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특허법인 직원 위협해 실형 살고도 재범…교정 효과 의문에 출소자 관리 사각지대·보복범죄 처벌 한계 드러나

이 씨는 2022년 12월에도 동일한 특허법인 두 곳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와 가위로 위협했다. 이듬해 특수협박죄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다시는 피해자들을 찾아가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을 양형에 참작했다. 그러나 2025년 6월 즈음 출소한 이 씨는 약 1년 4개월 만에 같은 곳을 다시 찾아가 실제로 불을 질렀다.
약 4년 간격으로 벌어진 두 사건의 배경에는 특허등록증을 둘러싼 이 씨의 오래된 불만이 있었다. 그는 특허법인들이 허위 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해왔다. 2022년에도 종이 등록증을 요구하며 직원을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 씨의 운동기구 디자인은 국내에서 본인 명의로 등록돼 있었고, 미국과 브라질 등 해외 여러 나라에도 관련 권리가 등록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것은 종이 등록증인데 이는 해외의 디자인 등록 사실 통지 방식이 국가마다 달라 종이 등록증을 발급하는 국가도 있지만, 별도의 종이 등록증을 발급하지 않는 국가도 있다.
범행 전 행적에서는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범행에 앞서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서 플라스틱 통과 라이터를, 19일 집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범행 전 자신이 살던 집주인에게 임차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알리며 “복수하러 가겠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첫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대체로 시인했으나 2차 피의자 조사에선 진술을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긴박한 구조 작업이 이어졌다. 10월 20일 '일요신문i'가 찾은 신명빌딩 외벽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아 있었고 건물 아래에는 깨진 유리 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신명빌딩 4층에서 근무하는 한 남성은 사이렌을 듣고 계단으로 미리 대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화재로 연기가 확산하자 건물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골프채로 유리창을 깨고 탈출하는 등 현장에서는 긴박한 대피가 이어졌다.
이번 화재로 중상자 5명과 경상자 14명 등 19명이 다쳤다. 특히 신명빌딩에서 근무하던 여성 변리사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씨는 범행 후 현장을 떠나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식당에서 순댓국과 소주를 주문한 뒤 인근 콜라텍에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후 4시 16분쯤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방화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사람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10월 2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도 기자들에게 “죽이는 건 아니고 겁주려고 그랬다”면서 “이 나라가 사기꾼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일한 상대를 향한 범행이 반복됐다는 점과 과거 처벌이 이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 씨의 경우 교정 효과가 전혀 없었다”며 “특정 상대를 향한 불만이 폭력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일종의 ‘보복 범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보복 범죄의 가중처벌 등을 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9는 형사사건의 신고·진술·증언 등에 대한 보복이나 이를 방해할 목적으로 살인·상해·폭행·체포·감금·협박 등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씨에게 적용된 현존건조물방화치상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동일한 피해 대상을 상대로 범행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출소자 관리 문제도 남겼다. 이 씨는 4년 전 특허법인 직원에게 휘발유를 뿌렸으나 실제 방화까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특수협박죄로 처벌받았다. 경찰청 예규에 따르면 특수협박죄는 살인·방화 등 강력범죄와 달리 출소자를 대상으로 한 경찰의 정기 정보수집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제도 역시 방화나 특수협박죄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10월 22일 서울중앙지법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특정인을 노린 범행”이라는 피해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살해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조사를 통해 범행의 구체적인 목적과 살인미수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