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섭 기자의 연예편지 일곱 번째
사실 처음에는 모두가 ‘맨붕’이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이었기에 그 소식을 접한 대중은 물론이고 연예부 기자들도 정신없는 토요일 저녁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까요. 일단 반응은 좋습니다. 워낙 평소 신비주의 스타로 유명한 원빈과 이나영이기에 ‘역시 결혼도 신비스럽게 하는 구나’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으며 요즘 연예계에서 대세로 굳어지는 ‘스몰웨딩’을 치른 데에도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 : 이든나인
사실 그 정도 톱스타라면 결혼식으로 한몫 단단히 잡을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초특급 결혼식장에서 엄청난 하객을 불러 모아놓고 화려한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을 테니까요. 톱스타 하객이 줄줄이 결혼식장을 찾으면 그만큼 엄청난 축의금이 가능해집니다. 초호화 결혼식이지만 협찬이 줄을 이어 비용은 거의 들지 않은 터이고 오히려 결혼식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활용해 달라며 별도의 사례금을 주겠다는 협찬 제안도 상당했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스타들의 협찬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었는데 이런 ‘스몰 웨딩’은 그런 풍조를 바꾸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또 하나 이슈는 ‘비밀 결혼’이었습니다. 사실 이것 역시 요즘 연예계의 트렌드입니다. 조금 더 늦게 알려졌지만 배우 윤정희 역시 같은 날인 5월 30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친인척만 모익 가운데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으니 역시 ‘스몰 웨딩’입니다. 결혼식 이틀 뒤 그 사실이 알려졌을 만큼 ‘비밀 결혼’인데 남편이 일반인이기 때문에 결혼식을 크게 알리지 않고 싶었다고 합니다.
사실 스타들의 결혼식은 너무 많은 관심이 집중돼 준비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윤정희의 경우처럼 상대가 일반인인 경우 예비 배우자와 그 가족들은 지나친 매스컴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밀 결혼도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이지요.
사진 출처 : 윤정희 트위터
다만 원빈 이나영의 결혼식은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 문제는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기쁜 이벤트를 앞두고 이들이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는 부분입니다. 원빈 이나영의 결혼이 최초로 화제가 된 것은 결혼식 10일 전인 지난 5월 20일 즈음입니다. SNS를 통해 이들의 결혼과 관련한 찌라시가 돌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찌라시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나영이 임신을 해 원빈과 곧 결혼할 예정인데 결혼식은 배용준 박수진 커플보다 빨리 잡힐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지춘희가 최근 이나영의 웨딩드레스를 가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자는 이런 내용을 한 후배 기자를 통해 카카오톡 메시지로 받았습니다. 요즘 각종 SNS로 돌아다니는 각종 미확인 정보들, 보통은 찌라시라 불리는 것들이 많은 데 이번 건은 신뢰도가 꽤 높아 보였습니다. 워낙 결혼이 임박해 보이는 분위기였던 데다 이나영의 절친인 지춘희 디자이너가 가봉을 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원빈 이나영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결혼 계획이 아직 없다”는 게 당시 이들의 소속사인 이든나인의 공식 입장이었습니다. 당시 떠돈 내용은 결혼이 임박했다는 내용도 아닌 올해 안에 결혼한다는 ‘연내 결혼설’이었음에도 이든나인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2015년 연내에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며 아직 결혼 계획조차 없다던 원빈과 이나영은 고작 열흘이 지난 뒤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물론 5월 20일까진 결혼 계획이 없었지만 다음 날 결혼 계획을 세워 9일 만에 결혼식을 강행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그들의 결혼식은 매우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었습니다. 결혼식이 끝난 뒤 이든나인 측은 “만나고 사랑하고 마침내 하나 되기를 결심한 이후, 긴 시간 그려왔던 둘 만의 결혼식 풍경이 있었다”며 “둘이 함께 예식이 열릴 들판을 찾고 테이블에 놓일 꽃한송이까지 손수 결정하며 하나하나 준비해 온 시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긴 시간’ ‘손수 결정하며 하나하나 준비해 온 시간’이 고작 9일이었을까요?
