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임직원·지역사회단체·협력업체 등 성명발표 시위…‘보이지 않는 손’ 작용했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연합뉴스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지난 1월이다. 매각가는 9550억 원. 3월에는 주주매매계약(SPA)도 체결했다.
하지만 매각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했지만,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제동을 걸며 1차 갈등이 불거졌다.
공방은 ‘금호’ 상표권 사용을 두고도 벌어졌다.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 측이 상표권 사용요율과 기간, 지급 주체 등을 두고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양측의 지리한 협상은 두 달간 이어졌다.
그러던 중 7월 말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이 처음 요구한 상표권 사용료 관련 요구(0.5% 사용료율·사용기간 20년)를 전격 수용했다. 그러면서 채권단은 금호산업에 공문을 보내 상표권 사용계약을 오는 30일까지 체결해 달라고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박 회장으로서는 더 이상 금호타이어 매각에 반대할 명분이 사라져 인수 작업은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블스타로의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7월 중순 금호타이어 임원과 직원들이 “중국 더블스타는 기술과 자금만을 유출한 뒤 국내 공장을 폐쇄하는 ‘먹튀’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부적격업체로의 매각을 반대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하더니, 8월 들어서는 OB동우회,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광주·호남권 광역의회 의장단협의회, 해외 바이어 등도 앞장서 매각 반대 시위에 나섰다.
호남권 광역의회 의장단협의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해외 자본에 의한 기업 매각은 생산기술과 물량 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근로자들의 고용보장을 불안정하게 하는 등 국가와 지역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며 “채권단은 불공정한 매각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공정하게 재입찰을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이러한 반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무산되면 금호타이어는 채권단도 어쩔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간다. 법정관리 등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죽이려는 게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금호 상표권 협상도 박 회장의 요구안 원안대로 받은 것이다. 채권단은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것인데, 일부에서는 개인의 문제로 끌고 가고 있다”며 “채권단 입장에서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상표권 협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8일 서울 금호아시아나본관 사옥 앞에서 금호타이어 부실 매각 반대 침묵 시위에 나선 금호타이어 영업부문 임직원과 해외 바이어.
이에 일각에서는 반대성명과 시위를 하는 단체나 사람들에 대해 비판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결국 금호타이어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등과 이해관계자들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보면 지역지자체 의원이나 협력업체 사장, 대리점주, 금호타이어 임원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이나 박 회장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금호타이어 주인이 바뀌게 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더블스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게 지난 1월이다. 그동안은 크게 나서지 않다가 상표권 협상이 받아들여지기 직전인 7월 중순부터 8월에 연이어 반대성명과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의구심이 들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위치한 광주 현지의 분위기는 현재 묘하다”며 “여러 세력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조건적인 해외 매각 반대, 매각의 순탄한 진행, 다른 대책이 없어 고심하는 사람 등등. 또한 일부 성명의 경우 특정 세력의 의도가 담긴 뉘앙스가 보여 노조나 지역사회 등에서 난감해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더블스타 매각에 대해 의견이 하나로 뭉쳐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내에서도 하부조직급인 민주노동자회가 결성, 제2노조라고 하면서 기존 노조와 다른 입장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반대 시위와 관련해 연관성은 알지 못한다”며 “그룹이나 박 회장 측이 도와달라고 해서 그들이 도와주지 않는다. 다만 매각에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니 필요에 의해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러한 반대 성명과 무관하게 금호타이어 매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더블스타가 최근 채권단에 9550억 원인 기존 인수가를 인하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더블스타의 요구를 받아들여 매각가를 낮춰줄 경우 박삼구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하는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채권단이 조정된 매각가에 대해 박 회장의 인수 의중을 다시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강성’ 금호타이어 노조 입장은…“고용보장·먹튀방지 방안 없는 매각에 반대하는 것”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금호타이어 노조)는 과거 최장기 파업을 기록하는 등 ‘강성 노조’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번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금호타이어 노조 역시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광범위한 지역 대책위를 구성해 금호타이어 부실 해외매각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그런데 노조는 얼마 전까지도 해외 매각에 대해 무조건 반대한다는 입장이 아니었다. 노조 관계자는 앞서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노조는 ‘고용보장·먹튀방지’를 위해 산업은행에 여러 차례 3자 협상을 통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라고 통보서를 보냈다. 그런데 답변이 없었다”며 “이에 노조는 부실매각이라고 판단, 더블스타로의 해외매각에 반대 입장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박삼구 회장에게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은 확실하다”며 “건실한 국내기업이 들어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노조에 답변 문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노사 간의 문제에 산업은행이 끼어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3자 간 협상은 참여하기 곤란하지만, 지원해줄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공식 답변 문서를 보냈다”며 “노조에서 문서를 못 받았다고 하는 것은, 본인들이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해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