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반대로 여전히 지지부진…채용비리 근절 위한 공운법 처리도 불투명
사회적 요구에 따라 발의됐지만 대부분의 법안들은 상임위에서 영원히 잠들어버리기도 하고 일부 법안들은 어렵게 빛을 보기도 한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이슈 법안들을 찾아봤다.
최순실 일가 부정 재산 환수 등을 골자로 하는 일명 ‘최순실법’은 국민의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발의했다. 각 당 법안들은 세부 내용에선 차이를 보이지만, 최순실 일가의 부정 재산을 몰수·추징 대상에 포함하자는 부분은 일치한다.
이 법안들은 얼마 전 법사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 상정됐는데, 그날 회의록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김진태 간사(자유한국당)는 “이것은 법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법의 외피를 쓴 정치 선동이라고 저는 본다”고 했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도 “이것을 우리 소위에서 심사한다는 게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법무부 차관은 “헌정질서침해, 국정농단행위 등으로 취득한 부정재산을 국가 귀속시켜 부정한 이득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4개의 법률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소급입법금지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법원행정처장도 “대상자를 정의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소급입법이나 부정취득 추정 규정 같은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비슷한 입장을 드러냈다.
제1소위는 의결정족수가 안 된다는 이유로 법안들을 더 심사하기로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자리에 있었으나, 별다른 입장을 내비치지 않았다. 박범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순실법이) 필요한 법이지만 현재 적폐청산에 대한 수사와 공직자 비리수사처 도입, 검·경 수사권 논의가 1순위”라고 말했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사회적 참사법)’은 지난해 12월 19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 외 10인이 발의한 법안이다.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사망자와 2014년 세월호 침몰 참사에 따른 희생자들의 피해회복과 함께 발생원인·수습과정·후속조치 등을 밝혀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추가된 점이 기존의 ‘세월호법’과 다르다.
세월호 특조위는 그동안 보수·진보 정당 사이에서 논쟁의 대상이었지만 사회적 참사법은 12월 5일 본회의에 상정돼 별다른 반발 없이 의결됐다. 사회적 참사법이 ‘신속처리대상안건’이었기 때문이다. 국회법 제85조의2(안건의 신속처리) 7항은 ‘신속처리대상안건이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기간이 경과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 상정된다’고 정하고 있다.
지난 10월 강원랜드·대한석탄공사·한국석유공사의 대규모 채용 비리가 드러났고, 여기에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 후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공운법)’ 7개가 지난달 발의됐다. 기획재정위원장은 이 법안들 가운데 4개(이찬열·강병원·어기구·신용현 의원 발의 법안)를 묶어 대안 발의했다.
이 법안은 12월 5일 열렸던 법사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당시 회의에서 김진태 간사(한국당)는 “수정할 사항이 있고, 이것의 필요성과 해당자에게 미치는 법 침해 등에 대해 이익교량 등의 헌법적 가치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김 위원이 제2소위 회부 의견을 제시했다. 이의 없으면 제2소위로 회부하겠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국회 관계자들은 ‘제2소위’에 들어간 법안은 통과가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채용 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유한국당의 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