사진 제공 : 이든나인
물론 비밀 결혼식이라는 취지를 위해 당시엔 그렇게 거짓말을 해야 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뭔가 구설에 오를 만한 사안이나 범죄 행위, 또는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일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은 아니었습니다. 신랑 신부가 꿈꿔온 결혼식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이었으며 결국 결혼식이라는 축하를 받을 경사를 위한 거짓말이었기에 이를 ‘하얀 거짓말’(선의의 거짓말)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원빈과 이나영의 입장과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며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은 다소 우려됩니다. 우선 원빈 이나영의 결혼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찌라시는 신뢰성을 인정받게 됐습니다. 대중의 심리는 이렇게 찌라시가 뭔가 하나를 맞추면 다른 찌라시 역시 비슷한 신뢰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하곤 합니다. 사실 찌라시는 신뢰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보다 보면 픽 웃음이 날 만큼 황당한 내용도 많습니다. 찌라시를 통해 결혼 사실이 최초로 입증된, 다시 말해 찌라시가 특종 한 톱스타의 결혼식은 또 있습니다. 바로 장동건 고소영 결혼인데 찌라시에 이런 내용이 나돌았으며 이에 대한 언론 보도와 취재가 시작되자 장동건 고소영 측은 결혼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렇다고 찌라시가 대단한 신뢰성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당시 찌라시를 통해 나돈 장동건을 둘러싼 결혼설은 그것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기자의 개인적인 경험인데 장동건 고소영 결혼설이 나돌기 일주일 전쯤에는 장동건의 또 다른 결혼설 찌라시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하필이면 그 대상이 이나영이었는데 장동건 이나영 결혼설은 당연히 사실무근의 악성 루머일 뿐이었고 일주일 뒤에 나돈 장동건 고소영 결혼설이 사실이었습니다. 찌라시에 장동건과 결혼설이 나돈 여자 연예인은 이 외에도 몇몇 더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신뢰성 없는 ‘묻지마 결혼설’이 난무했던 것이죠.
언론과 달리 찌라시는 그 내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누가 만든 것인지도 불명확합니다. 사실 연예 언론도 찌라시처럼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면 매일 한 명 씩 상대를 바꿔가며 거듭해서 결혼설 기사를 쓰면 언젠가 그 가운데 하나는 특종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깜짝 결혼 발표를 한 배용준이 있습니다. 만약 어느 연예 매체에서 2~3년 동안 매일매일 여자 연예인을 바꿔가며 결혼설 기사를 쓰다 보면 언젠가 같은 소속사인 박수진의 이름도 언급됐을 것이며 결국 수백 개의 오보와 함께 하나의 대박 특종을 했을 겁니다. 과연 이게 신뢰성 있는 특종 기자와 연예 언론의 모습일까요? 연예 언론은 들리는 소문과 정보만으로 기사를 쓰지 않고 이를 확인하는 취재 과정을 거쳐 기사화하며 그 내용을 책임집니다. 열 번의 특종보다 한 번의 오보를 피하기 위해서이죠. 반면 찌라시는 이와 비슷한 행태, 다시 말해 뭔가 소문만 있으면 ‘그렇다더라~’식의 정보를 양산하고 그 가운데 하나가 사실로 확인돼 상당한 신뢰성을 가진 듯 포장돼 있는 것입니다.
