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생명 내던진 이유가…돈보다 후계?
아나운서 출신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과 조용기 목사의 장남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간의 ‘막장드라마’가 터져나왔다. 차 씨의 소송 제기 이유를 놓고 세간에 여러 얘기가 돌고 있다. 사진은 2008년 민주당 대변인 시절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차영 씨의 법적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 차동언 변호사의 말이다. 차 변호사는 이 말과 함께 차 씨가 이번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 몇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차 변호사는 “아이를 위해 살겠다는 결심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 나이로 11세인 차 씨의 아들 서 군은 점차 사춘기가 돼 간다. 게다가 지난해 총선 당시 서 군을 둘러싼 얘기가 한참 떠돌았던 터라 서 군이 더 자라서 예민한 시기가 되기 전에 마무리하기 위해 소송을 내게 된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또한 차 변호사는 서 군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조희준 전 회장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차 씨가 소송을 낸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차 씨 측이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차 씨는 서 군과 함께 조 전 회장 가족을 만나 서 군이 조 전 회장의 아들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난 6월 조 전 회장이 항소심을 통해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다시 그 약속은 모두 부정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느낀 배신감이 이번 소송 제기의 결정적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1월에 정계은퇴, 왜?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을 감안하고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는 부분에 묘한 의문이 남는다. 차 씨가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한 것은 지난 1월이다. 지난 1월 민주당 양천갑 지역위원장에서 사퇴한 것. 1월은 조 전 회장이 엔크루트닷컴의 35억 원을 유용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받고 수감된 시점이다.
차 씨와 서 군이 조용기 목사 등 조 전 회장의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서 군이 조 목사의 장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이전이기도 하다.
결국 차 씨가 정계은퇴를 선언한 시점은 서 군이 태어난 지 10년여 만에 조 씨 일가의 일원임을 공식 인정받는 자리를 앞두고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해 보인다. 이처럼 시기적인 정황으로 볼 때 차 씨의 소송 제기와 정계은퇴 사이에는 6개월 이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지난 6월 조 전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지난 2월 이뤄진 조 씨 일가의 공식 인정과 당시 받은 약속은 모두 허사가 됐다. 차 씨는 이후 본격적으로 소송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송 제기?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
그렇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차 씨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크게 겪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지난해 총선 당시 신고한 재산내역만 23억 232만 원에 이른다. 또한 조 전 회장과의 결혼을 위해 이혼했다가 차후 재결합한 남편 서 아무개 씨 역시 건실한 벤처기업의 임원이다. 게다가 지난해 차 씨의 남편은 급등한 자사 주식을 고점에서 전량 매각하기도 했다. 차 씨 남편은 현재도 정상적으로 해당 업체에서 임원으로 근무 중이기도 하다.
돈 때문이 아니라면 차 씨의 소송 이유는 좀 더 분명해진다. 아들 서 군을 조용기 목사의 장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최후의 카드를 내밀었다는 것. 앞서 언급했지만 차 씨는 이 일을 조용히 성사시키려했다. 조 씨 일가도 이를 약속했지만 허사가 된 후 차 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적으로 서 군이 조 목사의 장손이 된다는 것은 교계를 넘어 세상을 호령하는 조씨 집안의 후계자가 된다는 뜻이다. “아이를 위해 살겠다”는 차 씨가 정치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소송을 제기할 만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차 씨와 조 씨 8년 만의 재회
소장에서 차 씨는 2003년 서 군을 출산한 뒤 2004년 초부터 조 전 회장과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다. 일본까지 찾아가 조 전 회장을 만나려고 거듭 시도했지만 무산됐고 결국 차 씨는 생계와 아이 문제 등으로 전 남편과 재결합했다. 이후 차 씨는 KT 마케팅전략담당 상무 등을 거쳐 2008년 정치인으로 변신해 민주당 대변인 등을 거쳤다.
이처럼 끊어진 듯 보였던 두 사람의 인연은 2010년 다시 이어진다. 차 씨는 소장에서 이 부분을 두 차례에 나눠 언급했다. 우선 ‘2010년경 조 전 회장이 직접 차 씨를 찾아와 순복음 관련재단이 어려움에 처했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으며 ‘최근 자신이 형사사건 때문에 스스로 차 씨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차 씨 측의 연락을 피하기만 했다’고 밝혔다. 결국 두 언급은 같은 사안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은 차 씨가 민주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시기다. 과연 이 시점에서 차 씨가 조 전 회장에게 어떤 도움을 줬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거듭 연락을 피해온 차 씨를 직접 찾아갈 때에는 어떤 절박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만 난무하다. 올해 1월 법정 구속된 사안으로 검찰이 조 전 회장을 기소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2010년 당시 조 전 회장이 직접 차 씨를 찾아가 부탁한 사안이 해당 사건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항간에선 조 전 회장이 결국 법정 구속되는 상황까지 초래된 것이 지난 6월 석방된 뒤 서 군 공식인정 등의 입장을 번복하게 된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