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특화 전략…한국 정서 반영 여부 주목
2014년 10월 취임한 박 행장은 그간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영업 강화에 힘써왔다. 지난 6월 박 행장은 전국 133개 씨티은행 지점 중 101개 지점을 통·폐합해 25개 지점만 남기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씨티은행지부(씨티은행 노조·위원장 송병준)가 거세게 반대하자 한 발 물러나 90개 지점만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박 행장의 또 하나 목표는 부유층 고객 유치다. 지난 7월 씨티은행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자산관리(WM) 전문점인 ‘도곡센터’를 개점했다. 도곡센터는 개인고객전담 직원을 포함한 전문 상담 인력 70여 명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10억 원 이상 예금한 고객에게는 특별라운지를 제공하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
지난 3월 씨티은행이 도입한 계좌유지수수료도 비대면 영업 강화 및 부유층 고객 유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은 오프라인 지점을 통해 한 번이라도 거래한 고객에게는 해당 월에 5000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한다. 다만 통장 잔액이 1000만 원 이상이거나 비대면 채널만 이용하는 고객은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서울시 중구 태평로2가에 위치한 씨티은행 본점.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씨티은행의 이 같은 영업 전략은 한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씨티그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말 씨티은행은 세계 96개국에 4200개의 지점을 뒀지만 2016년 말에는 지점이 2618개로 줄었다. 또 2014년 씨티뱅크 재팬의 소매금융부문을 스미토모미쓰이은행(SMBC)으로 매각하기도 했다. 그 결과 씨티그룹의 순이익은 2010년 105억 6900만 달러(약 12조 360억 원)에서 2016년 149억 달러(약 16조 9681억 원)로 상승했다.
하지만 서민고객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고 지점을 급격히 줄여 고객들의 불편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의 최대주주는 씨티그룹이 100% 출자한 ‘씨티뱅크 오버시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COIC)’으로 씨티은행 지분 99.98%를 보유하고 있다. 박 행장이 미국 씨티그룹의 방침을 거스르면서 독자경영을 하기는 쉽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들도 점포를 줄이고 있지만 씨티은행처럼 급격한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며 “국내 정서를 벗어난 씨티은행의 특화 영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앞으로 수년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이 특화영업을 강행해도 고객이 크게 이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해외 송금 서비스는 타 은행과 달리 실시간으로 처리해 고정 고객층이 있다”며 “송금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은 한 번 정한 주거래은행을 잘 교체하지 않아 기존 고객들은 대부분 계속 씨티은행을 이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 연합뉴스
점포 통·폐합 사례에서 보듯 박 행장은 미국 씨티그룹의 경영방침을 따르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박 행장이 씨티은행의 독자경영을 이끌 수 있다면 그의 연임을 당연히 찬성한다”며 “하지만 씨티은행의 실적이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좋은 편이 아니라 (독자경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씨티그룹이 지향하는 방향성은 공유하지만 일괄적으로 정책을 적용하지 않고 각 국가 환경에 맞게 현지화해서 정책을 실현한다”며 “한국씨티은행도 미국에서 주문한다 해서 꼭 따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씨티은행은 외국계 은행인 덕에 상대적으로 정부의 영향을 덜 받지만 부정적 여론에 대해서도 크게 반응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박 행장 개인으로서는 여론을 무작정 외면할 수도 없다. 결국 씨티그룹과 국내 비판적 여론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국내에서의 그의 평가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내부에서도 박 행장이 국내 여론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기를 내심 기대하는 듯하다. 앞의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박 행장이 연임을 못하면 외국인 행장이 올 가능성이 높은데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외국인 행장은 초단기 실적주의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의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 행장보다 박 행장이 낫다고 판단해 박 행장 연임을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사회공헌 26억 배당금은 1146억…씨티은행 ‘국부유출’ 논란 지난해 미국 씨티그룹이 한국씨티은행에서 받은 배당금은 1146억 원이다. 각 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씨티은행의 배당성향은 73.1%로 신한은행(24.74%), 국민은행(37.28%), 우리은행(21.35%), 하나은행(43.72%)보다 월등히 높다. 같은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35.64%)과 비교해도 2배 이상이다. 한국씨티은행은 또 해외용역비 명목으로 매년 수백억 원을 미국 씨티그룹 본사에 송금한다. 지난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2011~2014년 4년간 지출한 해외용역비 중 850억 원을 과다 계상했다고 판단해 190억 원의 세금을 부과한 바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배당액이나 해외용역비용이 높은 건) 가치판단의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전국은행연합회가 지난 7월 발간한 <2016 은행 사회공헌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씨티은행이 지난해 사회공헌에 지출한 금액은 26억 원이다. 신한은행(366억 원), 국민은행(463억 원) 등 일반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씨티은행보다 실적이 나쁜 대구은행(276억 원), 광주은행(100억 원), 전북은행(94억 원)보다 낮다. 서민 고객층을 외면하면서 올린 수익 중 상당 금액이 해외로 빠져나가다보니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씨티은행은 투자를 줄이면서 배당 성향만 높아 다른 시중은행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금융당국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금융당국은 미동도 하지 않는 인상을 준다”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