사진 제공 : 이든나인
원빈 이나영 결혼식이 장동건 고소용과 같은 점은 찌라시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는 점이지만 확연한 차이는 장동건 고소영은 결혼을 인정했지만 원빈 이나영은 결혼이 고작 열흘 남았음에도 부인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니 찌라시와 연예 언론이 맞서는 상황이 됐습니다. 찌라시는 결혼이 임박했다고 주장한 데 반해 이들의 소속사인 이든나인에 정식으로 확인 취재 과정을 거친 연예 언론은 모두 결혼설이 사실무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찌라시만 진실을 얘기하고 모든 연예 언론이 거짓말을 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이들의 결혼식은 찌라시와 연예 언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세를 연출했고 결국 찌라시가 더 정확하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주는 상황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무근인 엉뚱한 악성 루머를 담은 찌라시로 마음 고생하는 연예인들 입장에선 이처럼 찌라시의 신뢰성이 올라가는 상황이 매우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찌라시의 신뢰성이 낮다고 거듭 보도해온 연예 언론 역시 난처해지긴 매한가지입니다.
그나마 연예 매체 <디스패치>를 통해 결혼식이 단독 보도되면서 찌라시에 완전히 밀릴 뻔한 연예 언론는 큰 위기를 벗어납니다. 여기서 연예 언론의 취재 방식에 대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대다수의 연예 언론은 이런 경우 소속사에 정식으로 확인 취재를 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소속사 입장을 보도합니다.
반면 요즘 잠복과 미행 등 밀착취재로 화제를 불러 모으는 매체들, 예를 들어 <디스패치>나 <더팩트> 등은 소속사 확인 취재에서 멈추지 않고 밀착 취재를 거쳐 직접 확인한 내용을 단독 보도합니다. 가장 흔한 사례가 열애설입니다. 기존 연예 언론도 가볍게 열애설을 보도하진 않습니다. 해당 연예인의 측근과 지인, 그리고 목격자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확인 취재를 하고 크로스체킹까지 마친 뒤 팩트라는 확신이 설 때 열애설을 보도합니다. 단독 내지는 특종 기사가 분명하지만 해당 연예인 측이 부인하면 그 기사는 순식간에 오보가 됩니다. 요즘 연예기획사 가운데에는 열애설 관련 확인 취재에 들어가면 “사진이 있냐?”고 먼저 묻습니다. 없다면 무조건 열애설을 부인합니다.
반면 <디스패치>나 <더 팩트> 등의 매체는 데이트 사진을 찍어서 보도합니다. 이런 경우 해당 연예인들은 대부분 순순히 인정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 매체에서 어렵게 취재에서 열애설을 단독 보도했지만 소속사의 부인으로 오보가 되고 몇 달 뒤 밀착취재를 하는 매체가 데이트 사진을 찍어서 다시 단독보도를 하면 소속사가 열애설을 인정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원빈 이나영의 결혼식 역시 대표적인 이런 사례가 될 것입니다.
사실 밀착 취재는 어느 정도 해당 연예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몰래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뒤를 미행하고 잠복할 수도 있다는 게 연예인에겐 또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되겠습니까. 그렇지만 요즘 연예인들의 대 언론 대응은 오히려 그들이 밀착취재를 원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데이트 사진이 공개될 때까진 열애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방법이 당장은 위기 모면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 연예인들이 연예 언론에 ‘열애설 보도는 무조건 잠복과 미행을 해서 데이트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원빈 이나영의 결혼식으로 인해 연예 언론의 밀착취재는 보다 성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신뢰성이 올라간 찌라시는 보다 극성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연예관계자들은 원빈 이나영의 결혼을 축하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남모르게 시름하고 있습니다.
분명 같은 날 윤정희도 비밀 결혼식을 가졌지만 이런 까닭에 원빈 이나영 비밀 결혼을 전혀 달랐습니다. 윤정희의 경우처럼 찌라시에 먼저 알려지지 않고 이를 부인하지도 않고 정말 완벽한 비밀 결혼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다고 찌라시가 완벽한 비밀을 뚫을 만큼 대단한 건 아닙니다. 결국 지춘희 디자이너가 가봉을 했다는 등 구체적인 정황들이 새어나온 곳 역시 원빈 이나영 측이었을 테니까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