나. 정무적으로 현명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권 내부 갈등을 파고들었다. 이 때문에 중수청이 제대로 준비도 갖추지 못한 채 출범했다는 점도 부각했다. 강명구 의원은 국회의 인사 검증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을 한다고 인사청문 요청안을 보내지 않고 (여당) 자기네들끼리 싸웠다”며 “도지사도 한마디 했고, 법사위원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정작 인사청문회를 해야 할 우리 행안위 위원들은 정말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지적했다.
박덕흠 의원은 “중수청이 이렇게 준비도 없이 출발해 많은 국민이 불안해한다”며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은 선한 의도와는 달리 엄청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여야를 떠나 공방이 오고갔지만,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한 방’이 없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동안 제기된 논란 외에 청문회 과정에서 새로운 비위 의혹은 제기되지 않았다. 행안위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고, 이 대통령은 즉시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하락세에서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0월 12~13일 무선 ARS 조사 방식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가 34.9%를 기록했다. 2주 전 조사 대비 3.6%포인트(p) 하락해 최저치를 갱신했다. 부정평가는 1.0%p 오른 58.8%였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모든 세대에서 부정평가가 과반으로, 긍정평가보다 높았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통령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선 무엇보다 여권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쉬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추미애 지사는 10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 자리에서 김지용 청장에 대해 “친윤 검사일 뿐만 아니라 공직자로서는 부적합하다”며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임에도 침묵하고 있다면 역사적 과오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책임성·양심에 기반해 나라를 위해 말하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야 합의된 청문보고서 의결 과정에서도 당내 강경파와 조국혁신당이 ‘부적격 의견’ 명시를 요구해 적격과 부적격 의견이 병기됐다. 박주민 의원은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많이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현선 최고위원은 “민심을 거스르고 자격 미달의 임명을 강행하면 검찰개혁 후퇴와 국정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에는 계속해서 강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0월 9일 본인의 SNS를 통해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 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개혁 내세우며 내부공격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직격했다.
이어 11일에는 “어려움 없이 부모덕에 호의호식하며 고관대작으로 평생 살아온 사람은 고단한 소시민의 삶과 인식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치를 왜 하느냐. 끊임없이 되새길 질문이다”라고 했다. 정가에선 추 지사를 겨냥한 글로 이해했다.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도 추미애 지사를 향해 맹폭을 가했다. 민주당은 추 지사의 재정비상선언의 근거와 시·군 보조사업 삭감 논란, 간부 공무원 인사 지연 등을 집중 추궁했다.
채현일 의원은 “재정위기 관리 기준상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6%를 초과하면 ‘주의’, 40%를 초과하면 ‘위기’인데, 올해 2분기 경기도 채무비율은 13.71%에 불과하다”며 “행정은 정치와 달리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책임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재정비상선언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추 지사가 재정 부담 설명 과정에서 소방 예산 관련해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해식 의원은 추 지사가 재정위기와 조직진단을 이유로 간부 공무원 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직급별 현황을 보면 5급에서 2급까지 1130명이 넘는다”며 “인사 향방을 모르는 직원들의 불안감이 얼마나 크겠느냐. 인사가 만사라는데 직원들 가슴에 불을 댕겨주기는커녕 찬물만 끼얹고 있다”고 직격했다.
박정현 의원은 “정치인이자 행정가로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것으로 호도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발언의 무게감이 큰 정치인인 만큼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석 대표 역시 10월 14일 민주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 출연해 추 지사를 향해 “각자의 처지와 역할에 맞게 정확하게 하는 것,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충고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임 지청장 감찰을 지시했다. 윤호중 장관은 “임 지청장이 중수청 고위 간부(1급)로서 적절치 않은, 품위에 걸맞지 않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임 지청장이 과거 검사 시절에는 내부 고발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위치에 있기도 했다. 이번에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자신의 직무와 전혀 관계가 없고, 일부 정치권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으로 정치적인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수청은 10월 12일 감찰에 착수했다. 출범 10일 만에 ‘1호 사건’이 내부 직원 감찰이 된 셈이다. 또한 중수청은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임 지청장을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서울지방중수청 반부패수사국에 배당했다.
임 지청장은 10월 11일 자신의 SNS에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이 내가 된 것은 많이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라며 “사명감을 가지고 잘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여권 관계자는 “추미애 지사, 김용민 박은정 의원 등은 그나마 정치인이지만, 임은정 지청장은 행정부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SNS 정치글에 ‘좋아요’만 잘못 눌러도 문제가 된다. 특히 김지용 후보자가 중수청장에 취임할 경우 임 지청장의 직속상관이 된다. 본인 상관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행동”이라며 “임 지청장은 과거 본인이 징계 취소소송을 승소한 경험이 있어 이번 감찰도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같은데, 이번 발언들은 직무와 관련이 없어 징계를 피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련의 상황들을 종합했을 때 이 대통령 및 친명계와 이른바 ‘팀김어준’으로 불리는 강경파 사이의 ‘강 대 강’ 대치는 쉽게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친명계’ 민주당 관계자는 “강경파들은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가 ‘친윤’이라서 반대한 것이 아니다. 나중에는 친윤·반윤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까지 하지 않았나. 이재명 대통령을 흔들 명분이 필요했던 것이다. 김지용 중수청장이 임명되면 다른 소재를 찾을 것이다. 법무부 장관, 공소청장 등 임명 예정된 자리가 산적해있어, 반대를 위한 반대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